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꼰대 02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큰구름 Nov 11. 2024

-1.1

과거

문이 잠겨 있다. 

시계를 보니 30분 일찍 도착했다. 예상한 시간에 도착한 것이다. 

잠시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어 극장을 쳐다봤다. 


`조선의 딴따라`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데 일조를 한,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딱히 한 장르라고 판단하기에는 너무 다양한 요소들이 들어있는 공연, 굳이 표현하자면 퍼포먼스 라고 할 수 있겠으나 그렇기엔 연극과 뮤지컬적인 요소들이 강하고 서커스적인 부분들도 많은 공연이다. 


고등학생 때 단체관람을 와서 보고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은 배우로서 극장 앞에 서 있다. 

지금은 7팀이나 된다고 들었다. 오디션을 보고 또 보고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를 반복하던 중 이 작품에 합격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1차 오디션과 일주일간의 2차 워크숍 그리고 마지막 3차 오디션까지 거쳐 최종 3명이 합격했고 그 안에 나 역시 포함되어 있었다. 


오늘은 분기별로 한 번씩 있는 딴따라 전배우 모임날이라고 한다. 연습 이주차인데 신입배우들도 참석하라는 소식을 듣고 신입의 덕목 일찍 도착하기를 시도했으나 문이 닫혀 있다. 그래도 제일 먼저 도착한 거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야! “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에 돌아보니 


N.Y 가 새겨진 야구모자를 쓰고 리복마크가 새겨진 빵빵한 검은색 패딩과 검은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하얀색 에어조던을 신은 남자가 아래에서 위로 나를 훑어보고 있었다.


”너 딴따라 신입이지? 선배를 봤으면 인사를 해야지 “

”아, 네? 네, 안녕하십니까 신입배우 김동식입니다. “

”그래 인마 신입이면 누구를 만나든 인사하는 거야 여기 너보다 밑인 배우들 없다. “

”네 알겠습니다. “

”근데 여기서 뭐 하냐? “

”일찍 도착했는지 문이 잠겨있습니다. 아직 아무도 도착을 안 한 거 같습니다. “

”여긴 공연장 정문이잖아, 정문은 공연할 때만 열어놓지 뒷문으로 들어오라고 전달 못 받았어? “

”네 못 받았습니다. “

”그래? 조연출이 잘못했구나 조연출 조지면 되겠네 “

”아, 네? 그게, 아닙니다. “

”뭐가 아니야? “

”제가 잘못 본 거 같습니다. “

”왜 이랬다 저랬다 하냐 “

”상수 상수 유쌍수“

어디서 소리가 들린다. 나와 대화를 나누던 선배가 소리 나는 쪽으로 인사를 한다. 

선배의 시선 끝쪽으로 한 남자가 서있었다. 


단정한 머리에 베이지색 무스탕을 걸치고 딱 달라붙는 검정슬랙스 바지를 입고 수금 나온 건달처럼 작은 파우치백을 겨드랑이에 끼고 있다.

 베이지색 스니커즈에 알이 큰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남자는 180cm 정도의 큰 키와 카리스마가 흘러넘쳤다.


”오셨습니까 형님“

”그래 이 녀석아 오랜만이다. 연락 좀 하고 살자 “

”설에 인사드릴 겸 해서 연락드렸는데? “

”그러면 받은 걸로 치지 뭐 근데 쟤는 누군데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냐? “

선글라스를 벗는 남자를 보며 낯익은 얼굴에 시선을 마주치고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신입배우 김동식입니다. “

”안녕 못하십니다. 이미 늦었습니다. 인사는 보자마자 해야지요 

유상수 이제 짬좀차서 후배들 안 가르친다는 거냐? “

N.Y야구모자를 쓴 선배의 이름은 유상수였다.

”형님 연예인이 이런 걸로 후배들 갈구면 나중에 말 나옵니다 “

이제 알았다. 이 남자는 개그맨으로 데뷔해서 지금은 배우로 활동 중인 `임돌석`이었다.

”그른가? 이제 이미지 관리 좀 해야 하나? “

”당연히 해야죠 얼마 전에 영화 천만 가셨잖아요 이제 천만 배우 아닙니까 “

”천만이면 뭐 하냐 내 분량이 많지도 않은걸 “

”그래도 그 정도면 꽤 나오셨죠 스토커역 진짜 임팩트 있던데요 “

”말도 마라 그거 때문에 악플 겁나 온다. “

”진짜요? “

”그래 천만 넘는 사람들이 그걸 본 거잖아 그중에 1%만 악플 달아도 만이야 “

”와 진짜 장난 아니겠네요 “

”안 들어가고 뭐 하냐 “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정장을 차려입은 남자 2명과 여자 1명 그리고 가운데에는 적당히 벗어진 머리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한 남자가 서 있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

상수 선배가 인사를 했다. 돌석 선배는 대표님 앞으로 뛰어가 90도로 인사를 한다.

”오랜만입니다. 대표님 “

”돌석이 얼굴 보기 힘들다. “

”이제 바쁜 거 지나서 좀 한가해졌습니다. 모임 끝나고 한잔 하러 가시는 거죠? “

”모임 끝나고 일정 뭐지? “

대표가 옆에 있는 여자에게 물었다. 

”오늘은 모임 말고는 스케줄 없으십니다. “

”딱이네 가자고 “

상수 선배도 어느새 대표님 옆에서 말을 보탠다.

”쟤는 신입배우라고 합니다. “

얼떨떨하게 멍 때리고 있는 나를 상수 선배가 대표님께 소개를 한다.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다. 

”인사하려면 아직 멀었나? “

대표가 말했다,

”야 동식인지 뭔 식인지 대표님께 인사드려야지 뭘 그렇게 멍청하게 서있냐 “

돌석 선배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신입배우 김동식입니다. “

인사를 받는지 마는지 대표는 나를 지나치며 극장 정문으로 간다.

”거기는 문이 닫혔는데요? “

내가 말했다. 그 순간 상수 선배의 입술에 세로로 세워진 검지손가락을 보았다.

”쉿 “

이유를 아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 없었다.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것처럼 대표가 정문 앞에 다다르니 극장 정문이 양쪽으로 갈렸고 

모두 그곳으로 들어갔다.

나만 멍하니 서 있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1화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