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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워커비 Jul 09. 2020

도쿄를 통해 엿 본 한국의 미래

이미 우리 곁에 찾아온 미래.

 나는 송파와 강동의 경계에 살고 있다. 회사는 여의도에 있으며, 여의도까지 우리집에서 Door to door 90분 가량이 걸린다. 왕복으로는 180분, 즉 3시간이 소요되고 있기 때문에 하루 잠자는 7시간을 제외하고는 17시간중 3시간, 샤워시간포함해서 출퇴근에 쏟는시간만 하루의 20%를 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옥철을 타고 서울 동과 서를 오가는것은 일자리가 여의도에 있기 때문이다. 여의도 뿐만아니라 종로, 강남 등 서울 주요 도심지를 중심으로 일자리가 있기 때문에 서울을 벗어날 수 없다. 일자리가 서울에 있기 때문에 결혼이후를 생각하더라도 서울에서 벗어난 주거의 삶을 생각할 수 없다.


 집값은 계속 이렇게 오를 것인가? 무주택자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어보인다. 공급은 모자라고, 여전히 현금을 가진 사람들은 많고, 누적 대기 수요도 넘친다. 부동산의 우상향은 당연한 일이지만, 올라도 너무 올라버린 주거비에 감당이 힘든 수준이다.


 보통 한국의 부동산 값을 말할때는 도쿄, 홍콩, 런던등 금융대도시들의 지표를 확인하는데, 특히 도쿄와 비교하며 우상향의 조건들을 확인하곤한다. 그리고, 도쿄는 버블붕괴이후 꺼져가는 것처럼 보였으나 아베집권이후 꾸준히 안정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주거비는 여전히 도쿄 거주 직장인의 월소득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 흐름역시 꺾이지 않을 모양새다.



 운이 좋게도 주택을 구매하여 2~30년간 납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떠나버린 막차를 바라보며 이제는 월마다 렌트료를 내면서 버티고 있다. 도쿄, 실리콘밸리, 서울 좋은 직장이 있다는 곳은 어디든 급여가 오른것만큼 이상으로 주거비가 올라 버티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영원히 새롭게 경제활동하는 청년들은 주거비를 지출해가면서 살아야할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어쩌면 코로나가 우리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도쿄와 샌프란시스코에서 적극적인 재택근무가 시작되었다. 


 일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보수적이라고 불리던 일본의 심장 도쿄에서도 대기업 히타치와 후지쯔도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시작했고, 가장 자유로웠던 실리콘밸리의 구글과 트위터, 페이스북등도 전면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한국도 대기업들 사이에서 재택근무가 부분적으로 혹은 일괄적으로 도입되며 화상회의용 툴인 ZOOM의 인기는 상한가를 달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재택근무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생각보다 생산성이 감소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동안 개선된 IT 툴을 활용한 협업들이 눈에띄게 좋아지면서 '재택근무를 해도될까?'라는 의심이 '해도된다'라는 확신으로 바뀌게 되었다. 여태껏 해보지 않아 몰랐던 일들이 코로나로 인해 불가피하게 시도되면서 언택트문화가 확장되었다.


 그리고, 더이상 본사 근무에 집착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은 역시 도쿄였다. 소득에 비해 비싼 주거비를 감당할 수밖에 없었던 현재의 상황을 타개하고자 청년들은 지방으로 이주하고 있는 사례가 발견된다. 일자리의 질은 좀 떨어질지라도 소득이 떨어진것보다 주거비가 떨어져 상쇄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굳이 수도 근무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실리콘밸리에서도 벌어졌다. 실리콘밸리는 캠핑카들이 도로에 장사진을 치곤했다. 신입사원 연봉이 1억 5천만원이 넘음에도 불구하고, 주거비 역시 살인적인 물가를 견인할만큼 높아서 많은이들이 캠핑카에서 먹고지내는것이 훨씬 쌀 정도 였다. 실리콘밸리의 주거 공급부족의 여파는 바로 인근대도시 샌프란시스코의 부동산 가격 폭등을 견인했다.



 이런 실리콘밸리에서도 글로벌 대형기업들의 재택근무 열풍은 주거비 하락을 이끌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 붐이 일면서 10년가까이 상승만하던 실리콘밸리의 주거비가 처음으로 전년대비 12%나 하락했다는 점을 주목할만 하다. 이에 더불어 실리콘밸리가 아닌 좀더 동떨어진 교외지역들의 주거비가 5% 올랐다는 점을 지켜볼때 재택근무가 중심부의 주거비를 떨어트리고, 교외의 가격을 견인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에서도 재미있는 현상이 발견되고 있다. 그 시작은 쌩뚱맞게도 52시간의 여파가 컸는데, LG전자/코오롱 등 굴지의 R&D 인력이 모인 마곡지구의 변화다. 52시간제가 도입되면서 칼퇴근이 늘었고, 야간 유동인구가 급감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저녁장사를 목표로 차린 상권의 붕괴를 의미했는데, 저녁에 야근도 하고 회식도 하면서 소비를 해야할 사람들이 이른시간에 집으로 가면서 넘치는 상가 수요를 감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빠른 귀가는 상권과 주거비를 흔들고 있다. 여전히 서울의 집값은 수요공급의 문제로 우상향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재택근무가 활성화된다면, 원격 근무가 일상이 되는 사회를 맞이한다면 과연 도쿄, 실리콘밸리와 같은 상황이 서울에서도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무주택자이자 청년인 나로서는 재택 원격근무로 평소 업무의 100%를 해내고 있는 지금(물론 매우 불편하지만) 재택근무의 일상화가 머지 않았음이 보인다. 연봉 10% 삭감을 조건으로, 원하는 사람에 한하여 원격근무가 가능해진다면 과연 사람들은 무엇을 선택할까?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들은 과연 건물을 팔고 현금화를 할까 아니면 더 많은 건물을 사들여 오피스를 확장할까? 둘의 니즈가 맞아떨어지는 점이 바로 다가올 미래, 아니 이미 와버린 미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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