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행복한 만큼 벌어야 행복하겠지
1월 6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초 3천 포인트를 넘더니 오늘은 4% 상승했다. 시총 10조가 넘는 우량주들이 하루에 10%씩 상승하는 그야말로 미친 장이 새해와 함께 시작했다.
이 미친 장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기술적 지표 들에 따르면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주식시장은 과열이었다.
하지만 현재 금리와 인플레이션 기대 수준을 보면 자산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개인은 하루 1조씩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는데 오히려 주식 매매 대기자금이라 할 수 있는 예탁금은 매일 늘어 벌써 70조가 됐고, 전체 M2 통화를 고려할 때 이는 큰 금액이 아니다,
와 같이 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설득당하고 싶은 강세론자들의 이야기도 많다.
아무튼 확실한 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주식, 부동산, 돈에 대해 진심이라는 점이다. 돈은 가까운 친구와도 쉽게 대화할 수 없는 주제였는데, 요즘은 처음 만나는 사이에도 ‘주식하세요?’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고, 대부분 거북해하지 않는다. SNS는 며칠 만에 수익률 100%, 5천만 원 벌었다는 투자 인증글로 넘쳐난다.
이런 분위기에 아무리 돈이 없어도 삼성전자 1주라도 갖고 있지 않으면 바보가 된 것 같고, 늦은 것 같지만 지금이라도 올라타지 않으면 영원히 벼락 거지가 될 것 같은 기분을 느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것이다.
삼성전자, 테슬라처럼 누구나 사겠다고 이야기한 종목 중심으로 흘러가는 주식장을 보면, 투자원칙이고 공부고 그냥 남이 산다는 것 따라 사는 게 최고인 것 같고. 워렌 버핏은 ‘시장이 탐욕적일 때 공포에 떨고, 시장이 공포에 떨 때 탐욕을 가지라’고 했는데, 어째 나는 하락장엔 무서워서 못 들어가고 상승장엔 들어가고 싶어 안달일까.
이런 투자의 열광을 타고, ‘조기 은퇴’라는 개념에도 반론이 많다. 10억, 또는 10억이 채 안 되는 돈으로 평생 먹고산다는 건 또 다른 가난의 시작 아니냐, 은퇴해서 검소하게 월 100만원, 200만원 쓰기 싫다, 해외여행도 마음껏 가고, 비싼 시계도 차고 돈 쓰며 누리는 것이 진정한 경제적 자유 아니냐고.
이런 사람들에게 조기 은퇴가 의미 없는 것처럼, 어떤 사람들에겐 충분한 수준 이상의 소비는 가치 없을 수 있다. 결국 충분함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나 역시 시작은 단지 회사생활을 그만두고 싶단 욕심으로 월 100만 원이면 먹고살겠다,
그럼 수익률 4%로 계산하면 현금 2억 5천만원만 있음 되네?
1년에 5천만원씩 저축하면 5년 후에 은퇴하겠다!
는 아주 간단한 생각이었다.
처음엔 저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생활비가 얼마나 남았는지 시시때때로 확인하고 사고 싶은 욕구를 억지로 참아야 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과 요가에 빠지면서 삶의 방식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안 입는 옷, 가방을 중고로 팔고 보니 돈도 생기고 아침에 옷 고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나는 옷을 다양하게 매칭 해서 입는 것보단 좋아하는 옷을 자주 입는 것이 좋고, 옷을 관리하고 처분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걸 알고 나니 옷을 사는 것도 조심스러워졌다.
몸이 무거우면 요가하기 힘들어 채식 위주로 식사하며 저녁을 안 먹게 되니 외식비가 줄었다.
공간을 넓게 쓰고 싶고, 지구에 주는 부담도 줄이고 싶어 지면서 재고가 한가득 있는 화장품, 샴푸는 재고를 소진할 때까지 더 소비하지 않는다. 2년마다 한 번씩 바꿨던 스마트폰도 고장 날 때까지 쓸 마음이 생겼고,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도서관을 이용한다.
소비를 줄인 삶이 익숙해지면서 내 방은 언제든지 요가매트를 깔고 여유 있게 수련할 수 있을 만큼 넓어졌고, 책을 사서 읽을 때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책을 읽게 됐으며, 몸은 더 가볍고 유연해졌다 (코로나와 재택근무로 식사량이 늘면서 요즘은 무거워졌다..)
지금 같은 삶이라면 집 한 채에 3억만 있으면 은퇴하겠다, 파이어족이 그냥 나온 건 아니구나 싶다가도 물론 가끔은 무스탕도 사고 싶고 발리로 요가 여행도 가고 싶어 져 목표금액이 늘기도 한다.
‘이웃집 백만장자’라는 책에 따르면, 많은 부자들이 명품 시계나 고급 자동차 등 사치재는 사지 않고 긴 시간 절약을 통해 부를 쌓는다고 한다. 어쩌면 그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 절약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는 삶의 방식이 많은 돈을 필요로 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부자가 된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소비도, 투자도 남들 시선 따라 유행 따라 하는 것보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중하고 싶다. 그리고 오늘 밤 느낀 이 생각을 기억하기 위해 글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