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연금을 타다

월급 인생에서 연금 인생으로

by 어허영감

공무원 연금

공무원이 퇴직, 사망, 공무로 인한 부상, 질병, 장애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때 적절한 수준의 급여를 제공함으로써 공무원과 그 유족의 생활안전을 위한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


23년 7월 25일 새벽 2시 30분 핸드폰 알람 소리에 잠을 깼다. 현직 때 밤낮 구분 없이 수시로 울리던 알람(전직이 소방관이어서 재난이 발생하면 출동과 진행상황이 계속 문자로 전송됨)이었기에 은퇴 후 한 달이 지났건만 습관적으로 벌떡 일어나 앉았다. 오랜만에 심장도 요동치는 걸 보니, 아직도 소방관의 때를 벗지 못했구나 싶었다. 다행히 알람은 농협통장의 입금 안내 문자였고, 꼭두새벽이었지만 출금이 아니라 입금, 또 내가 소방관이 아니라는 사실에 급 기분이 좋아졌다. 호기심에 서둘러 농협 NH올원뱅크 앱을 열어 보았다.

"공무원연금급여 입금 0,000,000원" 드디어 첫 연금이 입금되어 있었다. 드디어 월급 인생에서 연금 인생으로 본격적 인생 2막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 후로도 매월 똑같은 시간에 어김없이 연금 입금 알람이 울렸고, 그렇게 매월 25일 새벽 2시 30분은 나의 연금 time이 되었다.

(새벽 입금은 수많은 연금 수급자들이 있다 보니 새벽부터 순차적으로 입금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기여금

연금 급여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공무원이 매달 부담하는 금액, 매월 급여에서 원천징수됨.

국민연금의 보험금이라 할 수 있음.


공무원연금의 기여금 납입 기간은 총 33년이었지만(나의 재직 시 기준), 나는 32년을 근무하고 퇴직하였기에 기여금 납부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고, 그래서 연금액수도 조금 줄어들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기도 하다.

기여금 납입기간에 군 경력도 포함되지만 나는 사정이 있어 군복무를 하지 않았기에 소방관 경력 32년이 총 기여금 납입 기간인 샘이다.

(은퇴 당시 기여금은 약 80만 원 정도 매월 급여에서 원천 징수되었음)


먼저 은퇴 한 선배들의 말에 의하면 연금 시스템에서 조회하던 예상 액수보다 좀 더 입금된다고 하여 살짝 기대도 했었지만 첫 연금은 더도 덜도 아닌 딱 그 금액이 입금되어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연금 수령액은 통계청의 은퇴 후 2인 가구 월평균 적정 생활비와 거의 비슷한 금액이었다(아내가 받게 될 국민연금 포함. 아내는 늦게 직장 생활을 시작하여 수급액 크지 않음). 적정 생활비의 기준을 어떻게 정하였는지는 잘 모르지만 월급을 받을 때나 연금을 받을 때나 거기에 맞추어 살아가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받고 있는 연금이 우리 부부가 맞추어 살아야 할 적정 생활비가 되는 샘이다.

연금을 받기 시작하면서 몰랐던 몇 가지 사실도 알게 되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말이 있듯이 공무원 연금도 소득세가 원천징수 된 후 입금이 된다.

그렇기에 당연히 연말정산도 있다(공제는 인적 공제만, 신용카드, 의료비, 교육비 등은 공제 미 적용).

또 월급처럼 연금도 매년 인상된다. 매년 초 전년도 물가상승률에 따라 인상되기 때문에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2022년(5.1%) 다음 해인 23년 연금 수급액도 같은 비율로 대폭 인상되었다고 한다(국민연금도 동일).

연금 외에 일정 금액이상의 추가 소득이 있으면 연금수령액이 감액이나 정지되며(나는 전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아 추가 소득액 상한을 알아보지 않았음), 종합소득세 대상도 되어 다음 해 5월 소득세 신고하라는 문자를 받게 된다(나도 은퇴 시기가 6월 말이기에 그때 까지는 월급, 이후 12월까지는 연금이라 종합소득세 대상이 되어 또 세금을 납부한 바 있다).


재취업 없이(단기 계약직 알바는 간간히 하고 있음) 연금으로 2년째 생활하고 있기에 주위에서 순수 연금으로 생활이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곤 한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각자의 생활방식과 규모가 다르기에 철저히 나만의 경우라는 가정하에 충분히 가능하고 지금도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해주곤 한다.


그렇게 살기 위해서 은퇴 전부터 몇 가지 준비를 해왔음을 함께 말해준다.

(오로지 나만의 사례이니 참고만 하기 바람)

먼저 은퇴 몇 년 전부터 매달 예상연금수령액 정도의 돈으로 생활했고, 그 외의 돈은 연금 외 노후를 위한 목돈 마련을 위해 모두 저축을 했다(대부분을 금리가 높은 소방공제조합에 저축함). 때문에 은퇴 후 수입이 월급에 비해 1/3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전혀 충격 없이 만족하며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생활비 외에 추가 유출이 생기지 않도록 은퇴하기 전에 부채를 zero로 만들었다. 은퇴 전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아이들 학자금 대출도 무이자 장기 분할 납부가 가능했지만 미리 다 상환해 버렸다. 많지 않은 월급으로 부채 zero를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아마도 일찌감치 독립해 준 아이들 덕분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노후 자녀리스크에서 해방되게 해 준 아이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부부는 선 저축, 후 소비하는 생활을 오래도록 해왔고 그동안 소위 짠돌이로 살아왔다. 하여 은퇴 전 남들은 몇 번씩이나 다녀오는 해외여행도 아이들 출가시키고 서야 겨우 딱 한번 저렴한 동남아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다. 아마 그 여행이 우리 부부를 짠돌이 생활에서 졸업시키는 터닝포이트였던 것 같다.

그리고 연금 이외에 비상시를 대비해 남들이 알면 웃을 정도의 조그만 여유자금도 만들어 놓았지만 투자보다는 그냥 조금씩 늘어가는 저축 이자에 만족하며 살려고 하고 있다.

인생 1막이었던 소방관 생활에서 갑자기 하늘나라로 가시는 분들을 너무 많이 접해 보았기에 인생 2막은 더 이상의 욕심 없이 매달 입금되는 연금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고 싶은 마음이다.


더 이상 욕심은 없지만 좋은 꿈을 꾼 날에는 혹시나 해서 복권을 살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일주일 내내 설레는 마음으로 토요일을 기다린다. 당첨되면 어쩌나, 어떻게 남모르게 당첨금을 수령해야 하나, 어떻게 써야 하나 걱정 아닌 걱정을 해보기도 한다.

(좋은 꿈을 꾸어서 부정 탈까 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구입했건만,,, 좋은 꿈은 과연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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