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투자자가 배울 수 있는 투자원칙
지난 8월 8일, 소프트뱅크의 2분기 실적발표가 있었다. 2분기 3조 1627조엔, 약 30조원의 손실을 리뷰하며 실적발표회보다 반성문을 읽었다고 보는 게 더 어울릴 정도로 처절히 반성했다. 30조원이라는 숫자만으로도 충분히 위압감 있지만, 소프트뱅크의 회사가치가 90조이니 무려 회사가치의 1/3만큼의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손정의같은 사람이 시장 탓만 하지 않고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것도 의미있지만, 투자자로서 새길 만한 내용이 많아 "손정의의 반성문을 나의 투자 원칙에 반영"하기 위해 실적 리뷰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성 안에서 수비하자는 신하들의 말을 듣지 않고 전쟁을 벌이다가 완전히 패배해 목숨만 건진 후 자신의 상황을 반성하고 지금의 비참한 모습을 기억하고 싶어 본인의 초상화를 남겼다고 한다. 손정의는 그의 초상화로 실적 발표를 시작했는데, 현 상황을 반성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고 볼 수 있다.
첫번째는 세계적인 주가 하락이다.
하지만 2분기 나스닥이 22% 하락한 것에 비해 손정의가 운영하는 비전펀드의 상장주식은 동기간 31% 하락하여 시장보다 낮은 수익률을 보였다. 이로 인해 비전펀드의 누적 이익을 보면 이전에 벌었던 7조엔의 이익을 거의 반납하며 지금까지 번 수익을 토해내 “똔똔”이 되었다.
비전펀드는 1,2로 운영되는데 비전펀드1은 여전히 이익이 조금 남아있다. 이는 일부 상장주식의 주가가 높았을 때 매각해 이익을 확정한 덕이며, 이익을 확정하지 못했던 상장주의 가치는 모두 날아갔다. 비전펀드2는 대부분 비상장주식으로 현재 시점을 재평가 시 평가손실이 크게 났다.
두번째는 엔화 약세이다.
회계상 차입금액의 절반으로, 달러 차입은 가치가 하락한 엔 기준으로 보면 갚아야 할 금액이 늘어나므로 약 8200억엔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시장보다 더 낮은 수익률을 보인 원인은 “더 제대로, 엄선된 투자를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비전펀드1 때는 우버, 디디추싱, 위워크 같은 곳에 1조엔 가까운 투자를 해 큰 손실을 보았기 때문에 비전펀드2에선 건당 투자금액을 낮췄지만 투자건수가 많다 보니 평가손을 봤다고 한다. 시장이 하락하고 전쟁이 터졌지만 이는 핑계일 뿐 더 제대로 엄선해서 투자를 했어야 한다고 반성했다. 온라인 관련 종목이 코로나 기대효과로 가치가 올라갔고 이로 인해 비상장 유니콘도 비싼 멀티플로 사도 된다고 정당화하며 비전펀드2에서 5조엔 넘게 투자를 했다. 이제 와서 보니 21년은 유니콘 밸류에이션이 가장 높았던 때였고, 투자는 비싼 걸 사면 떨어질 확률이 높다며 다티에 버블이 있었던 것으로 반성했다.
작년 큰 평가이익을 보면서 기고만장했었던 본인을 반성한다고도 했는데, 아마 20년 이후 투자를 시작해서 오르는 시장만 경험해 본 많은 투자자들이 지금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투자방향을 잡으려면 시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대만과 중국의 상황, 코로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인상 등으로 현재 주식시장은 겨울이며, 손정의는 겨울이 이어지며 비상장 유니콘에게는 더 길 것이라고 보았다. 많은 회사들이 작년까지 높은 가치를 기준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했고 실적은 늘었으니 앞으로도 더 높은 가치로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보고고 회사가치를 낮추고 있지 않지만, 겨울에 비싼 값으로 자금 조달을 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비전펀드 역시 비상장주식이 상장주 멀티플보다 싼 상황이 되기 전까지 신규 투자는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시장 상황이 좋은 매수 타이밍이라 보는 의견도 있지만, 비전만 추구하다 보면 전멸의 위험이 있어 신규 투자를 억제할 것이며, 시장은 컨트롤할 수 없으니 컨트롤할 수 있는 LTV(보유주식 가치 대비 순부채)를 25% 수준으로 통제하여 수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전펀드는 AI 유니콘 473곳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 중 알리바바나 ARM같은 회사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으며, 지금도 회사 대표와 매일 미팅하며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창사 이래 가장 큰 적자를 냈고, 신규 투자도 줄이고 있으므로 인력 감원 등 비용도 대폭 삭감중이다.
1. 시장 탓만 하지말고 더 나은 투자를 위해 스스로를 반성할 줄 알아야 한다.
2. 매수 전 목표 주가를 설정하고 목표주가 이상 올라가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더 욕심내지 말고 익절하여 손익을 확정하자.
3. 장기투자라는 명목으로 방치하지 말고 꾸준히 투자 종목을 모니터링하며 가치를 평가하자.
4. 비싼 걸 사면 떨어질 확률이 높다. 좋은 종목을 싸게 살 수 있도록 가치평가 해야 한다. (는데 이건 애널리스트에게도 어려운 일이고, 꾸준한 공부가 필요하다. 개인투자자로서 명확한 가치평가는 어렵겠지만 이런 뷰는 놓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5. 무리한 신용투자는 금물.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컨트롤하자.
6. 투자가 어려우면 지출을 줄여서 자산 포트폴리오를 건강하게 만들자. (스아실 엄청 큰 돈을 굴리지 않는다면 투자로 돈 버는 것보다 절약으로 돈 모으는 것이 훠얼씬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