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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큰구름 Jul 14. 2023

출퇴근 시간만 왕복 6시간 처음엔 재밌었다

기차를 타본 게 대체 얼마만인가??
그것도 무궁화호를 말이다.

예전 중학교 3학년 때 청량리에서 강릉 여행을 갔던 적이 있었는데 입석으로 11시간 밤새 갔었다

때도 무궁화호를 탔던 거 같은데

10년이 훌쩍 넘은 지금 시점에선 참 많이 낡은 기차다. 그땐 뭔가 새삥인 거 같았는데..

서울 토박이!
서울에서만 35년을 살았다.
하지만 앞으로의 삶은 원주에서 살게 되었다

서울에서의 집값과 아이들의 주거환경을 위해

처갓집 근처로 이사 가기로 땅땅!!!

마침 아내도 직에 성공했다

그래서 가야만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내는 근무하던 병원을 다니며 밤에 책 몇 번 보는 거 같더니만 어렵다는 공기업 이직에 성공했다

난 그냥 별 뜻 없이 '별거 아닌 거 보네??

공부도 별로 안 한 거 같은데 붙고!!'

내가 말실수를 한 건가?? 보다!!!
난리가 났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말 어려운 곳이었다) 육두문자가 오고 있다 빨리 피해야 한다

평생 프리랜서인 내가 그런 걸 어찌 아냐고!!
아내 왈! 모르면 말을 하지 말란다!(쩝;;;)
이래서 나이 들수록 말조심을 해야 한다

특히 남편들은 말을 나온다고 다 뱉으면 안 되고

꼭 필터링을 해서 뱉어야 한다

졸지에 난 무식한 인간이 되어 버렸다
여하튼 그렇게 원주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난 주로 서울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잠만 원주에서

잔다고 보면 될듯한다 (물론 쉬는 날엔 아니지만)

집에서 나오면서부터 일터까지 편도로 3시간쯤 걸렸다 왕복으로 하면 6시간!!!!

처음 기차를 타고 원주역으로 갔는데(지금은 없어진 원주역 구역사) 뭔가 시골틱하면서 굉장히 엔틱 했다 너무 이쁘고 막 여행 가는 느낌이었다
무궁화호의 낡은 의자카펫도 뭔가 역사가 느껴진다고 할까?? 너무 힐링 그 자체였다 그리고 매점도 있었다! ㅋㅋ 가는 곳만 일터이지 딱 여행느낌이었다
그렇게 나의 왕복 6시간 출퇴근이 시작되었다

차비가 많이 들긴 했지만 서울 집값대출이자로

따져보면 그런대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한 달이었다.
한 달이 지나고부터는 생활이 되어버렸다
좌석 예매하는 것부터 전쟁이다.

물론 정기권을 끊으면 되지만 정기권은 자유석이라

자리가 나면 앉고 자리주인이 와서 '여기 제자리인데요?' 하면 비켜줘야 한다

그래서 매점칸에 있는 긴 좌석에 앉으려고

다들 눈치게임을 제대로 벌인다.

매점칸은 4호차 그 앞에 줄을 쫙 서있지만

어디서 기차가 서줄지는 기관사 마음이었다

그리고 기차가 멈추기 시작할 때부터

몸빵이 시작되며 입구로 달려든다.
끽해서 18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자리밖에 없기 때문에 놓치면 1시간 30분을 바닥에 앉아서 가야 한다.

특히 금요일이나 휴가철에는 그냥 포기하고

서서 가는 걸 택해야 한다 (사람이 말도 못 할 정도로 많다 기차가 가는 게 신기할 정도..)

이런 생활은 2년 정도 했다 남들은 대단하다고 했지만 난 그 이동거리가 아까워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며

다녔다. 지금생각해 보면 참 대단하고 치열한 삶이었다

이런 삶은 원주역(구역사)이 없어지고 새 역사가

생기며 그리고 만종역이 생기며 ktx가 들어오게

되면서 달라졌다 열차가 정말 쾌적하고 이동시간도

왕복으로 1시간 30분 정도 줄어들었다.

다만 차비는 0.5배 비싸졌다 그래도 이게 어디냐!

아직도 원주역에 가면 무궁화를 탈 수 있다

물론 전보다 시간대도 줄고 열차량도 줄었지만

1호차 특실이 그냥 일반실 가격으로 풀렸다!

(청량리 <-> 원주 무궁화타실 분들은 1호차로

예매하세요 특실이라 좌석이 다릅니다) 

하지만 난 주로 만종 <->청량리 ktx를 타고 다닌다.  

출퇴근 시간대 때문에..

이제 몇 년 있으면 강남 <->원주 지하철이 생긴다.
그러면 지금보다 가격도 배차간격도 더 좋아지겠지만 여행의 추억도 왕복 6시간의 출퇴근 시간도 입석으로 바닥에 앉아 다니며 꾸벅꾸벅 조는 일도 또 하나의 좋은 추억과 젊음의 열정으로 나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듯하다

난 프리랜서다 특히 서울에서 주로 일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잦다
그럴 때마다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말이 어디 사세요?이다 그러면 난 '좀 멀리 살아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대부분 용인? 수원? 덕소? 정도를 말한다

그러면 나는 '그것보단 좀 멀어요'라고 답한다.

그때부터 다들 갈팡질팡 해한다

난 웃으며 힌트를 좀 준다 '전 도가 달라요!' 그러면

그들은 '그러니까 경기도 아녜요??' 그런다 ㅋㅋ

그러면 전.. 강원도;;,,,, 다들 경악해한다!!

'강원도에서 다니신다고요??'

'네 강원도 원주에서 출퇴근해요'

'저보다 멀리서 다니시는 분 없죠???' 그러면

'당연하죠! 누가 강원도에서 출퇴근을 해요'라고

말한다 ㅋㅋ 그럴때마나 뭔가 뿌듯하다

남들은 힘들다는 것들을 난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이라고 할까??


 그래도 출퇴근시간은 짧은 게 좋은 거 같다 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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