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편
내가 그리는 선(線), 하늘에 더 갔을까. 내가 찍는 점(點).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 눈을 감으면 환히 보이는 무지개보다 더 환해지는 우리 강산(江山)...
`서러운 생각으로 그리지만 결과는 아름다운 명랑한 그림이 되기를 바랐던 수화 김환기' 그렇게 마르지 않는 순수의 에너지를 무한히 발산하며 팽창하는 `점의 우주`를 세상에 선물합니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소식은 파리에서 작업 중이던 77세 노장 화가의 귀에도 흘러들어 갑니다. 이내 그의 두 뺨 위에 멈출 수 없는 뜨거운 눈물이 흐릅니다. 이윽고 눈물을 닦고 일어선 그는 민족의 상징과도 같은 새하얀 한지를 (가능한 한) 거대하게 잘라 펼칩니다. 그리고는 깨끗한 먹이 물든 소박한 붓을 조용히 들어 터질 듯한 화상을 즉발적으로 뿌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군상> 연작이 태어납니다.
진심으로 소망하면 이루어지는 걸까요? 가족과 헤어지고 일 년 후, 중섭은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탑니다. 그렇게 가족들과 재회합니다. 일주일만 허락되는 선원증은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가족들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그것이 아내와 두 아들을 만나는 마지막 기회였다는 사실도 모른 채, 넘쳐흐르는 기운으로 대작을 완성해 가족을 다시 만나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는 통영으로 갑니다. 그리고 지금껏 쌓아온 자신의 모든 내공을 쏟아낸 소를 완성합니다. 초인적 소. 형언하기 어려운 힘이 느껴집니다.
이 책은 나에게 미술이라는 이름으로 예술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그렇게 난 미술관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