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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호 Oct 18. 2020

자동차가 당신을 가난하게 만드는 이유

나는 경제적 자유를 위해 자동차를 사지 않기로 했다

대한민국에서 차를 사는 것은 부의 상징이며, 성공의 증명으로 여겨진다. 승차감보다는 '하차감'이 중요하다며, 좋은 차를 사야 하는 이유를 차에서 내릴 때의 사람들의 시선을 우선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말 차를 몰고 다녀야 부자인 걸까? 차를 사는 것은 우리의 경제적 자유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까?


우리가 감당해야 하는 자동차의  '하차감'은 파이어족에게 얼마나 가치 있을까?


자동차 구입으로 당신이 치러야 할 미래의 시간


연말 보너스로 차량을 구입하려는 김 과장을 예를 들어 생각해 보자. 대한민국 차량의 총 유지비는 서울 기준, 평균 78만 원이다. [1] 이 비용에는 구입비와 차량 유지비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평균 936만 원, 즉 차를 사게 되면 1,00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을 매년 지출한다. 김 과장이 이 차량을 계속 유지한다면 그의 조기 은퇴 계획엔 어떤 영향을 줄까? 경제적 자유를 위한 기본 공식 '4% 룰'[2]을 적용하여 계산을 해 보면, 차를 계속 유지하는 생활을 위해서 필요한 금액은 연 1000만 원에 25를 곱한 값이다. 은퇴자금 2억 5천만 원이 추가로 필요해진다. 남들 다 굴리는 차 한대 늘었다고 이런 효과가 있을 줄이야.


김 과장의 새 차와 '4% 룰', 안정적인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는 연 지출의 25배가 필요하다.


원래 김 과장이 매년 저축하는 금액이 2000만 원이었다고 가정을 해 보자. 차를 구입하며 저축이 1000만 원, 즉 절반으로 모으는 속도가 느려졌는데, 달성해야 하는 금액은 2억 5천만 원 늘어나 버렸다. 결국 김 과장은 별 다른 소득이 없다면 25년을 더 일해야 한다. 차를 유지하면서 경제적 자유를 달성하기 위해서 말이다. 알다시피 차를 타는 생활이 익숙해지면, 대중교통을 사용하는 것이 굉장히 고된 일로 느껴진다. 나중에 유지비가 더 적게 드는 차를 타게 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훨씬 더 오래 일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다. 연봉이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20년 정도라고 타협하더라도 말이다, 당신에게 차는 20년을 더 일하게 해야 할 정도로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인가?


결정적으로 자차를 몰고 다니는 것의 더 큰 문제는 소비 수준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결혼 전 뚜벅이 생활 데이트를 즐기던 불꽃남자가 아버지가 지방 출장 가신 틈을 타 잠시 자동차를 활용해서 데이트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자동차가 있으면 자동차가 있어야만 갈 수 있는 근교의 한적한 곳으로 놀러 가기도 하고, 이케아라던가 대형 쇼핑몰을 가서 새로운 소비 아이디어를 느끼고 갖은 소비 충동에 시달리기도 한다. 여자들이 명품백을 사면, 거기에 걸맞은 화장품, 어울리는 옷 등이 필요한 것처럼 자동차 역시 전반적인 소비 수준을 상승시킨다.


명품백 구입은 그에 맞춘 드레스코드를 위해 덩달아 소비 수준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출처: 스타일뷰티>


자동차 구입의 대안은 없을까?


물론 자동차가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사람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으며, 자동차 없이는 출퇴근이 불가능한 사람도 있다. 후자의 경우에는 자동차는 필수재로서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반드시 자동차를 굴려야 한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자동차가 없으면 이동이 너무 힘들 수 있다. 그런 경우라면 자동차를 반드시 굴려야 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경제적인 대안을 고려해 볼 수는 있다.  


