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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호 Oct 02. 2020

그 신입사원은 어떻게 5년간 3억을 모았을까?

늦깎이 사회초년생 불꽃남자의 목돈 만들기

스물아홉, 나는 늦깎이 신입사원이었다. 남들이 열광하던 비트코인은 손도 대지 않았고, 한 발 앞서 선배들이 관심을 기울인 부동산에서 나는 완전히 소외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만의 방식으로 꾸준히 자산을 모았다. 조금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재수생, 삼수생, 낙오된 공시생,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한 한국의 젊은 친구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몇 년 늦었더라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차근차근 원하는 만큼의 자산을 쌓아 경제적 자유에 다가설 수 있다고 말이다.


스물아홉, 나는 늦깎이 신입사원이었다.
 



내 군 복무는 평범한 육군[1] 18개월보다 1년이나 더 긴 2년 반, 30개월짜리였다. 2년간 준비했던 공기업 입사의 꿈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결국 대학에서 배웠던 전공을 살려 사기업에 입사했을 때 나는 동기들에게 맏형, 큰오빠 소리를 들으면서 입사했다. 석・박사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남들은 24, 26살 파릇파릇한 나이에 시작할 때 나는 좀 더 지친 얼굴로 어린 친구들과 함께 신입사원 연수를 받았다.


그렇게 3~4년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부모님 도움 없이 나는 5년 뒤 3억을 모을 수 있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 주었던 것은 저축・투자・소득증가 이 세 가지의 조합이었다.

 

그렇다. 샀다 치고 안 사면 100% 할인이다. 출처: 시럽웰스


적금은 2%, 세일은 30%, 안 사면 100% 수익

바보야, 문제는 저축률이야!


취업준비생 때 처음 시작한 내 첫 재테크는 당시 유행했던 적금 '풍차돌리기'였다. 적금통장을 여러 개 만들고 시간차를 두고 계속 적립하여 적금의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었다. 열심히 했지만 결국 일 년 지나고 세금 떼니 남은 건 16만 4320원이었다. 인턴 월급과 과외를 하면서 번 금액을 꾸준히 넣었지만 돌이켜 보니 금액이 너무 소박했다. 티끌 모아 티끌이구나 싶었다.


내가 찾은 답은 저축률이었다. 취업이 되고 난 직후부터 남는 시간엔 부자에 관한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중 유수진의 <부자언니 부자특강>를 읽고 부자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란 것을 느꼈다. 부자처럼 보이지 말고 마음이 부자가 되어 쓸데없는 지출을 하지 말라는 것. 생각해 보면 신입사원 시절 의미 없는 술자리에서 낭비하는 술값만 해도 한 달에 족히 30만 원이 넘었다. 그 술값 한 달어치가 내가 그동안 넣은 2년 치 적금 이자와 맞먹었다. 적금 이자 1% 더 주는 곳을 찾을 에너지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게 10배 이상 효과가 있었다.


첫 해 성과급으로 취업준비를 위해 부모님께 빌렸던 천만 원을 모두 갚았다. 이후에도 남들이 연말 성과급 나오자마자 지르던 차도, 마이너스 통장도, 모두 미뤄뒀다. 다짐했다. 내가 집을 살 때까지는 절대 차를 사지 않겠다고. 통장을 용도별로 5개로 쪼개서 소비를 관리하고, 매달 나만의 '꿈 가계부'를 썼다. 매달 내가 쓰는 지출을 점검하고 불필요했던 소비가 무엇이 있던 지를 반성하고, 연말이면 저축률을 측정했다. 첫 해는 40%. 다음 해에는 50%였다. 목표를 최대 70%로 잡고 저축률을 매해 5%씩 늘려 나갔다. 저축률 달성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투자에 조금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투자의 여왕>의 모델이자 가치투자자 워런 버핏. 그는 투자가로서 여전히 전 세계 1위 부자이다.


