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야 조기 은퇴하는데...
성과급 받고 1월을 잘 넘겼구나 했는데 역시나...
작년 백화점에서 입어봤던 무스탕이 어마어마한 세일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눈이 뒤집혀 고민 없이 바로 거금을 결제하고 말았다.
긴 코트가 있었으면 했고,
무스탕도 사고 싶었는데,
이 아이는 긴 무스탕이니 내 아이구나!
게다가 재고가 두 장 밖에 없으니 고민은 기회를 놓치고 배송만 늦출 뿐이야
하고 세일의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2주 기다려 받은 무스탕은 역시나 너무 예쁘고 부드러웠는데, 또 이거 없이도 잘 살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사실 방금 전까진 무스탕에 신만 났는데, 글을 써 내려가다 보니 갑자기 든 생각이다.)
이때다! 하고 백화점에서 입어보고 감탄한 치마도 같이 주문했는데, 백화점 조명빨인지 살이 빠진 건지 어째 기억에 남았던 핏이 안 나왔다. 결국 사이즈 문제인가 싶어 수선을 맡겨 놨는데 제발 그때 핏이 나와야 할 텐데... 하며 쇼핑했는데 근심 걱정만 얻었다.
그런데 치마를 사고 나니 왜 치마에 신을 구두가 없는 건데... 이리저리 찾다가 아울렛에서 세일하는 구두가 너무 딱인 거다. 결제 직전까지 갔는데 마침 연결계좌에 잔액이 없어 흐름이 끊기고 나니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
아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시작은 무스탕이었는데 왜 구두를 결제하고 있는 거냐. 지금 필요한 걸 사고 있는거냐 세일에 넘어가서 갖고 싶은 물건을 사고 있는거냐. 안 사면 백프로 할인이었는데 잘 버티다가 와장창 무너졌네.
안 그래도 봄이 가까워지면서 이것저것 사고 싶은 게 생겼었는데, 이 기세면 봄옷까지 싹 세팅해서 옷장을 업그레이드할 판이다. 그동안 했던 노력을 다 물거품으로 만들 순 없다.
잠시 흐름 탔던 쇼핑은 멈추고, 월말 자산 현황을 업데이트하며 남은 10개월 동안 한 달에 얼마씩 모아야 올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다.
이제 쇼핑은 미래 60세의 나 자신에게 허락받은 것만 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시 옷장을 정리해서 필요한(인지 원하는 것인지 구분은 애매하지만 “필요한” 에 가까운) 품목을 리스트업하고 오래 잘 활용할 수 있는 아이템만 들여야겠다.
하나 고민은 갖고 싶은 것이 매우 비쌀 경우,
1) 저렴한 대체품을 찾을 것인가
2) 아무것도 사지 않을 것인가
3) 그냥 살 것인가
돌이켜보면 대체품을 살 경우 결국 대체품을 이용하다 갖고 싶었던 아이템을 사서 돈과 시간만 더 낭비한 것 같다.
정말 필요한 것인지 고민해보고, 아니면 그냥 아무것도 사지 말아야겠다.
그래도 이렇게 의식적으로 쇼핑을 끊은 것 보면 스스로 달라지긴 했다.
올해의 목표금액을 되새기며, 필요한 것만 사야지!
*근데 글을 다 쓰고보니 당장 입지도 못할 무스탕은 괜히 샀다 싶다. 이 아이때문에 올해 의류 구입 예산은 다 써버렸는데...이미 산 옷이니 다른 겨울 아우터 사지말고 잘 관리해서 오래 입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