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by 모정연

정전 직후 주방에서 조리하던 사장님이 나와 빠르게 사과했다.

새로 오픈하며 시공한 전기 배선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는 추측이었다. 오늘 식사 값은 모두 안 받겠다고 했지만 문도형은 먹은 만큼을 모두 계산했다. 모두가 카드를 들고 사장님과 다시 불꺼진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걸 지켜봐야 했다. 영수증에서 가장 큰 값을 차지하는 건 우리의 문어숙회 한 접시일 것이다.

여덟시라는 애매한 시간 수십명이 순식간에 거리 신세였다. 이 시간 예약 없이 갈 곳이 있을 리 만무했다. 자연스럽게 자리는 파하는 수순이었다.

“오늘 저희 다시 갈 곳을 찾기는 어려울 거 같아서 제가 빠른 시일 내로 다른 날 모일 수 있게 준비해서 안내드릴게요. 다 힘들게 모여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카드를 들고 나온 문도형은 모두에게 사과했다. 모두는 질색팔색을 했다. 이건 도형님 잘못이 전혀 아니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문제였다며. 혹시라도 터진 전구로 인해 다친 사람이 있다면 즉시 본인에게 연락해달라고, 보험사를 통해 산재 처리까지 도와주겠다고 사측 발언을 서슴없이 이었다.

“제 차 타러 가실래요? 제가 데려다드릴게요.”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셋은 수십명 인파에서 뚝 떨어져 우리끼리의 외따로 있었다.

“저 화장실만 빨리 다녀올게요. 잠시만요.”

뭐하러 상가 화장실을 가냐며, 회사로 돌아가 깨끗한 곳으로 가자는 숙희 만류에도 금방이면 된다고 소리치며 아까 갔던 상가 화장실로 뛰었다. 빈 화장실로 들어와 머리카락을 살살 치워보니 목 끝에 빨갛게 핏자국이 보였다. 화장실 근처 쪽 전구가 터지면서 아마 내 쇄골 쪽까지 파편이 튄 듯했다. 다행히 박힌 건 없어 단순히 얕게 긁힌 거라 피도 멎어있었다.

수돗물을 틀어 상처난 분위를 벅벅 닦았다. 지혈도 된 상태라 집 가서 후시딘 바르고 자면 멀끔해질 듯했다. 휴지로 물 닿았던 쇄골 부위를 꾹꾹 닦던 그때였다.

“야! 그게 아니라니까! 저 여우 새끼가 다 알고 온 거라니까? 문도형이 안 부를 거 같으니까 기어 온 거 아니야. 와꾸부터 들이밀고 보는 버릇 못 버린 거라고. 왔는데 가라고 못 할 거 알고 온 거라니까? 꼴에 기 죽어서 우리 테이블로는 못 온 거고.”

"여태 퇴사 안 했냐? 난 쟤 당연히 잘렸을 줄? 그거 방송 끝나고 쟤 최합하고 모든 팀이 다 받아주기 싫어해서 폭탄던지기 한 거 개유명하잖아. 불쌍한 광고팀이 그 해 KPI 달성 불가니까 폭탄 가져가서 똥 치워준 거지. 것도 모르고 개나대."

"아이돌이니 뭐니 감성팔이해서 입사해놓고 여기까지 꾸역꾸역 기어오는 꼴 봐라. 걔 테이블에 있던 애도 이번 주에 뉴스타 나온 애 맞지. 지금 잠깐 잘 나가는 팀 있다고 뭐라도 되는 거처럼 어깨에 뽕 맞았더만. 라방으로 보는데 공채 아니고 스펙 후지다면서 뭔 창업? 들어보지도 못한 사업 망했다고 감성 즙 짜내던 게 딱 여우새끼 특채 입사 전 방송 나오던 감성이랑 똑같아. 짜쳐서 듣다 껐잖아."

"어차피 나중에 공채한테 발릴 거. 지금 잠깐 잘 나가는 팀 있다고 나대. 아니 문도형은 왜 급 안 맞는 것들까지 싹 다 불러."

