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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구름 Feb 29. 2024

롯데월드를 가다

눈치게임에 실패하다

아이들 개학 전에 놀이동산이라도 다녀오려고 틈틈이 기회를 노리다가

어느덧 다음 주로 다가온 개학을 앞두고  

부랴부랴 평일로 날을 잡아 실천에 옮겼다


놀이동산은 모름지기 눈치게임의 대표적 표본이다

남들이 다 가는 주말 공휴일 명절 등은 당연히 피해야 할 것이고

제일 어려운 것이 소풍, 수학여행, 단체방문 등에 마주치지 않는것이다


24/2/28일 수요일 당연히 많을 걸 예상하고 갔다

평일이라해도 개학 전에, 3월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다들 몰려올 것이란 건 알고 있

하지만 27일 28일 29일 중에 그래도 좀 적은 날은 있을 것이다 음... 고민고민을 거듭해서

28일을 택했다 그렇게 도착한 10시 30분의 롯데월드 음...

주차장은 생각보다는 한산했고 주차하기도 나름 괜찮았다


아뿔싸!!!

B1층으로 올라오자마자 학생들 천지다!!!!

근데 학생들이 많아도 너무 많았다

40대쯤 되어 보이는 학생도 있네???

다들 교복을 입고 있다 유행인가 보다 근데 아이 둘을 데리고 온 어머니도 교복을 입고 계신다

멋지시네 나름의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실천하시다니 나은 분이시다


입구부터 실패를 직감했지만 그래도 4시 5시 정도 되면 빠지리라 생각했다

대부분 그 시간대면 아이들 데리고 온 부모님들도 빨리 가서 저녁 먹이고 재워야 하니 가실테고

일찍 온 사람들도 내일 일정들 때문에 금 이른시간에 빠지기 때문이다


근데 8시 퍼레이드까지 보고 온 나인데 오전보다 더더 많더라

놀이기구는 3개? 정도 탔다 그래도 그나마 신밧드의 모험은 1시간 정도 기다려서 탔다

아이들의 최애이기 때문이다

한번 더 타겠다는 걸 말리느라 진땀 뺐다

너무 많아서 다시 줄을 서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에 설득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래도 퍼레이드는 1시간 전부터 자리를 맡아놔서 좋은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노래를 불렀던 풍선기구는 예약제라서 실패했다 ㅜㅠ

이번 놀이동산의 기억은 온통 먹거뿐이었다

기다리느라 먹고 점심이라 먹고 힘들어서 먹고 지쳐서 먹고 ㅋㅋㅋ

2킬로 정도 찐듯하다

나이가 들수록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듯하다


나의 유년시절 놀이동산은 천국이었다

가뜩이나 놀거리가 없었던 그때는

놀이동산은 모험과 환상의 나라 그 자체였다

지금도 아이들에겐 그렇겠지만 그때보다는 선택의 폭이 훨씬 더 많아졌다 (에버랜드 롯데월드 레고랜드 등등)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는 눈치게임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무작정 기다리는 날들이었다

지금보다 사람은 훨씬 많았고 기구 하나 타려면 2시간 정도는 기본으로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그 기다림들은 서로의 대화 속에 재밌는 과정이 되었었고 그 기다림 뒤에 오는

놀이기구의 짜릿함은 과연 기다림의 고통을 한순간에 잊게 만드는 쾌락의 절정이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생떼들이 번갈아가며 부모인 나를 괴롭게 하지만

내 유년시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지금 이 순간이 아이들에게도 소중하겠지만

부모인 나에게 훨씬 더 소중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매직패스라는 자본주의가 보여줄 수 있는 힘을 허무하게 느끼게 되었지만

그때마다 아이들에게 가치 있는 소비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로 삼 되었다


부모에게는 큰돈을 내고 쌩고생을 하는 날이지만

아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쌓이는 날이라 생각하며

걷고 또 걸었다


(앉을 데 좀 많이 만들어 주세요 ㅜㅠ 부모들 힘들어요 ㅡㅜ)


*매직패스:놀이기구 기다리는 시간을 적지않은 돈으로 사서 기다림없이 쾌적하게 즐길 수 있기 만들어주는 마법의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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