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어느 순간도 노력을 안 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이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 노제(스우파콘서트)
약도 답도 없는 연예인병… 지독히 걸린 노제와 그 소속사
오랜만에 사과문 다시쓰기로 돌아왔습니다.
생각보다 사과문의 정석을 찾아주고 계신분들이 많고, 특이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문이 사과문의 정석으로 알려져있어 요즘은 사과하는 방식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사려깊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는데요. 여전히 사과문을 못쓰고, 형식만 맞추는 사과문이 늘어나고 있어 왜 오늘 올라온 노제의 사과문이 실패한 사과문인지 그간의 히스토리를 정리해보며 써보겠습니다.
2021년 여름부터 지난 1년간은 가히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시간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지난 여름 스우파가 방영되고 난 이후 스우파 멤버들은 그동안 가수에 가려진 댄서들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각 크루들의 리더격인 아이키, 가비 , 노제 등은 공중파와 유튜브등을 오가며 요즘 가장 핫한 셀럽으로 활동해왔죠
그중에서도 특히 노제는 스우파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외모로 독보적인 관심을 받으며 수많은 광고들의 러브콜을 받았습니다. 업종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들과 광고를 진행했는데요. 주얼리, 게임, 화장품, 식품, 의류 등 광고계의 스타중 스타로 발돋움했습니다. 덕분에 광고를 요청하는 수많은 브랜드와 광고대행사들은 노제와 함께 노출되기 위해 컨택하고 있었습니다.
광고 채널로는 유트브와 방송외에도 요즘은 SNS채널이 강력해졌는데요. 그만큼 노제의 인스타안에 자신의 브랜드를 끼워넣는것이 마케터들에게는 매우 중요했던 과제였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7월 4일 노제가 한 브랜드에게 SNS광고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뜨거웠던 노제인 만큼 SNS게시물 1건당 수천만원 수준의 광고료를 지불하는데 요청한 광고 시즌, 마케팅 기한을 한참 지나고 나서야 브랜드의 간곡한 호소끝에 게시하였고, 이마저도 얼마지나지않아 광고게시물은 SNS에서 삭제하고 명품 브랜드만 남겼다는 것입니다.
물론 해당 브랜드만의 주장일수도 있으며, 노제 소속사에서는 당일 바로 해당 브랜드는 기한에 맞게 진행했다는 공식 입장을 내면서 반박하였습니다. 그러나 즉각적으로 소속사가 반박한것과 달리, 논란의 직접 대상이었던 아티스트는 일체의 대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통상적인 계약이 1년이었다 했을때 계약 기간 안에 광고집행하는 것에 대해서 법적으로 책임없다를 강조한게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요청한 광고 시즌이라는것은 1년안에 한다고 광고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니, 유효한 광고 기한이라는 것을 브랜드에서는 놓치게 되면서 억울함에 폭로한것으로 보이는데요.
다양한 루머만 낳은채, 흘러가던 사건은 지난 10일 개최된 스우파 콘서트에서 터지고 맙니다
"저희는 어느 순간도 노력을 안 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냥 이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공연 마지막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노제가 한 말 때문이었는데요. 노제 아티스트 한 개인의 구설수, 논란이 스우파 전체로 향한 적 없는 여론에 대고, 자신들은 노력을 했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구설수없이 스우파에서의 활동을 잘만 이어가는 사람도 많은데, 굳이 '저희'라고 묶어 스우파 전체를 이 논란안으로 끌여들였다는 점에서 한번, 개인의 노력과 개인의 논란이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력을 부정당한 억울한 피해자입장을 피력했다는 점에서 또 한번 문제가 되었습니다.
정작 해당논란의 피해자였던 브랜드가 아니라, 갑질 가해자로 특정되고 있는 노제의 입장에서 밝힐 입장이 아니었죠. 논란의 쟁점이 되는 부분부터 짚고, 상호간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 밝히며 반박하거나, 개인의 논란으로 인해 스우파 전체에 심려를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하는 등의 기본적인 논란에 대한 대처가 한없이 부족했습니다.
뿐만아니라, 오열을 하며 해당 콘서트에 있던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우군을 얻으려했다면 더더욱 잘못된 대처방식이 되겠죠.
