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신, 해줄 수 없는 일, 바보, 그리고 소몰이창법
3대 3 미팅이 잡혔다 고등학생 때!
나름 때 빼고 광도 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촌스러웠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패션은 자신감이라고 하지 않았나!!
오로지 자신감으로 청청패션을 입고 미팅을 나갔다
대부분의 미팅이 다 그렇겠지만 우리 역시 어색함
그 자체였다 뭔가 말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은 남자들의 숙제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점수를 까먹을 수 있기 때
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이름이 뭐예요? 취미는요? 좋아하는 음악 있어요?? (생각만 해도 이불킥이다!!!!)
여하튼 그렇게 미팅을 시작했고 또 마쳤다
미팅 후에 그중 한 명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물론 마음에 들었다
나름 적극적으로 연락을 하고 몇 번 만났다
그 아이의 얼굴과 머릿결 눈동자가 아직도 생각난다
그렇게 몇 번의 만남 후 사랑에 빠져버렸다
어느 날 문자를 주고받던 중 그 아이는 나에게
박효신이라는 가수를 알려주었다
그중에서도 해줄 수 없는 일과 바보라는 곡을
꼭 들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들었다.
남자가 사랑노래를 듣다니 그것도 발라드를 말이다.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여러 악기를 섬렵했고 교회에서 찬양팀 리더도 하던
나였기에 음악은 ccm과 락! 메탈!이었다.
남자가 무슨 발라드를...
울었다;;;;;;;
듣자마자 울었다;;;;;;;;;
소몰이창법이란다. 뭔가 소를 모는듯한 창법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여진 듯하다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노래를 이렇게 만들고 이렇게 부르다니 말도 안 된다. 나를 이렇게 울리다니 천재가 분명했다.
노래가 온통 슬프다 아직 사랑도 제대로 못해본
나이인데 이미 세상의 사랑과 이별은 다 겪어본
느낌이었다. 내가 부족한가요 당신을 원한이유로
이렇게 날 외면하려 하나요
이런 가사들이 소몰이에 얹혀 가슴을 후벼 판다 ㅜㅠ 허나 다른 사랑 찾아가란 말은 하지 말란다 ㅜㅠ
왜! 왜! 왜! 사랑을 시작하는 나에게 사랑이 끝난
음악들을 추천해 주고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냐고!!
그렇게 나의 사랑은 노래 가사처럼 되었다.
몇 번의 고백을 거절당하고 군입대를 앞두고 있던
나에게 이 아이는 더 이상의 진전을 허락해주지 않았다 딱 친구사이로만.. (당시 같이 미팅했던 친구와 영화도 봤다고 한다.) 그때 당시 유행했던 좋은 배경에 음악을 넣어서 컴퓨터로 편지를 썼다
제목은 이랬다 '천 년 후에 만나자'
정말 웃기고 자빠졌다
하지만 그땐 울면서 썼다
그 이후에 군대 가서 체육복에 오바로크로
글씨까지 새겼다.
'그땐 정말 아프지 말길..'
제대로 미쳤다
이게 바로 군인감성인가?
그 이후에도 박효신의 노래가 나오면
노스탤지어가 되어 그때로 데려다준다.
참 순수하고 깨끗했던 마음 사랑 젊음 청춘..
천년도 안 지났는데 불과 20년 만에
메일로 연락이 왔다
잘 지내냐고..
난 아주 멋지게 옆에 있던 아내에게 보여주었다!
지랄한단다! ㅋㅋㅋ
답장은 당연히 해줬다
오랜만이네 나야 잘 지내지! 너도 잘 지내고!! 끝!
(아무리 생각해도 욜라 멋졌다!)
(20년 만에 복수했다!)
근데 약간의 후회?? 가 생겼다
얼굴이라도 한번 볼걸 그랬나??? ㅋㅋㅋ
노래는 단지 좋은 음악일 뿐이 아니라
지구상에 실존하는 타임머신이다
아주 생생하게 그 시절로 데려다준다
지금도 길을 걷다 예전 노래들이 들려오면
어느새 그 시절로 돌아가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오랜만에 박효신의 해줄 수 없는 일 그리고 바보를 듣고 있다 아 노스탤지어!! ^^
역시 명곡이다! 아주 구웃이다!
그때가 생각난다 그때의 냄새까지 기억이 난다
근데 문득 궁금증이 든다
그 아이 양다리 걸친 건가?
아니면 나 때문에 내 친구를 못난 건가?
암튼 지금은 바꾼 창법으로 들을 수 없는 라이브지만
난 이때의 소몰이창법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