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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호 Aug 29. 2020

올해는 동창회 가지 마세요

가장 빠르게 행복해지는 꿀팁

재택근무하다가 퇴근하는 아내를 마중나가러 가는 길, 팟캐스트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Sounds true'라는 영어 공부하는 겸 듣는 팟캐스트인데, 그 중에서 경제적 자유를 이미 이룬 비키 로빈Vicki Robin이 한 이야기였다.


행복해지는 쉬운 방법 중 하나는 동창회에 가지 않는 것입니다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리가 어떤 민족인가? 동창회에서 '내가 제일 잘나가'를 증명하고자 가격 대 성능보다는 가격 대비 자랑이 손쉬운 독일차를 사고, 어느 브랜드의 가방인지 누구나 잘 볼 수 있도록 로고로 뒤덮인 ***똥 가방을 사는 게 미덕인 민족 아니었는가? 티브이를 켜면 '이렇게 하면 남들이 부러워한다'는 컨셉의 광고가 판을 치고, 동창회에서 자랑하기 좋은, 아이들이 자랑하기 좋다는 이미지를 마케팅에서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우리 나라에서 동창회를 가지 말라니.


그런데 동창회를 간 상황을 한 번 떠올려 보자. 우리가 동창회에 가게 되면 자연스럽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의 근황을 확인한다. 저 친구는 이번에 어리고 예쁜 여자랑 휴가를 다녀왔고, 얘는 잘생긴 연하남이랑 결혼을 하게 되었고, 누구는 집을 샀고, 누구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대박을 쳤고, 어떤 코인을 샀는데 대박을 쳐서 5배나 올랐고, 누구는 유산으로 받은 땅에 갑자기 정부 사업이 들어서서 수억을 보상받게 되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오갈 것이다. 끝도 없이 오가는 자랑의 경연대회처럼 동창회가 흘러가는 것은 미국도 한국 못지 않은가 보다.


그 속에서는 자부심으로 가득찬 그 누구라도 견디기 쉽지 않을 것이다. 적당히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과 옛날 얘기하려던 사람들은 옛날에는 친했던 친구가 어느덧 자신이 받는 연봉의 2배를 받고 있는 걸 알게되거나, 나보다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자기보다 투자에 성공해서 얼마전에 2배로 값이 뛰었다는 좋은 지역에 아파트를 산 것을 은근하게 자랑하면서 "에이, 아직은 다 은행꺼야. 나는 맨날 빚만 갚느라 허리가 휘어" 하는 모습을 보며 순수한 마음으로 축하만 해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왜 친구가 아파트를 사면 배가 아픈 것일까? 불공평함이 미치는 행복의 관계


그런데 왜 그런 것일까? 왜 도대체 사촌이나 적당히 알고 지내던 친구가 아파트를 사면 배가 아픈걸까? 우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나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가 올해 자산이 몇백억이 증가했다는 기사에서는 별로 박탈감을 못 느낀다. 문제는 재작년에 별 생각 없이 아마존 주식을 천만원 어치 샀다는 내 회사 옆자리에 있는 내 동료가 문제다. 그 주식이 최근 1년동안에만 벌써 2배가 돼버렸다고 한다. 갑자기 아마존 주식이 괜찮은 것 같다더니 나보고도 한 번 사보라고 했는데, 관심없다고 했던 내 자신이 미워진다. 타임머신이라도 타서 소리치고 싶다. "사! 사라고! 있는 돈 털어서 다 사!!!"


재테크 생각만 하면 우리 모두 과거의 나에게 소리치고 싶은 이야기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 feat. 인터스텔라


비키는 말한다. 공평함을 느끼는 것이 행복을 유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미네소타 대학교에서 최근 연구한 것에 따르면, 미국에서 1957년부터 1970년대까지는 매년 사회 전체의 행복도가 증가하거나 유지가 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특이하게도 1970년대 이후로는 계속 감소했다는 것이다. 그 중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 것은 빈부격차와 거기서 파생되는 불공평함의 감정이다.


1950대에 2차대전이 끝난 이후 사회는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고, 1970년대까지는 미국에서 중산층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사회적으로 서로를 비슷하게 느끼고, 계층적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중산층이라는 사회적 동질감은 행복을 느끼게 했고, 발전하는 경제 속에서 빠르게 상승하는 일자리의 수요와 임금 상승은 대부분의 걱정을 상쇄시켰다. 하지만 이후로 경제발전의 속도가 더뎌지면서 80년대부터는 점차 노동자와 자산가 사이의 격차가 점차 벌어졌고, 중산층은 얇아져갔다. 사회 곳곳에서 불평등이 노출되는 상황이 많아지자, 사람들은 행복을 느끼기 어려워 졌다. '21세기 자본론'을 저술한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빈부격차의 문제는 사회 곳곳에서 쉽게 불평등이 노출되는 것이다. 자산의 양극화에 따른 불평등. 일자리의 양극화에 따른 불평등. 소수자로서 사회에서 느끼는 차별에 따른 불평등. 이 모든 불평등은 한 사람의 삶의 만족도를 계속 깎아 먹게 된다. 동창회 역시 마찬가지이다.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친구들인데, 저 친구는 잘 나가는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렇지? 누군가는 내가 가진 것을 부러워 하겠지만, 내가 손에 쥔 것은 보이지 않고 남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더 크고 부러워 보인다.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노력하고 나를 응원해 주는 친구들을 만나자.


동창회는 절대 거들떠도 보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글은 아니다. 다만 동창회라는 것이 의외로 그냥 안가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 어차피 친한 친구들은 이미 자주 연락하는 친구들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굳이 동창회에 가서야 만나는 친구들은 사실 얕은 관계의 친구들일 확률이 높다. 그런 소모적인 모임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뭘 입고 가야하나 고민하지 말고, 별 다른 꼭 가야 하는 이유가 없다면 올해는 그냥 그런 모임에 당당하게 불참해 보자. 어차피 올해는 코로나라서 연말에도 오프라인 모임하기는 글렀다.


나를 응원해주고,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그런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내도록 하자. 어차피 자주 안 만나는 친구 굳이 근황을 확인해서 뭐할까? 어떤 친구가 어떻게 사는 지 안부가 궁금한데 뻘쭘하니 자연스럽게 만날 겸 동창회에서 만난다는 핑계는 대지 말자. 차라리 직접 오랜만에 생각났다고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이 훨씬 도움 될 것이다.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주고 따뜻한 관심과 존중을 받을 때 행복하다고 느낀다. 그럴 수 있는 친구들과 더 시간을 많이 쏟도록 하자.


@dylanferreira from Unsplash

경제적 자유를 향한 여정도 사실은 이와 비슷하다. 무의식적으로 꼭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소비들과 사회적 활동이 많지만 사실 하나하나 잘 따져보면, 소중한 내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결국에는 나를 더욱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하나하나씩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고, 어떤 것이 불필요한 것인데 내 인생에 계속 담고 있었는지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동창회처럼, 내 인생에서 정말 중요하지 않지만 행복에 딱히 도움이 안 되는 그런 것들이 뭐가 있는 지 다시 한 번 돌이켜 보는 시간을 잠시 가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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