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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May 03. 2020

엄마와 여행하는 이유

부모님을 모시고 가는 모든 이들에게

 코로나로 인해 하늘위 비행기가 멈춘지도 두달여가 되었습니다. 중국과의 하늘길이 막히더니 곧 아시아, 유럽, 미국까지 서로의 하늘길이 모두 막혀버렸습니다. 또, 해외를 다녀오면 2주간의 자가격리가 필요해지면서 한동안은 해외 여행은 꿈도 꾸기 어려워진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년전 부터 저는 여행이라는 것을 시작했습니다. 해외여행은 있는 집 애들만 가는 것이라고 하면서 공항은 얼씬도 하지 않았는데요. 처음으로 일본여행을 다녀오고나서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면서 난이도 낮은 여행지들을 필두로 유명 관광지들을 돌아다녔네요.


 단연코 여행중 최고의 여행은 나홀로 여행이겠죠. 조금은 준비되지 않아도, 즉흥적으로 여행 코스를 바꾸고, 마음에 드는 도시가 나타나면 하루 이틀 더 머물 수 있는 여행이니까요. 친구, 애인과의 여행도 나와 취향만 크게 다르지 않다면 꽤 좋습니다. 오히려 혼자는 못먹었을 맛있는 음식이나, 두려웠던 여행지를 도전해볼 수 있죠.


 그러던 중 문득 엄마 생각이 났습니다. 여행이 편리해지고 부담도 줄어들었음에도 부모님들은 왜 여행을 못가실까. 몇해전 조합에서 보내주는 북해도 여행도 다녀오신 아버지와 달리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다녀오신 이후로는 내륙을 벗어난 적 없는 엄마에게  해외여행은 또하나의 거창한 것이었습니다.


 물어보니 여권조차 없다고 하여 여권을 신청하고, 무심하게 여행을 일본 오사카로 갈 것이니 인터넷을 한 번 찾아보시라 했습니다. 3박4일밖에 안되는 간사이지방 여행이지만, 저도 이참에 처음 가보는 오사카 인근을 모두 다녀보려했죠.


 엄마는 여행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캐리어를 사고, 면세점 구매리스트를 구경하고, 여행 블로그들을 통해 어떤 여행지에 무엇이 맛있더라는 정보들을 찾는 것에 재미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물론 둘이 가기 때문에 여행경비들도 꼼꼼하게 따져봐야했지만, 어차피 제가 다 알아서 할 것이니 오사카가서 보고 드시고 싶으신 것을 모두 찾으시라 이야기했습니다.


대학생때 처음으로 엄마와 오사카 여행 머리는 자쳇


 그리고 오사카, 교토, 나라, 고베 등 간사이지방 주요도시를 정말 빠르게 4일간 훑다시피 다녔습니다. 다행인것은 글을 쓰는 지금 시점으로부터 5년전이었기에 엄마는 더더욱 건강하셨고, 저 역시도 더 의지 열정이 넘쳤던 기억이 나네요.


 그렇게 2015년 봄에는 오사카를, 2016년 겨울에는 홍콩, 가을엔 상하이, 2017년 겨울에는 북큐슈, 2018년 겨울에는 동유럽, 2019년 겨울에는 뉴욕을 다녀왔습니다. 매번 엄마는 동행하며 친구들과 가야할 것을 본인과 간다고 미안해하셨지만, 저 역시도 아들이라 그런지 엄마와 함께 다니면 다른 친구들과 다닐때 보다 편하게 다니는 점도 좋았습니다.


가장 최근에 다녀온 동유럽과 뉴욕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못갈 것 같지만, 제가 엄마와 여행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은 생각 때문입니다. 부모님세대는 베이비붐세대로 성장과정에서 해외여행이 낯설고 익숙치 않으신분들이 많습니다. 최근에서야 LCC가 늘고 노선이 늘면서 기회가 늘긴 했지만, 여전히 해외여행은 장벽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같이 동행해주고 나서야 여행이 익숙해지고, 추억해낼 것들이 더욱 늘어나겠죠.


 회사에 입사하고 만 3년을 넘기면서 저의 3년은 어땠나 기억해봅니다. 그 시원하고 달달했던 카페에서의 휴식은 과연 2017년의 것인지 2018년의 것인지 가물가물합니다. 옷깃사이로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을 막으며 출근하던 기억들도 2018년의 겨울인지, 2019년의 겨울인지 기억이 잘 안나죠. 점점 사회생활을 하며, 돈을 벌면서 일상에 녹아든다는 것은 더이상 이벤트가 일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남겨두지 않으면 그렇게 흩날려갈 기억들을 붙잡는 것은 2018년 겨울 북큐슈의 온천을 구경했던 일이고, 2019년 봄 대만에서 찾아가 먹었던 훠궈일 것이며, 2019년 겨울 매서운 바람에 타임스퀘어 거리를 걷던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더 많은 시간과 기회가 있지만, 어쩌면 부모님들이 그나마 건강하실때 즐겁게 다니시며 기억할 수 있는 추억들을 만들기 가장 쉬운것은 해외여행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제가 스무살 넘어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간 도쿄에서의 6일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또다시 기억의 저편에서 꺼내 하루를 힐링하듯, 우리 부모님들도 함께했던 여행의 기억들을 한번씩 반추할 것입니다.


 언젠가, 코로나가 그치고 우리 모두 보복적으로 소비를 쏟아낼 때 조금은 부담스럽더라도 가까운 나라부터 먼나라까지 부모님을 모시고 해외여행이라는 소중한 추억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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