"어차피 몇 년만 지나도 공채한테 발려서 사라질 거면서 지금 뭐가 잘났다고 나대 나대길."

우르르 천둥처럼 이어지던 소음이 멈출 때까지 잡은 손잡이를 돌리지 못했다.

상처 난 건 쇄골인데 쇳덩이 손잡이 잡은 손이 얼얼할 만큼 뜨거웠다.



“변기에서 잠드신 줄!”

화장실에서 돌아왔을 때 숙희가 으스스한지 몸을 부르르 떨며 타박했다. 아까의 인파는 흩어지고 듬성듬성 드물었다. 늦어서 미안. 말하며 두 사람과 다시 한별 사옥을 마주보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아 저기!”

누군가 우리 쪽으로 빠르게 뛰어왔다.

“혹시 세분 어느 쪽으로 가세요? 가는 길 맞으면 도형님 차로 같이 가실래요? 도형님이 데려다준다고 하셔서요. 도형님이 아까 그 테이블 있을 때 그렇게 됐다고.”

뛰어온 유민정 머리가 회사에서 본 이래 처음으로 흐트러져있었다.

“저흰 저희끼리 가면 돼요. 어차피 가는 길도 다르고.”

머뭇대는 두사람 대신 내가 빠르게 답했다.

“아 정말요? 세분 어느 쪽으로 가시는데요?”

“도형님한테 아까 알아듣게 말했는데. 가는 길 다르다고.”

눈앞에 있는 건 유민정이지만 이쪽으로 걸어오는 문도형에게 말했다. 문도형이 멀어서 못 들어도 이런 건 유민정이 충분히 충실히 전할 것이었다.

“네, 제 차로 다 같이 가기로 했어요. 저희 셋 다 강북쪽 비슷하게 살아서.”

설명하는 송지원에게 고갯짓으로 그만하고 가자고 눈짓했다. 송지원은 유민정에게도 예의 차려 설명하며 고개 숙여 뒤에 오는 문도형에게도 인사했다.

“빨리 가자.”

느리게 처지는 숙희 손목을 잡아 끌었다.

굳이 원망할 사람을 찾아보자면 흔해빠진 비난을 혓바닥으로 손쉽게 배설하는 이들보다는, 그럴 걸 알면서도 우리를 들러리로 세우기 위해 한 곳에 묶는 배려 없는 저의가 더 싫었다. 세상이 이토록 울퉁불퉁하게 못났다는 것도 이 나이 먹도록 못 배웠다면 그 순수한 무지를 오늘만큼은 경멸해도 괜찮지 않나. 내 발로 걸어와 충분히 예상 가능한 모욕을 들었으면서도 판을 깐 문도형이 싫었다. 머릿속에서까지 논리적으로 화살을 나에게 돌려 자책할 필요 없었다. 화장실로 사라지던 모욕을 기폭제 삼아 튼튼한 신발을 신은 덕에 발 디딘 땅의 거친 면을 모르는 저들을 실컷 원망하고 싶었다.

“뭐야. 기껏 강북 산다고 말했는데 데려다준다는 건. 강남 살 게 뻔하면서. 나는 빈소리 남발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

송지원에게 설명했다. 성질 더러운 인간이라 오해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 드럽게 배고프네.”

쌀쌀한 봄바람에 숨고자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중얼댔다.

“우리 동네 우동집 기가 막힌 곳 있는데 가실래요?”

송지원은 이미 나 역시 단골인 우리 동네 명물의 상호명을 읊으며 웃었다.



송지원의 경차 이름은 닝닝이었다. 모닝의 뒷글자 이름을 따서 할머니가 지어준 별명인데 입에 익어 그렇게 부른다고 했다. 셋을 태운 닝닝이는 힘차게 달렸고 덕분에 우동과 김밥까지 야무지게 먹어 배를 채웠다.

든든해진 배로 숙희를 동네에 내려준 뒤 송지원과 다시 동네로 넘어왔다.

“우리 진짜 생각보다 엄청 가까운 이웃 주민이네요.”