1. 공유 자동차 서비스를 이용하기

현재 불꽃남자가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불꽃남자가 살고 있는 곳에는 걸어서 5분 이내의 거리에 공유차 사용이 가능하다. 정말 차량이 필요한 경우에는 미리 며칠 전에 예약을 해 놓으면 훨씬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참고로 나의 경우를 보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 데, 5시간 기준으로 회당 4~6만 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물론 이 가격에는 보험비와 기름값 모두 포함되어 있다. 한 달에 두 번을 꾸준히 이용한다고 해도 연간 120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


2. 중고 자동차 구입하기

중고차량의 경우에는 이미 가격이 싸게 나온 경우가 대부분인 데다가, 감가상각비가 신차에 비해서는 심하지 않다. 따라서 실제적인 차량 구입 가격뿐만 아니라 세금도 훨씬 하락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중고차는 예상하지 못한 저품질의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품질이 나쁜 차량을 구매할 수도 있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수리비 때문에 유지비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3. 경제적인 차량을 사용하기

경차나 전기차 같은 경제적인 차량을 구매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도 있다. 평균 차량 유지비의 절반이 구입가와 연료비로 소비되니,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특히나 친환경차량 같은 경우는 정부에서 보조금도 2020년까지는 많이 지원해 주고 있으니, 장기적으로 운행할 거라면 좋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친환경차 보조금 규모도 매년 점차 줄어들고 있고, 당해연도에 늦게 구매하면 보조금이 일찍 바닥나 받을 수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공유 자동차 서비스를 사용하면 훨씬 저렴한 자차 보유효과가 있다, 국내 TOP2 쏘카 & 그린카


자동차가 주는 가치가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하는 것이 너무 비효율적이라던가 자동차가 있어야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단순한 취향 때문에 자동차를 모는 것이라면 그것은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자동차를 포기할 수 없다면 다른 지출을 그만큼 포기해야 똑같은 속도로 경제적 자유를 쟁취할 수 있다. 생활비를 획기적으로 줄인다던가, 혹은 주거비용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정답은 소비의 리모델링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이외에도 시계, 명품백, 옷장의 수많은 옷, 창고 한편의 골프채 등등 다양한 소비가 경제적 자유와 멀어지는 소비들이 수 없이 많다.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경제적 자유를 위해서 소비의 욕망을 모두 거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비는 결국 욕구와 결핍된 감정을 채우기 위한 행동이다.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다른 욕구로 대체될 뿐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조금 더 비용을 더 적게 들여도 충분히 부족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대안을 찾는 일이다.


고비용의 소비생활을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저비용의 소비생활로 변화하는 것, 즉 '소비의 리모델링'을 통해서 우리는 더 나은 소비생활을 만들 수 있다. 방법은 아래와 같이 하나하나 소비생활을 뜯어보면 된다.


1. 줄이고 싶은 소비를 정한다.

2. 해당 소비가 만족시키는 나의 욕구를 찾는다.

3. 욕구를 충족시킬 대안을 적용해 본다.


예를 들어 차량이 필요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차가 필요한 이유가 좀 더 휴일에 먼 곳으로 데이트를 나가는 것이라면, 그 욕구는 다양한 데이트 활동이다. 앞에서 말했던 대로 주말에만 차를 미리 예약해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사용하거나, 기차 여행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부부가 하는 외식을 하는 욕구를 생각해 보면, 외식을 하는 것은 맛있는 요리와 훌륭한 분위기를 구매하는 행위다. 그런 것은 요리 유튜버를 찾아보면서 더 맛있게 한 끼 음식을 차려 먹는 것으로 대체할 수도 있는 것이다. 멋진 양초와 배경음악을 곁들인다면 레스토랑 부럽지 않다. 요리 재료가 많이 남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요즘 시판되고 있는 '밀 키트' 제품을 사용한다면 남는 재료 없이 깔끔하게 멋진 2인~4인 요리를 만들 수도 있다.


요리는 현명한 파이어족이 꼭 갖추어야 할 필수 절약 스킬 중 하나이다. <출처: Unsplash>


사실 궁극적으로는 소비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좀 더 극적인 활동이 필요할 수 있다.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에서 제현주는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저비용 구조로 자신의 욕구를 재편하고 싶다면 다른 장소와 다른 관계망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일상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는지, 어떤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지가 우리 욕구의 많은 부분을 결정한다.


내가 과소비를 하고 있다면, 내 주변 사람들이 과소비에 대해 둔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돈을 아끼기 위해 인간관계를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지만, 그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소비로 인해 미래의 나를 계속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핸드폰을 비롯한 모든 스크린에서 온갖 광고가 흘러넘치는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소비를 줄이기는 결코 쉽지 않다. 미래에 행복하기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깎아먹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현재의 무책임한 소비가 미래의 나 자신을 계속 월급노예로 잡아 두고 있지는 않은지도 같이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 어느 쪽이 조금 더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인지에 대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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