저는 부동산 갭 투자는 안 할 건데요

저는 직장인 '가치투자자'입니다


안정적으로 저축률을 끌어올리니 신기하게도 돈이 쌓이는 속도가 느껴졌다. 이후에는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할까 고민했다. 한참 인기 있던 브라질 펀드, 비트코인 등은 자극적이지만 흥미가 가지 않았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꺼려졌다. 그러던 내가 주식 투자에 대한 기초를 접한 것은 이종범 작가의 <투자의 여왕>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만화로 되어 있기에 쉽게 내용을 숙지할 수 있었고, 주식투자의 핵심과 투기Speculation와 투자Investment의 차이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그 이후 한국 가치투자의 선구자인 최준철의 <한국형 가치투자 전략>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다. 신입사원 1년 차 때 카카오택시의 편리함에 충격을 받아 그 달에 주식 계좌를 열고 카카오에 투자하는 것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초반 두 해 정도는 다양한 투자 방법을 시도하면서 우당탕 했다. 점차 가치투자에 대한 확신이 굳어지면서 주력 종목 위주로 2~3년씩 장기 투자를 하며 3년 차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매해 2,000만 원 이상 수익이 나오며 점차 자산이 늘어갔다. 점차 주식투자금도 불어났고, 수익률 연 15~20%를 유지할 수 있었다. 6년 차 되는 해에는 주식 수익금과 배당금을 합쳐 드디어 확정수익 기준 순수익 1억을 넘겼다. 성향만 잘 맞는다면 가치투자는 직장생활과 병행하기에 최고의 투자법이었다.


직장인의 숙명을 피할 수 없다면, 비싸게 내 청춘을 사줄 곳을 찾아보자. 출처: 그림왕양치기


자산을 빨리 모으고 싶다면 승진보다는 이직을 노리자

내 가치를 더 알아줄 수 있는 곳에서 일하기


첫 직장은 해외 출장이 잦은 곳이었다. 남들은 비행기 타고 출장 가고, 추가 수당도 받으니 좋지 않냐며 부러워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출장 일정은 언제나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었고, 그나마도 대부분 중국, 베트남의 공업지역 등 여건이 좋지 못한 곳으로의 출장이었다. 밤늦게까지 일은 고되고, 한 번 출장을 가면 2~3주씩 그곳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남들은 해외출장 수당으로 주말마다 펑펑 돈을 쓰고 놀고 온다던데, 나는 내 소중한 에너지를 팔아서 번 돈을 그곳에서 쓰고 싶진 않았다.


2년 차 때부터 이직을 준비했다. 출장을 나가지 않을 때면 매주 주말 인터뷰 스터디나 이직 모임을 나갔다. 집에 있거나 출장을 가서는 투자 공부 아니면 이직을 위한 공부에 매달렸다. 주기적으로 이직에 필요한 내 이력서를 정리해 링크드인Linkedin에 올리고, 개발자로 이직하면 필수로 보게 되는 알고리즘 문제풀이와 시스템 구조 디자인System Architecture Design에 대해서도 시간이 되는 대로 꾸준히 공부했다. 회사 일이 널럴하지는 않았지만,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느껴지는 자괴감은 나를 계속 채찍질했다.


매년 기회가 되면 이직을 위한 면접도 봤지만 매번 낙방했다. 이직 준비 기간 동안 면접만 10번을 채웠다. 그러다 1년에 한 번씩 지원 가능한 구글 지원 3수 만에 입사제안서(=오퍼레터Offer Letter)를 받을 수 있었다. 연봉은 기존에 받던 것 대비 20% 정도 인상됐다. 퇴사하며 퇴직금을 정산받으니 꽤 큰 목돈이 쌓였다. 그 돈으로 내가 자신 있어하던 저평가 주식을 조금씩 추가로 매수할 수 있었다. 그렇게 늦깎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지 5년 뒤 중간 정산 결과, 내가 모은 자산이 3억이 조금 넘었다.




자산시장에서 소외되고 막막한 80・90년생에게

저축・투자・소득증가 중에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했을까?


누군가 부의 형성을 위한 세 가지 접근방법[저축・투자・소득증가(=나의 경우에는 이직)]의 중요도 순서를 묻는다면? 나의 경우는 저축 > 투자 > 소득증가(=이직)순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대략적으로 정리해 보면 저축, 투자, 이직으로 나는 각각 1억 4천만 원, 1억 원, 6천만 원을 모았다. (한편 이직이 현재의 자산형성에 기여한 바는 적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저축과 투자보다도 오히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이직하지 않았을 경우와 비교할 때 내가 느끼는 삶의 질과 경제적 보상의 차이가 누적되기 때문이다.) 더 단기간에 더 많은 돈을 모은 사람도 있겠지만, 다른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이룬 성과이기에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만족감이 크다.


'저축・투자・소득증가 세 가지 방법경제적 자유 달성에 어떻게 도움이 될까?'에 대해서는 앞으로 하나씩 쪼개서 다뤄볼 예정이다. 아직도 소외된 부동산에서 더 남은 먹거리가 남아있지 않을까 매번 기웃거리고, 너무 높은 당첨 청약점수에 좌절하는 20대, 30대들. 그중 특히나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고 행복해지길 위해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이들에게 내 이야기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https://m.blog.naver.com/lifetongwon/221762620720




* <바호와 코나의 실패한 재테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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