송지원은 네비도 없이 내가 안내하는대로 차를 몰았다. 빌라 앞까지 가자고 하면 가끔씩 택시 기사님들도 차 빼기 어려울 것 같다고 싫어하셔서 슈퍼 앞에서 적당히 내려달라고 했다.

송지원은 아예 나와 차에서 함께 내렸다.

“아니 데려다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진짜 안 내리셔도 돼요!”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이었다. 송지원은 날쎄게 슈퍼 안으로 들어갔다. 시동까지 끄고 내려 뭐라도 사나 싶어 어색하게 기다렸다. 이내 문을 밀고 다시 튀어나온 순간 송지원의 금발 머리가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방송 출연할 때는 늘 검은색을 고집하더니 왜 갑자기 탈색했을까. 저 머리가 그를 더 모두에게 입방아 찧도록 만드는 원흉은 아니었을까. 이렇게 뒤에서 씹힌다는 걸 송지원이라고 모를까 싶은 마음이었다.

“집에 후시딘은 있으시죠?”

불쑥 손 내밀어 송지원이 건내는 것은 데일밴드 한 통이었다.

“여기. 아까 다친 거 맞죠.”

손가락으로 본인 쇄골을 가리킨 송지원 덕분에 그제야 내 상처가 기억났다.

“보셨어요?”

“차 타고 가다가 얼핏 봤어요. 전구 터질 때 다치신 거 맞죠.”

“눈썰미가 엄청 좋으시네. 근데 뭐 박힌 거 전혀 아니고 그냥 긁혔어요. 지원님은 다친 데 없는 거죠?”

그는 괜찮다며 데일밴드를 건넸다.

“아마 밴드가 오래돼서 좀 끈적거릴 수는 있는데, 그래도 아마 영 못 쓸 정도는 아닐 거예요.”

이 슈퍼에서 데일밴드를 파는 줄은 몰랐는데, 덧붙이자 송지원이 씩 웃었다.

“전 그 얘기가 제일 좋았어요. 언제든 신발끈 묶고 달려나갈 준비 됐다는 말. 제가 하던 생각이랑 똑같아서.”

쳐다보자 그가 웃었다. 아까 이 얘기 하고 싶었는데 터져버려서. 손으로 슈퍼 옆 가로등 전구를 가리킨다. 탁탁. 날벌레들이 전구로 날아드는 소리만이 적막을 채웠다. 그 소리가 꼭 우리 같았다. 인생이 어떻게 바뀔까 싶어 온 몸을 내던져 알전구로 다이빙하는 꼴. 그게 얼마나 처절하게 날개가 타들어갈 것도 각오한 일인지 모르는 남들 눈에 우스운 지도 모르고.

“슈퍼에 혹시 더 팔았으면 하는 거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네?”

생각으로 잠시 대화를 놓친 틈에 이상함을 느꼈다. 가로수 전구 옆 송지원 머리 위에서 빛나는 간판. 한 번도 존재감이 없어 눈으로 읊어볼 생각조차 안한 간판 속 글씨.

“이거 상자 좀 옮기라니까 그새 어딜 나갔어!”

슈퍼 안 할머니의 쩌렁쩌렁한 목청 소리가 닫힌 문을 뚫고 나왔다.

“할머니한테 말해서 제가 더 들여두라고 할게요.”

노란색 간판에 파란색으로 박혀있는 네글자. 지원슈퍼.

“알겠어 할머니 나 금방 다시 들어가! 여기 친구랑 얘기 중이라 그래!”

닫힌 문 사이로 할머니에게 이야기하는 송지원 표정이 다정했다.

“우리 진짜 이웃 주민이었다. 그쵸. 저는 저기 아래 살거든요.”

송지원이 손끝으로 다리 아래를 가리켰다. 저쪽 동네도 빌라들이 딱지처럼 가깝게 밀집된 동네였다. 아아, 그제야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슈퍼 문이 푸드득 소리를 내며 할머니가 쑥 나오셨다. 얼른 놀라 허리 숙여 인사했다. 할머니가 무거운 생수 묶음을 들고 있는 걸 보자마자 송지원이 왜 이런 걸 들고 나오냐며 잽싸게 뺏어 들었다.

