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왕성의 짙은 메탄 대기가 인공 돔 외벽을 때리는 소리는 거대한 파충류의 숨소리와 비슷했다. 그 기괴한 소음조차 그에게는 화이트 노이즈에 불과했다. 그는 책상 위에 놓인 홀로그램 패널을 가볍게 두드렸다. 오늘의 42번째 민원 처리 건이었다.
[사건 번호: NE-206-882]
민원 요지: 제12채굴기지 외주 인력 ‘K-산소 용접공’ 집단 임금 체불 및 산소 배급 제한 건.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산소 배급 제한이라니, 이건 명백한 행성 거주 표준법 위반이었다. 하지만 사업주 측의 답변은 뻔했다. “해왕성의 기압 변동으로 인한 공급 라인 일시적 결함.” 그는 이 문장을 보자마자 코웃음을 쳤다. 이런 핑계는 주로 통신 위성이 해왕성의 고리에 부딪혔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만큼이나 흔했다.
그는 서랍을 열어 낡은 휴대용 질량 분석기와 수갑을 챙겼다. 융통성 없는 그의 성격상, 서류로만 처리하는 것은 성미에 맞지 않았다. 그는 직접 현장을 확인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종류의 인간이었다.
열차를 타고 도착한 제12기지는 악취와 습기로 가득했다. 천장에서는 액체 메탄이 응결되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노동자들은 푸르스름한 안개 속에서 유령처럼 움직였다. 그들 사이를 가로질러 사장실 문을 걷어차듯 열었을 때, 뚱뚱한 체구의 사장은 값비싼 지구산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니, 최적화국에서 여기까지 웬일입니까? 연락이라도 하고 오시지."
"연락하면 공기 밸브를 열어둘 텐데, 그럼 증거를 못 잡지 않겠습니까?"
그는 사장의 말을 자르고 곧장 배급 기록 장치에 분석기를 꽂았다. 사장의 안색이 해왕성의 대기색처럼 파랗게 질려갔다.
"이보쇼, 나 여기 총독부랑도 연결된 사람이야! 당신, 이게 얼마나 무례한 짓인지 알아?"
그는 분석기 화면에 뜬 수치를 확인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알죠. 하지만 제 공무원증은 총독이 주는 게 아니라, 연맹 헌법이 주는 거라서요. 당신이 대통령 친구든, 외계인이든 내 알 바 아닙니다. 임금 체불분 전액 입금하시고, 산소 밸브 원상복구 하세요.
사장은 씩씩거리며 욕설을 내뱉었지만,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 사장의 욕설 횟수만큼 과태료를 추가로 기입하기 시작했다.
모든 처분을 마친 후, 다시 돔 내부로 돌아오는 길. 그는 열차 창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다이아몬드 비를 바라보았다. 해왕성의 가혹한 환경은 탄소를 보석으로 바꾸지만, 이곳의 인간들은 그 보석을 캐기 위해 스스로를 갉아먹는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낡은 식탁에 앉아 인스턴트 합성 영양제를 씹었다. 맛은 없었지만, 내장까지 든든하게 채워주는 이 느낌이 좋았다.
다음 날 아침, 그는 영하 210도의 해왕성 출근길을 뚫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그의 책상 위에는 대왕 오징어 가공 공장의 사장이 보낸 뇌물이 놓여 있었다. 지구에서 직송된 ‘진짜’ 사과 한 알이었다. 그는 코를 킁킁거리며 사과 향을 맡더니,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에 처넣었다.
오늘의 타깃은 해왕성 제4구역의 악덕 사업주 마 사장이었다. 그는 노동자들에게 임금 대신 해왕성 고리 구경권이라는 종이 조각을 나눠준 혐의를 받고 있었다.
그가 공장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 사장은 거만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임금 체불 총액 4억 5천만 해왕성 달러. 미지급 사유: ‘우주가 아름다워서’. 이거 본인이 작성하신 사유서 맞습니까?”
“아니, 그건 문학적인 표현이지.”
마 사장은 급기야 금고에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원석 하나를 꺼내 책상에 탁 놓았다.
“자, 이거면 됐지?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이거 들고 가서 못 본 걸로 해줘. 우리 사이에 왜 이래?”
그는 다이아몬드를 빤히 쳐다보더니, 주머니에서 전자 수갑을 꺼냈다.
“마 사장님, 실례지만 두 가지 실수를 하셨습니다.”
1. 첫째: 뇌물 공여죄 추가.
2. 둘째: 이 다이아몬드, 해왕성 길거리에서 흔하게 굴러다니는 공업용 연마제 수준이네요.
“뭐, 뭐? 이게 진짜! 야! 너희 사장 나오라고 해!”
그는 아주 익숙한 듯, 미리 준비해온 홀로그램 스피커를 켰다. 스피커에서는 해왕성 행성 정부 장관의 녹음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장관입니다. 민원인은 절차에 따라 서면으로 접수하시기 바랍니다. 삐-”
“들으셨죠? 장관님도 서면으로 하라시네요. 자, 이제 가시죠. 우리 국장님이 저를 아주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마 사장을 연행해 은팔찌를 채워 보낸 후, 그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동료들은 저 인간 또 한 건 했다는 눈초리로 그를 바라봤지만, 그는 평온하게 오후 업무를 시작했다. 해왕성의 푸른 노을이 지고 있었지만, 그의 퇴근 시간은 법정 근로 시간에 맞춰 단 1초의 오차도 없이 다가오고 있었다.
17시 59분 55초, 56초...
옆자리 신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선배님, 가끔은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생각 안 드세요?”
그는 외투를 챙기며 대답했다.
“주먹은 아프지만, 법은 기록에 남지. 그리고 주먹은 휘두르면 내가 가해자가 되지만, 법을 휘두르면 난 ‘정의로운 공무원’이 된단다. 이게 바로 철밥통의 마법이지.”
18:00:00.
시계가 바뀌자마자 그는 빛의 속도로 사무실 불을 끄고 사라졌다. 해왕성의 푸른 대기 너머로 또 한 번의 평온한 퇴근길이 열리고 있었다. 그의 뒤로는 방금 전 마 사장이 보낸 욕설 가득한 항의 메일이 스팸함으로 자동 분류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