그리고 이틀 뒤 노제측은 사과문을 발표합니다. 콘서트에서의 오열로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대중의 응원이 비판으로 이어지자 결국 돌고돌아 정석의 길을 가기로 하였는데요. 이미 사과문까지 나오면서 일단락 지어지는 마당이지만, 사과문을 분석하며 여전히 놓치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찾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노제입니다.
먼저 이렇게 늦게 말을 꺼내게 돼 죄송하다. 최근 저의 미성숙했던 모습을 보며 실망하셨을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어떻게 전해드려야 하는지 조심스러웠다. 이런 저의 행동이 또 다른 분들께는 더 큰 실망을 드린것 같아서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변명의 여지없이 해당 관계자분들께 피해를 끼치고, 실망을 안겨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면서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은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제 모습을 마음 깊이 반성하고 느끼며 여전히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의 성숙하지 못한 태도가 관계자분들께 폐를 끼쳤고 저를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팬 분들께 실망을 안겨드렸다. 어떠한 말로도 지난 제 잘못을 되돌릴 수 없는 걸 알기에 당장의 용서보다는 깊이 반성하고 나아진 모습으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의 다짐을 잊지 않고 앞으로는 좀 더 성숙한 모습과 겸손한 태도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하고,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노제의 사과문에서는 3가지 실패가 드러납니다.
1. 잘못 특정 실패
먼저, 무엇을 잘못하여 이 논란까지 오게 되었는지 서사를 만드는게 실패했습니다. 계약관계에 있어 구체적으로 어떤 계약조항으로 인해 본인이 오해를 하여 게시 시기가 늦어졌다거나, 혹은 왜 아티스트 본인이 사과하지 않고 소속사 뒤로 숨게되었는지에 대한 경위를 밝혔어야함에도 불구하고 뭉뚱그려 "실망을 안겨 드려 죄송하다"라는 말로 표현했다는 것입니다.
사과문의 목적은 대중의 화를 가라앉히는게 주목적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해 잘못을 진심으로 사과하여 감동하게끔만들어 현재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잘못에 대한 사과나 보상, 처벌등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어야합니다. 이재용의 사과문에서 환자들에 대한 보상, 음압병동 구비 등 현재와 미래를 말하는 기저에는 현재 무슨 잘못으로 이런 논란이 벌어졌는가를 짚는 것이 핵심이었기 때문이죠.
그런 측면에서 노제의 사과문은 현재 자신이 어떤 문제로 잘못이 불거져 피해를 끼쳤는지에 대한 잘못을 서사하는데 실패하였습니다.
2. 사과 대상 특정 실패
사과문에서 끊임없이 팬들과 관계자라고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문제의 핵심은 브랜드에 피해를 끼치면서 억울함을 알아달라는 호소문이 나오면서 시작된 것인데, 이를 그저 팬과 관계자에 대한 사과로 마무리짓고 있습니다.
보통 학교에서 학생들끼리 싸움을 하고나서 잘못을 빌 때는 선생님께 빌곤 합니다. 선생님께 잘못했습니다를 말한 만큼 상대 학생에게 사과를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는데요. 실제 자신이 잘못을 하여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 사과를 먼저했다면, "실망"을 했을 팬들에 대한 사과는 조금 늦었어도 충분히 이해되었을 것입니다.
팬과 관계자에게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는 사과문으로 정리한 것만큼 찝찝한 사과문의 내용이 없습니다.
3. 향후 대처 계획 설정 실패
마지막으로 향후 대처 계획을 보면서는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는데요. 앞으로 해당 브랜드와 어떤 법적 보상 혹은 진실공방을 위한 법적조치를 이어나가겠다는 계획이 없습니다. 결국 사과문의 전반에 흐르는 것은 화난 대중을 가라앉히기 위함에 지나지 않는데요. 위에서 밝힌 것처럼 사과문 작성은 보상과 사후 대처의 시작입니다. 어떤 마음으로 사죄할 것인지, 어떤 구체적 계획으로 이행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부재합니다. 주변에서 사과문을 컨설팅해줄 사람이 없었는지 아쉬운 대목입니다.
이왕 사과문을 작성하면서 대처가 시작된 이상, 받았던 인기와 관심만큼 책임있는 진실을 밝히는 모습도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