“아, 저, 그러면 가볼게요. 오늘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송지원에게 고개 숙이자 할머니가 내가 송지원 친구냐고 물었다. 무심한 할머니 눈길 닿은 옷매무새를 판판히 다잡았다.

“응 할머니 나 회사 친구야.” 할머니에게도 변함없이 싹싹한 목소리였다.

“이 동네에서 또 대단한 아가씨가 하나 있었네.”

할머니 말투는 여전히 투박했지만 그 안에서 손자를 얼마나 기특하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느껴졌다. 옆에서 송지원이 가보라고 손인사를 했다. 할머니는 생수 묶음을 뜯어 냉장고 문을 여느라 여념 없으셨다. 영락없이 송지원이 도와야하는 일인 듯했다.

“어디 다친 거야? 그런 거면 여기 말고 약국을 갔어야지.”

거친 손으로 생수를 넣는 할머니 옆에서 송지원이 거들었다.

그 말씀에 데일밴드 든 손을 별 일 아니라며 흔들었다. 괜히 송지원도 걱정하는 낯이 될까 인사하며 뒷걸음질로 멀어졌다. 송지원도 상처가 깊으면 꼭 병원에 가야 한다고 잔소리를 덧댔다. 큰소리로 인사하며 얼른 오르막을 향해 뛰었다.

다시 돌아봤을 땐 송지원이 할머니 대신 무릎을 굽히고 생수들을 냉장고 안에 넣는 중이었다. 투닥대는 말소리들이 멀어 듬성듬성 끊겨 들렸다. 그러다 이쪽을 돌아본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얼른 손을 흔들어준 뒤 오르막을 올랐다. 아마도 송지원이 쳐다보고 있을 것 같아 처음으로 전력 다해 뛰어봤다.


화장실에서 들었던 말들이 여전히 발끝에 채였다. 더 힘있게 발을 굴렀다. 있는 힘껏 그 소리들을 밟아버리기 위해 발목에 힘을 실었다.


집 화장실로 돌아와서는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

짱구가 엉덩이를 내놓고 중구난방 여기저기 박혀있는 정신 산만한 데일밴드 때문에.

우리 집에도 멀쩡한 데일밴드들이 많았지만 후시딘을 바르고 굳이 그 데일밴드를 쇄골에 붙였다. 더 꾹꾹 눌러 붙여봤다. 이제 따끔한 생채기 위에 짱구가 장난치며 브이를 그리고 있었다.


*


[지원님 오늘은 제가 맨정신으로 다시 여쭤볼게요. 96모임 저 방 초대 해드릴까요?]

숙희는 타고난 행동파였다. 다음날 아침이 밝자마자 우리 셋만 있는 단톡방을 만들었다.

아직도 문도형의 단체방에는 송지원을 누구도 초대하지 않았다. 유민정은 바로 초대할 것처럼 굴고 깜빡한 듯했다. 송지원이 그 방에 저를 초대해달라고 하면 아연해질 일이다. 어제 화장실에서 그 대화를 들은 후로 오만정이 떨어진 뒤였다.

[아뇨 그냥 동네 친구들만 만났으면 됐죠 뭐]

다행히 송지원도 96모임에 전혀 미련이 없었다.

[병자년생도 아닌데요 뭐. 그냥 돼지띠 모임에 소도 껴주시면 안 돼요?]

그 말에 숙희도 큭큭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왔다.

[지금 다들 한가하시면 14층 자판기로 오시죠. 저랑 홍연조랑 친해지게 된 계기 알려드릴게요.]

어제 못다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아직 우리 팀은 모두 출근 전이었다. 오늘은 보통 모두가 재택근무를 하는 날이었으므로 회사에는 혼자만 있을 예정이었다.


나란히 꿀떡 세 팩을 뽑았다. 이게 우리 우정의 시발점임을 알려줬다.

“저도 이거 입사하고 이번 주에 처음으로 먹어봤거든요. 근데 엄청 맛있더라고요. 14층에만 이런 맛있는 게 있었다니. 그동안 몰랐어요.”

지원의 말에 숙희 눈이 동그래졌다.

