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내공을 만들어온 이치로의 성공 비결
"30년 동안 일본을 이기지 못하게 해 주겠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이와 같이 망언했다고 알려진 이치로.
사실, 거친 표현을 가려서 하는 성격상 이치로의 망언은 국내에 잘못 전달되었다.
ただ勝つだけじゃなく、すごいと思わせたい。戦った相手が“向こう30年は日本に手は出せないな”という感じで勝ちたいと思う
단순히 이기는 것만이 아니라, 굉장하다고 생각되고 싶다. 싸우는 상대가 "앞으로 30년은 일본에 손대지 말아야겠다(손댈 수 없게끔)"라고 느끼도록 이기고 싶다고 생각한다. - 스즈키 이치로 -
승부에 임하는 자세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이치로는 신중하게 자신의 감정을 전했지만, 우리에게 까지 도달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궁금했다. 이치로는 어떤 사람인지.
이치로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부정적인 이슈 때문이었지만, 시간이 거듭될수록 이치로는 재평가되고 있다.
30년 가까운 야구인생을 이어가며 NPB(일본프로야구), MLB(미국프로야구)에서 꾸준히 호성적을 내왔고, 미일통산안타 4천 안타를 넘어서며 자기 관리에 대해 조명되고 있다.
특히 자기 관리에 있어 지루하고, 기나긴 세월 속에서 반복적인 루틴 만들기는 프로선수의 교본으로 보일만큼 우직하고 꾸준함을 보여주었다.
1. 타격 시, 쪼그리고 앉았다가 일어서 플레이트에 다가가 배트를 들고 오른팔을 투수 쪽으로 뻗어 어깨 옷깃을 왼손으로 툭툭 턴다.
2. 시즌 시작 전 시즌의 월별 목표(단기목표)를 세밀히 짜고, 다달이 목표를 달성하면서 전체 시즌의 목표(중장기목표)를 달성한다.
3. 매일 아침 같은 음식을 먹는다. 한때는 카레만 먹었고, 한때는 식빵과 국수만 먹었다.
소개된 루틴들은 그가 프로선수로서 성과를 내는데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한 노하우였다. 프로선수라면 당연히 할 수 있는 일들일까? 이치로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그 루틴을 만들어오는데 집중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까지 1년 중 5일을 빼고 나머지 날들은 모두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데 매진했다. 루틴의 동기부여는 목표에서 시작되었다. '계약금 1억 엔 이상', '주니치 드래곤즈, 세이부 라이온스 입단'이라는 두 가지의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해 어린 초등학생 이치로는 매일 강도 높은 훈련을 해온 것이다.
뉴욕 양키스 시절 팀 동료인 사바시아의 전언에 따르면, 이치로는 일 년에 2번만 쉰다고 한다.
시즌 끝난 다음날, 그리고 크리스마스
이치로는 마흔을 넘기며 일 년에 하루를 더 쉬는 것으로 체력을 안배했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30년간 같은 일상을 반복해온 꾸준함은 그를 지금에 있게 한 비밀의 열쇠인 것이다.
이치로의 루틴은 경기에서 빛을 발한다. 특정 투수, 특정 시프트(외부환경)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루틴(내부환경)으로 임하는 게임 자세로 매 경기에 임한다. 그래서 여느 타자나 갖고 있는 시프트도 이치로에게 존재하지 않는다.
타자의 주력 히팅포인트가 있고, 잘 치는 타구질에 따르면 공이 떨어지는 영역이 제한된다. 우익수 쪽에 치우친 타자들에게는 수비 형태가 우측으로 몰리게 되어 있고, 장타형 타자에게는 외야 측으로 수비 형태가 몰린다. 이게 바로 수비 시프트다. 그런데, 이치로를 상대할 때는 시프트가 무력해진다. 시프트에 맞게 비어있는 반대방향으로 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환경의 변화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통제 영역을 모두 컨트롤할 수 만 있다면 시프트는 깰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이치로가 지향하는 바는 오로지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자신의 모습이다. 폼은 일시적이나 클래스는 영원하다고 했던가. 이치로가 삶의 모토로 삼는 루틴의 자세는 폼과 클래스가 모두 영원하도록 만들었다
"나는 그저 매일을 똑같이 살아가면서 연습처럼 경기하고 연습처럼 경기를 끝낸다. 나는 과거의 명예 때문이 아니라 미래에 내가 달성할 것들 때문에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 - 이치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