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 불꽃남자의 재테크 징비록
이전 글[그 신입사원은 어떻게 5년간 3억을 모았을까?]에서는 대부분 순탄하게 돈을 모으는 과정이 묘사가 되었지만, 사실 돌이켜 보면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하루라도 어릴 때 이것저것 다 경험해보자는 마음에 다양한 투자를 시도해봤지만 모두 성공으로 끝나진 않았기 때문이다. 재테크를 시작하는 다른 재린이들에게 타산지석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눈물을 머금고 회고해본다.
처음으로 장기투자의 성공을 안겨다 준 주식은 카카오였다. 카카오는 7~8번 정도 분할 매수하여 주식 투자 비중 60%가량을 차지했고, 2017년 카카오뱅크가 재평가가 되면서 크게 이익을 보고 정리했다. 그 후, '장기 주식 투자는 마침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한국전력을 매입하게 되는데... 이 당시에도 한국전력은 절대 망하지 않는 가치주이고, 잠시 원전정책과 전기세 인하가 부담되지만 3년 정도면 수익구조가 정상화될 거라고 자신했다. 그렇게 점차 추가 매입으로 인해 한전에만 투자 자산의 50% 정도가 들어갔었다.
그런데 매수를 3만 원대에 시작했는데, 계속 떨어지더니 2020년 3월 중하순 코로나 주식폭락 시기에 무려 15000원까지 내려갔다. -50% 수익률이 된 것이다. 확정손실은 아니었지만 그동안 4~5년간 주식으로 얻은 모든 수익만큼의 손실이었다. 그 전에도 계속 한전 주가는 내리막을 타긴 했다. 한전이 공기업이긴 하지만 사기업으로서의 경영개선활동을 그렇게 등한시할 줄은 몰랐다. 그때 어차피 주식 값이 모두 떨어진 김에 가망이 훨씬 있어 보이는 다른 주식으로 갈아탔다. 그 이후로 한국 주식시장이 계속 좋아져서 새로운 종목에서 6개월간 수익이 한전 투자 실패를 다행히 모두 메꾸어 주었다. 하지만 한 번의 잘못된 선택에 지금까지 얻은 모든 수익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상황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P2P투자란?
- P2P금융은 Peer To Peer finance의 준말로, 대출자와 투자자를 직접 연결하는 형태의 금융상품. 즉, 돈을 투자해 수익을 얻고 싶은 투자자와, 돈이 필요한 대출자를 P2P플랫폼 업체가 연결하여 두 주체 사이에 돈이 오가게 하는 서비스이다. [출처: 뱅크샐러드]
호기심으로 시작한 P2P 투자는 2015년부터 시작했다. 개인부채대출, 부동산, 벤처투자, 막걸리 기업투자, 뮤지컬 채권투자에 이르기까지 10만 원짜리 소액부터 500만 원짜리 투자까지 해봤다. 대부분은 6~10%의 수익을 꾸준하게 가져다주는 효자상품들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500만 원짜리 뮤지컬 투자였다. 뮤지컬 작품에 티켓 매출을 담보로 하는 상품이었는데, 수익률이 10%대로 높았고 추가 보상으로 해당 뮤지컬 VIP관람권 4장(시가 56만 원)을 주는 상품이었다. 당시 8차까지 진행이 되었던 펀딩이고 1차는 상환이 잘 되고 있어서 별생각 없이 알짜배기라고 생각하며 투자했다.
이 투자는 제대로 망했다. 해당 뮤지컬이 흥행하지 못해서 중간에 뮤지컬 회사는 이 투자 건에 대해서 중간부터 상환을 계속 연기했다. 배 째라고 나선 것이다. 결국 채권은 부도가 나버리고, 채권추심 업체가 대신 돈을 받아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원금의 약 40%가 체납되었다. 즉 수익률 -40%가 되어버렸고, 지금까지 얻은 P2P 수익을 모두 잠식하고 최종 -23.44%가 내 최종 P2P 투자 결과가 되어 버렸다. 다행히도 그때 얻은 뮤지컬 VIP티켓으로 당시 여자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여자친구 부모님께도 선물해서 좋은 인상을 남겼다. 고 내 결혼에 기여를 했다고 믿으며 위로할 뿐...