“와! 꿀떡 가져간 분이 여기 계셨네. 이 회사 아무도 꿀떡 거들떠도 안 보는데 우리만 먹는 거 알죠?”

“꿀떡엔 또 아메리카논데.”

내 말에 숙희는 신이 나서 앞장섰다. 왜 우리 회사 사람들은 다 이 맛있는 꿀떡을 안 먹을까? 숙희가 개탄했다.

“다들 배가 안 고파서 그래.”

내 말이 끝나자마자 카페 층에서 승강기 문이 갈라졌다. 각자 커피와 함께 꿀떡 랩을 벗기고 하나씩 꺼내 먹었다. 손으로 먹어야 제맛이라는 숙희 추천에 지원도 과감히 손으로 먹었다. 어차피 팀장님도 재택근무 하는 날이라 마음이 평소보다 여유로웠다.

“우리 주인공도 모닝커피 하러 왔나부네.”

꿀떡 두개를 입에 넣고 우물대는 숙희 시선으로 우리도 고개를 돌렸다. 주문대에서 이름 모를 사람들과 섞여있는 문도형이었다. 한 번 안면을 트기 시작하자 생전 못 보던 사람이 자주 눈에 띄었다. 카페에 사람이 얼마 없던 바람에 우연히 이쪽을 본 문도형이 가볍게 목례했다.

“우리가 뭐 꿀떡을 훔쳐먹는 것도 아닌데 왜 저 사람한테는 맨날 뭉쳐서 훔쳐먹는 모습만 들키는 거 같냐.”

티슈에 기름기를 닦으며 구시렁댔다.

“담부턴 비상계단에서 만나시죠. 거기서 먹는 꿀떡이 더 맛있어요.”

내 말에 송지원은 뭐가 웃긴지 이걸 왜 비상계단에서 먹냐고 묻는 대신 좋다고 화답했다.

“쟤네 아부지가 우리 먹으라고 꿀떡 놓은 거 우리가 먹는 건데 기죽지 말자고.”

숙희의 말에 다시 돌아봤을 때는 픽업대 앞에 선 문도형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가 웃긴지 눈에 눈물까지 맺힐 것처럼 웃는 와중이었지만 문도형 시선은 싸늘했다. 웃지 않으면 한없이 표정이 서늘한 눈매였다. 회사에서 낮에 보니 어제의 사석에서 보던 것과는 분위기가 판이했다.

공교롭게도 문도형이 일행과 앉은 건 우리 테이블 근처였다. 셋 다 어색하게 문도형과 다시 눈인사를 해야만 했다.

우리는 송지원에게 어떤 색의 꿀떡이 제일 맛있느냐고 논하던 중이었다. 아예 눈을 감고 하나씩 먹어본 뒤에 판단하는 게 어떻겠냐고 별 것도 아닌 것에 새삼 진지해지던 와중이었다.

문도형이 오니 모든 게 불편해졌다.

"전 아무래도 하얀색! 이게 제일 맛있어요! 아 근데 못 고르겠다, 다 너무 맛있는데 어떡하죠?"

진지할 것도 아닌 일에 송지원이 너무 고심을 하는 꼴이 우스웠다. 우리 등 뒤에서 문도형이 대화를 다 들을 수 있단 사실에 안타깝게도 모든 흥미가 식어버렸다.

"일어날래요? 우리끼리는 동네에서 밥 한번 더 먹어요."

가장 먼저 의자를 밀며 말했다. 고개를 돌리면 문도형과 인사할 수 있을 테지만 그러지 않았다.

다 먹은 빈 꿀떡 종이팩 들고 걷는 행위가 부자연스러웠다. 등딱지에 문도형 시선이 들러붙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 때문이었다.

쓰레기통에 있는 힘껏 먹고 남은 팩을 넣었다.

"쓰레기통 부수겠다 야. 하여간 애가 잘 먹고 다녀서 힘이 남아 돌아요."

숙희가 낄낄대며 내게 어깨동무를 했다. 송지원 머리카락은 하여간 거무칙칙한 회색톤 건물에서 오늘도 가장 튀었다.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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