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계좌를 보며 숙연해지는 이야기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는 왜 주식으로 돈을 못 벌고 있는지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전문적으로 분석한 보고서가 있다. 사실 국내 개인투자자의 거래행태를 분석한 보고서인데, 결국 이따구로 투자해서 돈을 못 벌고 있구나 로 이어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거래행태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과잉확신
과도하게 본인의 투자결정에 확신을 갖는 성향. 직전 시점의 시장수익률이 높을수록 개인투자자의 거래량이 증가하고, 거래빈도가 높은 투자자일수록 보유 주식의 수익률이 매도한 주식의 수익률보다 낮은 경향이 뚜렸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고 한다. 즉, 손절은 과거 투자결정에 반하는 행동이니 쉽게 하지 못하고, 익절은 내가 맞았구나! 신나 하며 매도한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으로 더 오를 주식은 팔아버리고, 더 떨어질 주식만 갖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 (라며 잔고를 바라본다.)
2) 처분효과
손실의 실현은 미루고 이익의 실현은 서두르는 것. 국내 개인투자자의 거래현황을 분석해보면 매수가격을 기준으로 주가가 상승한 주식을 매도할 확률이 주가가 하락한 주식을 매도할 확률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난다고 한다. 처분효과는 투자경험이 부족한 투자자, 가치평가가 어려운 종목에서 현저하며, 처분효과가 강한 투자자일수록 투자성과는 저조하다고 한다.
3) 복권형 주식 선호
변동성이 크고 주당 가격대가 낮은 주식, 즉 복권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 주식을 선호하는 성향을 말한다. 빠르게 변동하는 주식가격을 통해 일종의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높은 수익을 거둘 때 느끼는 쾌감이 주식거래를 지속하게 하기 때문이다. 분산투자 수준이 낮고 거래빈도가 높을수록 복권형 주식 선호가 높은 성향을 보이며, 이런 선호가 높을수록 투자성과는 저조하다. 또한 이런 선호가 역으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지 않는 이유로 작용하기도 한다.
4) 군집거래
다수의 투자자가 일정기간동안 같은 방향(매수 또는 매도)으로 매매하는 경향을 말한다. 단기투자경향을 보이는 투자자가 많은데, 이들이 최근 가격하락 종목을 선호하는 (이를 “역추세추종전략”이라 한다)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많은 종목 중 매수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자주 노출되는 주식, 유행하는 밈 주식이나 리딩에 유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신규투자자와 연령대가 낮은 투자자에서, 그리고 투자자 관심도가 높은 주식에서 강하게 관찰된다.
이런 경향들 때문에 주식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더 슬프게도 나이가 어리고 투자 경험이 적고 소액 투자자일수록 이런 경향은 높이 나타난다고 한다. 소액 일수록 가볍게 복권처럼 투자하여 돈을 못 벌고, 고액일수록 소중히 분산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얻는 부익부 빈익빈이 여기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금융 마케터로서 이어지는 나의 고민은, 이런 행태를 더 강화하여 더 많은 사용자를 유치하는 마케터가 될 것인지 VS 투자자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지 않도록 장기 분산투자를 교육하는 금융인이 될 것인지로 이어진다. 단기적 KPI를 달성하려면 전자가, 장기적 회사의 영속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땐 후자가 맞는 선택인데. 재미와 쉬움을 주는 마케터는 많고, 돈을 재미있게 벌게 해주는 마케터가 되고 싶은데. 그 길이 쉽지 않아 고민이다. 전술을 써서 숫자를 만들기 보단 전략을 기반으로 비전을 제시해주는 마케터가 되보고 싶은건 어떨까 나 스스로에게 물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