내가 '웬만한 절약이 적금보다 훨씬 나은 재테크 수단'이라고 하니 아내는 꽤 자극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러다 어느 날 같이 JTBC <정산회담> 프로그램에서 사소한 비용도 아껴서 서울에 아파트를 샀다는 '강 과장'의 에피소드를 보고는 아내가 2차 자극을 받았다. 생활 속에서 절약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깊이 공감한 것이다. '강 과장'의 절약 비법으로는 '회사에서 보조배터리 충전해오기', '집에서 촛불 켜고 샤워하기', '대파를 화분에서 키워먹기' 등등이 있었고, 아내는 본격적으로 그의 짠 테크를 본받기 시작했다.
아내는 더 나아가 짠테크 부업도 시도했는데, 그 중 하나는 '웨딩카페 댓글달기'였다. 아내는 결혼을 준비하면서 다이렉트 웨딩이라는 결혼 준비 커뮤니티를 주로 활용했고, 그 커뮤니티는 카페 활성화를 위해 댓글을 달면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리워드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하루에 최대 10개까지, 댓글 한 개에 100원씩 보상을 해줬다. 이걸 꾸준히 부업처럼 해서 결혼비용을 줄여보겠다는 게 아내의 계획이었다.(한 달에 약 3만 원 정도) 또, 일정 목표를 정해진 기간 동안 달성하면 상금을 주는 <챌린저스>라는 어플로도 짠테크를 했다. '아침 7시 기상 인증', '물 하루에 6번 마시기 인증', '매주 책 읽기 인증', '홈트레이닝 인증', '매일 비타민 약 먹기 인증' 등의 미션을 하루도 빠짐없이 성공하면, 실패한 다른 사람의 참여비를 상금으로 받는 시스템이었다.(한 달에 약 5천 원 정도)
자잘한 미세먼지 부업을 4달 이상 지속하던 아내는, 어느 날인가 침대에서 울어버렸다. 생활비를 줄이는 것도 힘들고, 회사 일도 지치는데 이렇게까지 해서 백 원, 이백 원씩 돈을 모아야 하냐는 자괴감 때문이었다. 우리가 결혼한 후로 서울 집값은 매달 천만 원씩 오르는 것 같은데, 집이 없는 신세를 벗어나는 일이 너무 요원하게 느껴져서 서러웠던 걸까. 그 이후로는 이런 자잘한 재테크를 다 치워버리고, 좀 더 행복한 시간에 집중하기로 아내와 약속하면서 아내는 더 이상 짠테크에 대한 부담을 덜 갖게 됐다. (요즘도 댓글은 달고 있다고 한다....)
'모든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 분산투자의 원칙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리스크가 높다는 것이며, 내가 파악하지 못한 리스크가 있다면 투자를 제고하라'
- 리스크를 고려하는 투자의 원칙
'나의 시간 대비 효용가치가 높은 일에만 시간을 배분하라'
- 현명한 투자 선택의 원칙
돌이켜 보면 대부분의 성공한 부자들이나 투자자들은 모두 철저히 원칙을 지키고 큰 시야에서 부를 쌓는 데 집중하기를 권장한다. 어찌 보면 사실 위의 세 가지 사례 모두 이미 결과가 뻔한 것들이었는지도 모른다. 잘 알려진 재테크・투자 관련 책에서 지겹게 보았던 격언들을 무시했던 우리들의 잘못이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행착오를 하겠지만, 과거의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좀 더 효율적이고 행복한 방법으로 경제적 자유에 다가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 바호와 재테크 성공사례: <그 신입사원은 어떻게 5년간 3억을 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