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모두 행복한 인생 2막이 되기를,,,
은퇴남편 증후군
은퇴하고 집에서만 있는 남편 때문에 아내가 심신의 피로나 스트레스, 우울증 따위를 느끼는 증상
몇 년 전부터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들 중 일부는 오래도록 꿈꾸어 왔던 아내와의 행복한 인생 2막 대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은퇴남편증후군의 당사자가 되어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실제로 많은 아내들의 말 못 할 속않이가 각종 매체에서 소개되고 있고, 아내를 통해서 직접 듣기도 하였다(일종의 경고메시지 인가?). 아내도 직접 말은 안 했지만 은근히 걱정하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나는 은퇴 당시 아내의 퇴직이 2년 더 남아있었기 때문에 은퇴남편증후군에 대해 아직 2년의 유예기간이 있는 샘이어서 당장은 그리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내가 집에 있는다고 해도(사실은 집에 거의 있지 않음) 아내의 퇴근시간이 되어서야 서로얼굴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할 때와 별차이 없는 생활을 할 수 있었다. 휴일에는 은퇴 후 생활을 준비하는 연습기간이라 생각하고 함께 아침 모닝커피를 한잔하고 나는 도서관이나 헬스클럽으로, 아내는 모임이나 지인들과의 약속을 잡고 현관문을 나서 저녁때 다시 상봉하곤 하는 루틴을 유지했다.
귀가 후에도 아내가 정성껏 차려준 저녁을 맛나게 먹고 tv를 함께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딱 9시 30분이 되면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다. 사실 우리 부부는 일명 각방생활을 수년 전부터 하고 있다. 사이가 나빠서가 아니라(나만의 착각인가?) 아내는 갱년기로, 나는 소방관 생활의 후유증으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 그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실제 각방을 써오면서 나쁜 점 보다 좋았던 점이 훨씬 더 많았던 것 같아서 특히 나이 든 부부에게는 권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삼식이 시리즈
영식님 집에서 한 끼도 먹지 않는 남편, 극 존칭
일식씨 집에서 한 끼만 먹는 남편, 존칭
이식이 집에서 두 끼 먹는 남편, 존칭이 사라짐
삼식이 새끼 집에서 세끼를 다 찾아 먹는 남편, 욕같이 들림
종간나 새끼 집에서 세끼 다 먹고 종종 간식도 먹는 남편, 더 심한 욕같이 들림
남편의 은퇴 후, 아내들을 긴장하게 하는 또 하나의 난관이 있다고 한다. 바로 남편의 삼시 세 끼이다.
유독 우리나라 남성, 특히 나이 든 남자들은 삼시 세끼에 집착이 심한 편이다. 오죽하면 삼식이 시리즈가 생길 정도 일까. 워낙 어려운 시기에 태어났고 한번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이던 어린 시절을 보낸 그들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들은 자신보다 가족들의 삼시 세끼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고 그들의 노력으로 대한민국은 오늘의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은퇴 후 또 다른 이유로 유년시절과 같이 삼시 세끼를 걱정해야 하는 그들을 생각하면 왠지 씁쓸한 마음이 앞선다.
그래서 정답은 아니지만 나의 끼니 챙기기를 한번 소개해 보려 한다.
나는 삼시 세끼에 연연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로 삼식이 시리즈 중 그래도 존칭이 붙는 "일식 씨"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오래전부터 간헐적 단식(저녁 8시 이전에 식사를 마치고 아침을 거르는 16시간 단식을 하는 방식인데 술 마시는 날이 많아 잘 지키지는 못할 때가 많음)을 실천하고 있기에 아침을 먹지 않는다. 점심은 아내가 출근하고 나서는 직접 차려 먹거나, 거의 매일 출근하다 시피하는 도서관에서 주로 해결한다.(가장 고가의 식사가 6천 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의 퇴근 후 함께하는 저녁식사가 유일한 한 끼인 샘이다. 철저한 일식이다.
사실 아내가 해주는 그 한 끼도 사실 공짜가 아닐 수도 있다. 나의 은퇴 전,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곤 했던 아내를 은퇴 후부터 매일 승용차로 출근을 시켜주고 있기에 나는 아내의 출근 전담운전기사이다. 그렇기에 그 대가로 아내는 맛난 저녁을 나에게 제공하는 샘이 된다. 어찌 보면 나는 아내들에게 거의 신에 가까운 영식님이 아닐까.(일식을 하고 있지만 간간히 간식도 스스로 챙겨 먹고 있음) 삼식이님들도 이전 돈벌이 할 때 아내에게 30년 식사비를 선결재한 것이라 생각하면 그리 눈치 볼일은 아닐듯하다.
(오로지 먹는 것을 낙으로 삼으시는 분들에게 나의 끼니 루틴은 절대 권하고 싶지 않음)
나의 은퇴는 정년보다 조금 빨랐기에, 이제부터 조금씩 주변 친구들의 은퇴 소식들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이 아내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동안 먹고사느라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았던 고마운 아내와 함께 많은 시간을 가지면서 여행도 하며 인생 2막을 즐겁게 보내려 한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집안에서 은퇴 한 남편과 늘 삼시 세끼를 함께 하며 행복해하는 제수씨들의 모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모두 그들만의 합리적인 인생 2막을 개척하길 응원해 본다.
세월의 속도는 나이 숫자에 비례한다는 말을 실감하며 벌써 은퇴한 지 2년이 흘러갔다. 이제 아내의 은퇴가 코앞이다. 두 달 뒤면 나만의 자유로운 공간이었던 가정으로 몸과 마음에 남성 호르몬을 가득 채운 아내가 입성한다. 슬슬 은퇴아내증후군이 걱정된다.
과연 우리 부부의 인생 2막은 지난 2년 간의 연습처럼 흘러가 줄지 궁금하다?
"그동안 수고 많았어 우리 집 대장"(나는 아내를 우리 집 대장이라 부른다)
은퇴아내증후군(어학사전에 없음)
남편이 먼저 은퇴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던 가정 속으로 몸과 마음에 남성 호르몬을 가득 채운 아내가 은퇴하고 들어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하루 종일 있게 되어 남편이 아내의 눈치를 보느라 심신의 피로나 스트레스, 우울증 따위를 호소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