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올 한해를 마감하는 시점인 12월 중순, 돌이켜보면 돈 번 사람 참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코로나를 기회로, 주식투자를 했던 사람들은 몇배씩 벌었다는 소리를 보면 참 배아프기도 하고.... 그보다 더 큰 것은 부동산 상승장이 더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집을 취득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는 그동안 뭐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배포가 크지 않아서 잘된 사람의 소식을 들으면 크게 기뻐할만큼 마음의 여유가 없나봅니다. 그래서인지 12월은 유독 우울하게 보냈던 것 같습니다. 나는 그동안 뭘했나. 뭘하느라 이렇게 뒤쳐졌을까. 괜한 열등감에 빠져 시간을 낭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하루 하루 또하나의 불평과 불만을 만들어가면서 출퇴근을 하던 어느날 하나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정부에서는 2.5단계를 실시한다고 했습니다. 평일 저녁 약속들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갈 곳이 없어져 참 곤란해졌습니다.
그리고, 곧 후속조치로 나온 뉴스는 요즘 얼마나 취해 살고 있었는지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목욕탕은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쪽방촌과 건설노동자들에게는 유일한 샤워시설일 수 있기 때문에 인원 제한을 해서라도 열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개념의 것이라 멍해졌습니다.
샤워시설이라는 것이 없을 수 있나?
금수저처럼 화려한 삶을 살았던 것도 아닌데, 도시속 빈곤을 모르고 살만큼 내가 풍족하게 살았나 싶을정도로 충격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알아보니 쪽방촌이라는 것이 성인남성 한명 간신히 누울공간만 있어서 화장실이나 취사시설은 기대할 수가 없는 곳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공동 샤워시설, 공동화장실, 공동취사시설까지 모두 함께 공유한다고 하죠. 생각해보니 제가 7년전 살았던 1평 고시원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것같네요. 아휴 그래도 생각해보면, 쪽방촌과 고시원은 다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시원은 시험공부한다고, 취업준비한다고 몇년 살지 않고 나가는 곳이라고 하기에 그안에서의 끈끈한 연대도 없고 처지에 대한 비관보다는 목표를 지향하는 집단들이죠. 반면 쪽방촌은 삶의 터전입니다. 벗어나기 어렵도, 최후의 보루같은 곳이어서 처지에 대한 비관과 더불어 목표를 지향하기 보다 현재를 유지하는것도 버거운 환경입니다.
그래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듭니다. 그리고 이 쪽방촌 인구가 전국적으로 94만이나 된다고 하네요. 5천만 인구 기준으로 2%도 안되는 인구지만, 코로나, 무더위, 한파등 막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장 취약한 집단이기때문에 이런 재난 상황일수록 최저기준으로 국가에서 보호해야할 사람이기도 하죠. 그래서 거리두기 2.5단계가 되었음에도 쪽방촌의 목욕탕은 닫을 수가 없었던 것이죠.
어찌보면 군생활하던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2010년, 2011년 군생활을 했는데, 바깥에서는 한창 스마트폰이다 뭐다해서 카톡도 하고 빠르게 세상이 변하고 있었지만, 군부대는 별차이도 없었죠.
일과 끝나고 나오는 TV를 보는 것이 유일한 낙이고, 저녁에 온수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세상은 스마트폰이다 뭐다해도, 군대는 온수가 언제 나올지 몰라 기다리는 것으로 너무 비참함을 느꼈는데, 이런 생활을 오랜기간 버텨가야하는 쪽방촌 사람들 입장에서는 그 비참함이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겠네요.
어쩌면 군전역후 통제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온 삶에 취해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고, 주변을 돌아볼 생각도 못한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좋은 삶만 누리는 주변만 둘러보느라 사각지대의 사람들에 대해서는 신경도 못썼던 것은 아닌지 싶어 생각이 길어졌습니다.
자극과 동기부여를 통해 개인성장을 바라는 지금의 자세를 견지하되, 결코 그 욕망의 과정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최후의 보루, 마지막 방어선, 최저생계에 대한 고민은 같이 해주어야하는 시절이, 시대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