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양귀자의 모순이라고 알아?
-알지 그거 요즘 베스트셀러던데?
-그래? 그거 읽어보고 싶어
소설은 읽으면 재밌으면서도 읽는 내내 감정 소모가 많이 된다. 그래서 다 읽고 책을 덮기 전까지 감정의 폭이 요동을 친다. 특히 인생 소설 중에는 인간의 깊은 내면 속 슬픔과 고통, 아픔들을 주로 다루는 소설들이 많기 때문에 선뜻 소설을 고르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런 와중에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는 `모순`이라는 소설을 보고 이름에서 풍겨오는 묘한 끌림에 언젠가 한번 읽어보자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 언젠가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아내를 위해 책을 빌려왔지만, 읽고 있는 책을 아직 덮지 못한 아내를 발견하고, 양해를 구하고 먼저 책을 펼쳤다.
P164.
이모가 문득 간절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진진아......."
"응? 왜요?"
"진진아, 미안해, 너보다 우리 자식들을 더 사랑해서 너한테 정말 미안해......"
참말이지, 이모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모는 전화선 저쪽에서 몰랐을 것이었다. 이모의 마지막 말 때문에 내가 그 순간 왈칵 울어 버렸다는 것을, 나는 울음을 감추기 위해서 얼른 전화를 끊었다. 벌써 가득 고여 흐르고 있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 내며 "나는 창 밖을 보았다. 거기, 가을을 건너가고 있는 높고 푸른 하늘이 무심하게 세상을 굽어보고 있었다."
책은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모순덩어리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작게는 자기 생각의 모순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한 사람 생에 주어진 모순까지..
가볍게 느껴지는 문체 속에서 절대 가볍게 지나쳐버리지 않는 여운들은 작가의 글력(내공)을 말해준다.
오열하고 싶어도 오열되어지지 않는 소설.
잔잔한 호수에 맹글맹글한 돌멩이 하나가 퐁당퐁당 물수제비를 남기며 내 마음을 지나갔다.
모순은 그런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