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 시작 후 7년 간 투자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청약저축 10만원 넣고, 정기적금으로 월급의 50%를 강제 저축한 게 전부였다. 그러다 이직 후 근무 환경 상 자연스럽게 투자에 노출되었다.(이래서 환경이 중요하다. 맹모삼천지교는 진리) 회사 과장님이 작전주니 아묻따 사라고 하는 종목을 100만원 샀다 팔아보고, 쇼핑한 옷이 마음에 들어 의류회사 주식도 50만원 샀다 팔아보고, 뉴스 보고 괜찮아 보이는 기업 주식도 100만원 사보고 (하지만 현재는 거래중지 중…). 매도 기준 없이 사고 올랐다 싶으면 팔았으니 참 겁도 없었다.
그러다 아파트 매입을 하게 되었다. 사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미혼이다 보니 주택 매입은 고려해 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 사는 아파트를 내 명의로 매입해야 되는 사정이 생겼고 내 인생 가장 비싼 물건을 가장 큰 대출을 내며 사게 되었다. 실거주 요건만 따져 선택한 수도권의 작은 아파트인데 실거래액 기준으로 2년 동안 거의 1억이 올랐다. 당장 실현하긴 어려운 이익이지만 몇 억을 지를 수 있는 용기+주거의 안정성+ 자산이 돈을 벌어준다는 교훈을 얻었다.
거지같은 회사생활 덕분에 파이어족과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소비를 줄여도 더 행복할 수 있겠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회사 생활을 때려치우려면 투자는 필수 겠구나 느끼며 적금 대신 아마존 주식을 매달 1주씩 사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한국 주식을 찔끔해보니 변동성도 크고 도대체 왜 때문에 오르고 왜 때문에 내리는 지도 이해가 안 됐다. 미국 주식 시장은 내가 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후로 계속 우상향이었고, 시장이 크다 보니 그래도 보이지 않는 손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생각했다. 미국 주식 몇 종목에 관심을 두고 몇 달간 지켜봤었는데 아마존은 변동성도 크지 않고 미국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시장 1위에 오너가 CEO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한 주씩 모아가던 중 올해 3월 폭락장이 왔고 아마존은 한 주에 2400달러에서 16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멘붕은 오지 않았다. 어차피 매월 한 주씩 사 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고, 최소 5년은 갖고 갈 종목이고, 망할 회사는 아니고, 5년 내 회복하겠지 생각했기 때문이다. 폭락장 이후 시장 선도주, 성장주 중심으로 주가를 회복한다는 증권사 리포트도 도움이 됐다. (그렇다. 돈이 걸려 있으면 공부하게 된다.) 다행히 폭락장은 예상보다 빨리 지나가고 매월 아마존을 한 주 씩 매수하여 현재 나의 아마존 수익률은 45%다.
자고 일어나면 몇 십만원씩, 몇 천만원씩 돈을 버는 투자의 힘을 경험한 후 퇴직금 계좌에서 놀고 있던 돈을 ETF, TDF로 운용하기 시작했고 연금보험 역시 증권사 연금펀드로 이전하여 ETF로 굴리고 있다. 약 7개월 만에 6천만원의 자산이 증가하니 소비를 줄여 투자금을 늘리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짧은 기간에 운으로 돈을 벌어 보니 오히려 겁이 나면서 투자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었다.
내가 일하기 싫으면 누군가 나 대신 일하도록 고용하면 된다. 해야 할 일이 많다면 많은 사람을 고용하면 된다.
나는 사람 대신 돈을 고용했다. 절약과 투자로 종잣돈을 늘려 돈의 생산성도 높이고 싶다. 이제 시작이다. 브런치는 그 과정을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