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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허영감 Jan 02. 2025

7. 아내의 혹독한 60세 맞이

이제 아파할 나이

25년 새해가 밝았지만 올해는 집사람이랑 서로 복 받음 인사도 하지 못했다.


코로나 이후 한 번도 아파본 적 없는 사람인데 24년 마지막 밤을 기침에 오한에 두통에 목 통증까지 견디며 긴 밤을 새우고 새해를 맞았, 퉁퉁 부어버린 얼굴이 간밤의 고통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전에는 가라 가라 해도 내일이면 좋아질 거야 하며 마다하던 병원도 자발적으로 다녀온 걸 보면 아파도 너무 많이  아픈가 보다.

입맛 없을 집사람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새해 첫날을 위해 아내가 준비했던 떡국대신 본죽에서 야채소고기죽을 사 오는 것뿐, 그 마저 몇 숟갈 뜨고는 수저를 내려놓는다.


다행히 새해 첫날이 아내의 휴무인지라 그렇게 하루를 쉬고 나면 나아지겠지 희망 어린 기대가 무색하게 또다시 길고 고통스러운 밤이 지났것만 여전히 나아지지 않다.


어쩌다 얻어걸린 지독한 녀석인데 아내는 이제 늙어서 그런가 실망하는 마음이 많이 드는가 보다.


오늘 하루 회사에 병가를 내고 쉬라 해도 자신 때문에 동료들이 힘들어진다고 기어코  힘든 몸을 일으켜 출근길 나선다.


나도 32년 소방관 근무 중 병가 한번 없이 은퇴했는데 다른 건 다 안 닮았는데 어찌 이런 건 같을꼬, 안쓰러운 가운데 동지애가 살짝 든다. 지다 우리 0 0 0 주임님.


아픈 아내를 일터 문 앞에 내려주며 겨우 "여보 힘내 파이팅"이라 해주고 돌아서는 남편의 마음이란 참 착잡하고 무겁.


안심시키려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아내는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 말진짜라면 일주일만이라도 세월이 후딱 지나 아픈 몸을 훨훨 털고 일어나 24년을 보내 날 먹지 못했던 참치회에 소주 한잔을 웃으며 함께 마시고 싶다.


지금 이 시간에도 힘듦을 견디며 일하고 있을 아내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더 큰 병이 아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제 퇴근까지는 2시간, 이틀 동안 죽만 먹었으니 오늘 저녁은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남항진 순댓국집에서 뜨끈한 국밥을 먹으려 한다.


30년 하고도 더 몇 년 전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그때도 우리 앞에 순대 한 접시가 있었는데,,,

"순대야 그때처럼 힘 좀 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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