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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핀트 Apr 07. 2021

삼성전자와 카카오에는 있고 워런 버핏에겐 없는 것

액면분할이란?

3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 주주가
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주식이 너무 비쌌거든요. 1주당 가격이 265만 원에 달했죠. 


그랬던 삼성전자 주식이 이른바 ‘국민주’가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액면분할’이 큰 역할을 담당했고요.


액면분할을 단행한 당시 삼성전자 주식 가격은 1주당 5만 3천 원이었습니다. 소액투자자도 접근 가능한 수준이죠.

이렇게 액면분할 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이 투자할 수 있게 된 사례는 더 있습니다. 2020년에는 애플과 테슬라가 나란히 액면분할 하면서 ‘서학개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어요.


그리고 최근 카카오도 액면분할을 예고했습니다. 이번 달부터 5분의 1로 저렴해진 카카오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습니다.



사과는 쪼개 먹어도 사과다

; 액면분할이란?


이쯤 되니 액면분할은 잘나가는 기업의 필수 코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액면분할은 정확히 무엇일까요. 단순히 주식의 가격이 저렴해지기만 하는 걸까요?


액면가와 주가

액면분할을 이야기하기 전에 ‘액면가’ 먼저 짚고 넘어갈게요.

이미지=한국은행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행이 발행한 2천 원짜리 기념 지폐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그 희소성 덕분에 본래 가치보다 10배나 비싼 2만 원에 거래되고 있어요. 여기서 기념 지폐의 최초 발행 가격인 2천 원이 바로 액면가입니다.


액면가의 사전적 정의는 ‘화폐나 유가 증권 표면에 적힌 가격’으로, 주식은 보통 1주당 5천 원이 일반적인 액면가예요. (액면가에 가치가 더해져 시장에서 실제 거래되는 주식의 가격을 ‘주가’라고 부릅니다.)


Editor’s Tip_ 주식의 액면가

현재 주식의 최소 액면가는 100원입니다. 즉, 100원 미만으로 액면가가 떨어질 정도의 액면분할은 불가합니다. 1998년 관련 법이 개정되기 전 최소 액면가는 5천 원이었어요.  




액면분할이란?

그리고 ‘액면가를 일정한 분할 비율로 나누어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이 오늘의 주인공인 액면분할입니다.


액면가 5천 원짜리 주식 1주를 5분의 1로 액면분할 하면, 주식 수는 5주로 늘고 가격은 1천 원이 되겠죠.

여기서 기억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액면분할과 시가총액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사실 말이에요.


주식의 개수가 많아지니 시가총액이 증가하고, 곧 자본이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오해를 하면 안 됩니다.  


*자본이득: 자산을 취득할 때의 가격보다 남에게 넘길 때의 가격이 더 높음으로써 얻는 이득


시가총액* = 주식 수 × 1주당 가격

*시가총액: 기업의 규모와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


액면분할 시 주식 수가 늘어남과 동시에 1주당 가격은 내려가고, 최종적으로 시가총액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사과 1개를 5조각으로 쪼개더라도, 사과의 총량과 가치는 그대로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거예요.


Editor’s Tip_ 액면분할과 주식분할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일본, 캐나다 등은 주식에 액면가가 없습니다.

그래서 액면분할의 개념도 없죠. 대신, 액면가를 나누는 과정 없이 주식의 개수를 늘려 1주당 가격을 낮추는 ‘주식분할’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개미는 오늘도 뚠뚠

; 액면분할의 효과


그럼 액면분할은 왜 하는 걸까요? 액면분할은 기업의 가치나 주주의 지분율 등에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말이죠.


투자 진입 장벽 완화 그리고 유동성의 향상. 이 두 가지가 액면분할로 얻는 대표적인 효과입니다.


① 서두에서 잠시 언급했듯, 액면분할로 주식의 가격을 낮추면 우량주에 관심 있던 ‘개미’, 소액 투자자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집니다.


이는 주식 거래 대금의 증가를 가져오며, 나아가 주가 상승까지 견인하는 호재가 될 수 있어요.  

② 유동성이란 말이 좀 어려운데요. 풀어 말하면 ‘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주식 가격이 낮아서 거래 대금이 늘면, 내가 원하는 시점에 내가 원하는 가격으로 주식을 팔기가 더 수월해질 거예요. 유동성이 좋아졌다고 말할 수 있죠.


유동성은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중요합니다. 유동성이 충분하지 못한, 그러니까 현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은 경영상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투자자도 마찬가지겠죠? 내가 산 주식의 유동성이 떨어지면 현금화해야 할 시기를 놓쳐 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주식분할은 브로커만 살찌운다”

; 액면분할(주식분할)의 이면


그런데요, 이렇게 유익해 보이는 액면분할도 모든 기업이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액면분할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도 존재한답니다.  

① 액면분할을 하면 개인투자자, 그중에서도 저가주를 짧은 주기로 사고팔며 시세차익을 목표하는 투자자가 많이 유입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해당 주가의 변동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생기죠.  


*주가 변동성: 주가의 상승이나 하락의 변동 폭. ‘기초 자산의 가격이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가’ 하는 시장의 변화 속도를 나타내는 값.


② 또, 직장인 한 달 월급에 달하던 주식 가격이 급격하게 저렴해지면서 고가주 이미지가 사라지게 됩니다.


고가주 이미지에 바탕을 둔 투자 유인 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심지어 고가주의 가치를 선호하던 기존 주주들이 이탈함으로써 주가가 하락할 우려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액면분할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대표적인 기업이 버크셔 해서웨이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워런 버핏이 운영하는 투자 회사죠.


워런 버핏은 ‘기업을 희생시키고 브로커들만 살찌우는 단기 전략’이라며 액면분할에 선을 그었어요.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는 1962년 워런 버핏이 처음으로 해당 주식을 매수한 뒤 무려 59년간 한 번도 액면분할 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1주당 7.50달러였던 버크셔 해서웨이(A주) 주가는 우리 돈으로 4억 원을 넘어섰어요.


Editor’s Tip_ 버크셔 해서웨이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은 A와 B, 두 종류가 있습니다.

A주의 높은 가격 때문에 버크셔 해서웨이에 투자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1996년 B주를 상장했어요. B주의 가격은 우리 돈 30만 원 정도입니다.


미국 주요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도 1999년 세 번째 액면분할 이후 주가가 3천 달러가 넘도록 액면분할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액면분할의 이면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해석입니다.






카카오가 액면분할을 하면, 총 주식 수가 5배로 늘어나고 현재 500원인 액면가는 100원이 됩니다. 따라서 주가도 5분의 1로 저렴해집니다.


시장은 평소 카카오의 서비스에 매력을 느끼던 많은 사람이 카카오와 동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늘 살펴봤듯 액면분할 이슈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만, 액면분할 이후 기업의 행보와 시장의 분위기를 살피는 일도 중요합니다. 조금 더 넓은 시야로 현명한 투자 생활을 이어 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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