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나의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워커비 Jul 11. 2020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4명의 남자

정치적 레버리지의 무게.

  앞서 밝혀두지만, 결코 정치적 이야기가 아닙니다. 브런치에서 처음으로 정치인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제가 글에서 밝히고 싶은 점은 정치적 레버리지의 무게를 다루고자 합니다. 아울러, 정치는 우리의 삶속 깊이 닿아있는 일이기 때문에 정치적 이야기가 결코 나쁜것은 아니나, 이미 진영논리에 함몰된 양당정치체제의 한국에서는 결코 건설적인 토론이 어렵기에 조심스럽게 쓰게 되었습니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4명의 남자가 있었습니다.


 한명은 자신에게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인간주의이며, 남성의 시선으로만 살아온 인간주의의 삶을 보다 넓게 젠더 감수성이라는 큰 틀에서 인간주의'를 지향하는 페미니즘 공부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징역 3년 6개월 형을 받습니다.


 

  또 한명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센터나 기관에서 지위가 낮은 직원이나 민원인을 대상으로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저지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오랜기간 야권의 지자체장의 불모지였던 부산에서의 시장에 당선한 그는 마지막으로 성추행에 대해서 '혐의는 인정하나, 기억은 나지 않는다'며 정계를 은퇴했습니다.



 또 한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며 본인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했고, 실제 커리어의 시작을 1993년 우조교 성추행사건의 변호인으로 성추행은 불법임을 세상에 알리며 나온 사람입니다.  그리고 고소인에 따르면, 2017년부터 텔레그램을 이용해 고소인에게 다수의 음란한 사진을 전송하고 고소인의 사진을 요구했으며, 집무실 내부의 침실에서 신체접촉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는 다음날 산에서 목숨을 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명의 남자가 있습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라며 가장 앞장섰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안희정의 친모 장례식장과 박원순의 장례식장에 '대통령'의 명의로 조화를 보냈습니다.


안희정 친모 장례식장과 박원순 장례식장에 들어선 조화


 저는 여전히 중장년 남성들의 젠더 감수성에 대한 이해가 어느 수준인지 감이 안잡힐 정도입니다. 현재의 페미니즘 물결이 옳다 그르다를 치열하게 싸우는 2030 남성과 여성의 갈등양상을 놓고 보면 양쪽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갈 만하나, 굳이 보태지 않는 것은 나 역시도 확신할만큼 양 진영의 약자 입장에 놓이지 않았다는 의식 때문입니다.


 그러나, 중장년 남성 정치인들의 젠더 감수성은 그르다고 확신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레버리지를 일으키기 위해 충분한 입장 이해를 제쳐두고, 앞장서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고 있습니다. 생물적으로도 살아온 궤적으로도 남성의 삶을 살아왔기 때문에 알기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에는 김정숙여사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 '나 너무 힘드니까 당신 아기 좀 봐'했더니 (남편이) 들은 척도 안 하더라"며 "힘들다고 재차 말했더니 '엎어져 자라'라고 말하더라. '아기 봐달라고 한 게 그렇게 힘든 일이냐'했더니 '마. 그럼 디비 자라'라고 했을정도로 살아온 인생에서 양성평등의식이 부재한 중장년 남성의 표상입니다.



 언젠가 작성하겠지만, 지금 정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중장년 남성들의 말로만 외치는 성평등 인식은 현재의 2030 성대결만 부추기고만 있습니다. 오히려 저는 2030 성대결은 건강하다고 보는 편입니다. 이들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하지만, 남성중심의 젠더권력을 쉽게 쟁취해온 중장년층 남성들의 시혜적 페미니즘은 상위 권력이 아래로 자신의 기득권을 조금씩 떼어주는 모습에 불과하기에 결코 권력구조에 대한 문제제기 조차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중장년층 남성들과 중장년 남성정치인들의 페미니즘은 위선적이라 거부감이 듭니다.


 너무나도 안타깝게도 이번 시장의 자살로 인해, 수많은 곳에서 다양한 2차가해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가장 보호받아야할 대상이 정치적 희생의 타겟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는 것 역시 페미니스트를 자청했던 정치인들의 지지자들이 행하는 모습입니다.


 인식없이 만들어진, 오로지 본인들의 정치적 레버리지를 위해 행해지는 사상적 페미니즘, 육체적 성폭력은 언제든 자신들의 정치적 압박으로 더 크게 돌아올 것을 스스로가 인지해야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도쿄를 통해 엿 본 한국의 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