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마케터를 뽑는 3가지 기준
면접관은 부장급은 되고 할 줄 알았는데, 지금 다니는 작은 회사는 같이 일할 팀원은 직접 뽑으란다. 덕분에 난생 처음 채용공고 작성부터 이력서 검토, 1차 면접관까지 해봤다. 대기업에 남았다면 적어도 5년 후에나 경험할 수 있었던 일을 작은 회사에 오니 빨리 경험해 볼 수 있는 게 좋은 것 같다.
그동안 면접자만 해보다 면접관을 해 보니 채용 프로세스를 다른 시각으로 접해볼 수 있었다. 처음엔 어떻게 좋은 분을 뽑을 수 있을까 막막했는데 30여명의 서류를 검토하고, 10회에 가까운 면접을 보다 보니 기준도 명확해지고 면접관 질문 스킬도 조금씩 늘었다.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하며 초보 면접관으로서 다음과 같이 총 3가지 기준으로 채용기준을 정리했다. 당연하지만 채용 포지션 및 회사에 따라 기준은 다양할 수 있다. 또 다시 면접관을 하게 될, 그리고 또 다시 이직을 위해 지원자가 될 나를 위한 기록의 의미로 남겨두고 싶다.
(회사가 원하는 경력과 경험은 정해져있다. 그 걸 이력서와 면접에서 일관성있게 보여주어야 한다. )
채용 회사, 포지션에 대한 명확한 목적의식이 있고, 우리 회사가 그 목적의식을 채워줄 수 있다면 연봉, 복지같은 당근이 타사 대비 적더라도 지원자의 우리 회사를 선택할 확률 및 회사에 적응하여 성과를 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면접 과정의 핵심 질문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지원동기에 ‘나’의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지원자들이 업종, 회사의 어떤 모습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지원했다고 대답했는데 이런 지원동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이므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나’의 신념과 특성이 ‘회사’와 align되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스토리가 있고, 업무 경력 등 실제 경험으로 본인의 신념과 특성을 증명되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다. 이러한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1. 내가 어떤 사람인지, 2. 회사의 비전과 미션은 무엇인지, 3. 회사가 어떤 서비스와 마케팅 활동으로 비전을 실현화하고 있는지 자세히 공부해야 한다.
이 부분은 지원자가 제출한 이력서를 기반으로 채용공고와 관련성이 높고, 지원자가 가장 강조한 실제 업무경험 2,3가지를 파고들면서 면접을 진행했다. 경험을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왜 그렇게 결정했나요? 결정의 근거는 무엇이었나요?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나요? 그 결과는 무엇이었나요? 식으로 연속 질문을 한다. 이를 통해 과거 지원자가 어떻게 일해왔는지 검증(은 사실 1시간의 면접 시간동안 하기는 어렵고, 짐작한다는 것이 더 옳겠다.)하며, 앞으로 우리 팀에 합류한다면 이렇게 일하겠구나 그림을 그려본다. 경력직 채용이므로 성장 가능성보다는 현재 갖고 있는 역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 채용공고에 제시된 경험을 갖고 있는가?
: 말했듯이 경력직은 입사하면 즉시 수행하는 업무가 있다. 배울 시간도 적고 가르쳐 줄 사람은 더 적다. 그래서 원하는 업무적 자질도 명확하다. 사실 그래서 서류전형에서 이력서를 볼 때도 이런 관점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하고, 이력서의 내용을 면접에서 검증하는 방식이므로 서류전형에서 마음에 든 후보가 면접을 통과할 확률이 높았다. (aka 이력서의 중요성)
- 깊게 고민하며 일하는가?: 생각없이 일하는 사람은 아닌가?
: 일의 목적을 이해하고, 문제를 세분화해서 정의하고, impact있는 해결방안을 수립하여 실행하고 이를 반복할 수 있는 사람인지 보는 것이다.
- 데이터 문해력이 있는가?
: 이번에 채용한 포지션이 마케터였는데, 이제 마케터에게 데이터 분석력과 이해력은 필수다. 위에서 말한 깊은 고민은 데이터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sql, 파이썬 코딩 능력보다는 목표에 맞는 KPI를 설정하고, 주기적으로 KPI의 변화를 모니터링하며 이른바 ‘튀는 값’의 원인과 배경을 해석하여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 고민의 근거를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가?
:회사에서 혼자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상향식으로 업무가 진행되므로 업무 유관자에게 이 일을 해야 하는 이유부터 설득해야 한다. 특히 우리 회사는 더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좋은 대의 아래 서로의 결과물을 물고 뜯는 곳이라 데이터 기반으로 깊게 고민한 근거를 설득력있게 전달할 수 있는 역량이 중요하다. 이 부분은 면접관이 업무 유관자라 생각하고 이력서에 기재된 아이템의 실행 필요성을 설득해주세요”라는 질문으로 검증했다.
- 업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 채용 포지션이 마케터이니 만큼 시장과 트렌드 파악은 필수다. 인상깊었던 마케팅 사례, 마케팅 트렌드를 파악하는 노하우 등을 물어보며 업무 역량 강화에 노력하고 있는지 확인했다.
이 부분은 1번 why와 2번 how이 검증되면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결론이다. 추가적으로 이력서에 정량적인 성과를 기재하면 ‘어느 정도의 예산으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 본 사람이구나’가 가늠되어 우리 회사에 적절한 사람인지 판단하는 근거로 사용했다. 예산과 성과의 숫자가 채용회사의 규모와 비슷하거나 큰 것이 더 좋은데 (즉, 많은 예산으로 많은 사용자와 높은 매출을 경험 했을수 록 좋다.) WHY와 HOW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면 적은 규모로 일을 했더라도 make-up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여기까지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채용 기준이었고, 정성적이지만 중요한 기준이 있다.
면접이란 결국 같이 일할 “사람”을 뽑는 것이다. 면접관에게 “나는 함께 일하기 좋은 사람이예요” 라는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예쁘고 잘생긴 면접 프리패스상이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다. 차분하고 선하지만 또렷한 말투, 웃는 얼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AI같이 업무경력을 딱딱하게 읊어 대는 분도 이 분과 일할 수 있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고, 너무 웃는 천진난만상은 나는 좋았지만 2차 면접에서 임원들이 싫어할까봐 못 올리겠더라… 모든지 적정선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