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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어족의 2020년 가계부

소비로 총 1,500만원 사용해서 19년 대비 천만원을 줄였다

by 조기은퇴러

2020년부터 본격 조기 은퇴를 꿈꾸게 되면서 월급에서 목표 저축금액을 제외한 금액만큼 소비 예산으로 잡았다.


그 전에도 예산은 대애충 있었지만 사고 싶거나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예산에 구애받지 않고 신용카드를 긁어 재꼈었다.


하지만 작년은 달랐다. 조기 은퇴와 저축 목표 금액이 동기부여를 해주면서 가계부가 단순 기록물에서 잘쓴돈 못쓴돈을 고민하게 해주는 지침서로 바뀌었다. 모바일앱으로만 관리하던 가계부를 엑셀로 월간 결산을 내기 시작한 것도 2020년에 처음으로 한 일이다. 또한 미니멀리즘과 요가가 불필요한 소비는 줄일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작년 6,7월까진 사고 싶은 것이 생길 때마다 필요한 것인지 소유하고 싶은 욕심인지 곰곰이 따져가며 욕구를 다스려야 했다면, 점점 소비욕 자체가 줄어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엔 충분한 돈을 쓰고, 소비하는 순간에만 행복감을 주는 것엔 돈을 쓰지 않는 습관을 키운 해였다.


1. 식비: 280만 원 (예산: 월 25만원)

예산을 꽤 무리해서 적게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요가를 하면서 채식과 소식을 선호하게 되었고 코로나로 외식도 줄면서 예산을 지킬 수 있었다.


올해는 벌써부터 직장동료들과의 점심 약속이 꽤 있어서 예산을 지킬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식사량이 늘다 보니 몸도 무겁고 요가할 때 부담을 느낀다. 잡힌 약속들만 끝나면 다시 조절해서 소식할 테다.


2. 의류, 미용: 235만원 (예산: 월 5만원, 비정기 추가 연 100만원)


의류, 화장품, 미용실 등에 사용한 비용이다.

19년은 비싼 옷들을 많이 사서 20년은 특히 의류 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매달 산 옷 품목을 엑셀 가계부에 기재하며 잘 산 건지 반성의 시간을 가졌었다.


20년에 내가 산 의류는 총 15개였다. 아니, 나름 안 샀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야금야금 많이도 사서 예산도 꽤 초과했다.


겨울 코트 2개, 슬랙스 3개, 면바지 2개, 터틀넥, 잠옷, 티셔츠, 셔츠 2개, 재킷, 신발 2켤레


슬립온은 한 철 신고 버렸고, 티셔츠는 세일한다고 급 질렀는데 두 번 입었나... 재킷도 세일한다고 급 샀는데 자주 입었지만 요즘 보니 마음에 쏙 들진 않아 후회 중이다. 나머지는 다 잘 입고 있는 것 같다. 노력했지만 20년에도 불필요한 쇼핑은 있었습니다.


이젠 가진 옷이 충분하다고 생각돼서 올해는 아예 옷을 안 사는 것이 목표다. 있는 옷을 지겨울 때까지 입고, 지겹거나 낡은 옷을 내년에 새 옷으로 교체하고 싶다.


그래도 안 입는 옷을 많이 정리하며 갖고 있는 옷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이건 잘 산 건지 아닌 건지 고민도 해보니 앞으론 더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1) 아우터는 한 번 살 때 비싸더라도 질 좋고, 유행 덜 타는 스타일 사기 (라인이 덜 들어가고, 패턴 없는)


2) 세탁을 자주 해야 하는 옷(셔츠, 티셔츠 등) 아무리 비싼 옷을 사도 빨다 보면 결국 닳더라. 큰돈 쓰지 말기


3) 하의는 유행을 잘 타고, 특히 면/진 종류는 가격에 따른 퀄리티 차이가 크지 않으므로 역시 큰돈 쓰지 않기


3. 취미, 소비: 414만 원 (예산: 월 5만원, 비정기 연 250만원)


요가센터 2년 등록비와 세미나에 약 300만원을 썼다. 요가를 통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겪고 있으므로 잘 쓴 돈이다.


2020년은 국내 여행도 한 번 밖에 안 갔고, 소지품도 거의 늘리지 않았으니 이 영역은 예산은 초과했지만 그래도 잘했다.


현재 추구하고 있는 삶의 즐거움이 여행이 주는 즐거움과 꽤 달라져서 한동안 여행은 가지 않을 예정이라 올해는 소비가 더 줄 것 같다.



4. 교통비: 66만원

통신비: 32만원

아파트 관리비 170만원

실비 보험료: 35만원

경조사비: 257만원


나머지 비용은 고정비라서 초반 세팅을 잘해두니 관리할 필요가 없었다.

교통비는 택시를 거의 타지 않고 광역 알뜰 교통카드로 월 13천원 정도를 절약했다.

통신비는 알뜰폰을 쓰다 보니 멜론 구독료까지 월 3만원이 채 안 나간다.

경조사비는 가족에게 사용한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적정하게 쓴 것 같다.


그래서 2020년엔 총 1,500만 원을 소비로 사용했다. 19년 대비 거의 천만원이 줄었지만, 19년보다 더 행복한 한 한 해 였으니 셀프칭찬 갑니다.


올해는 의류 비용을 더 줄이고, 요가 비용은 세미나를 들어보고 어느 정도 사용할지 결정해야겠다. 다른 비용은 현재 수준을 유지해도 될 것 같다.


소비를 줄일수록 은퇴는 빨라진다. 올해 만큼만 쓴다면 투자수익률 4%로 계산 시 조기은퇴 자금은 3억 7천 5백만원이다.


하지만 나는 변덕이 죽끓듯 변하는 사람이라 관심사와 행복의 원천이 언제 변할지 모른다. 관심사가 변하면 소비도 변하기 마련이므로 조기은퇴에 필요한 비용을 계산하기 위해 올해 역시 엑셀로 소비금액을 관리할 예정이다.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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