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빈자를 위해 집을 지어 줘야 대학에 간다?

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 일기

by always봄

라떼는 그랬다.


‘넌 우리 대학에 어떻게 들어왔어?’


‘네가 지금 깔고 앉아 있는 그 잔디 내가 깔아줬잖아.’


‘애걔걔! 고작 잔디? 나 아니면 니들 7층 강의실까지 계단으로 걸어 다녔을걸.’


라떼는 대학에서 오롯이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선발했기 때문에 저런 농담이 가능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내신 성적과 학생부가 중요시 되면서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아이들은 교과 이외의 활동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시윤이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샘, 시윤이가 이번 주 춘천으로 집짓기 봉사활동을 다녀와야 해서 학원을 빠져야 할 것 같아요. 혹시 보충이 가능할까요?’


여름 방학기간에 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며 수업 보충이 가능한지 문의하셨던 것이다. 이미 마감이 된 집짓기 봉사활동에 한 팀을 꾸려 후원금까지 내며 어렵게 얻은 자리라고 하셨다. 다른 아이들은 방학 중에 단기로 해외봉사도 가는데 이 정도 하지 않고서 어떻게 자식 대학을 보내느냐며 한참을 설명하셨다.


시윤이는 1주일간의 집짓기 봉사활동을 마치고 다소 그을린 얼굴로 학원에 등원했다.


‘집 짓기는 어땠어?’


‘재밌었어요.’


빈자를 위한 집짓기 봉사를 하기 위해서 현장 인근에 있는 숙소를 얻었다고 했다. 시윤이와 친구 5명 그리고 그들을 지원할 시윤이 어머니까지 총 6명이 무더위와 사투를 펼치며 숙식을 함께 했다고 한다.

시윤이에게 그 일주일은 공부에서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봉사하고 웃고 떠들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그런 그들을 위해 식사, 빨래, 픽업을 책임져야 하는 시윤이 어머니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시윤이가 한 말이 기억난다.


‘제가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늦게 와도 그 시간까지 엄마가 주무시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맹모삼천지교’라고 시윤이 어머니도 자식을 위해서 똑같이 수험생이 되셨던 것이다.

부모 마음이라면 자식을 위해서 못할 것이 뭐 있겠느냐마는 왜 대한민국의 교육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상당한 시간과 비용까지 감수하면서 집까지 지어야 하는 봉사 활동을 해야 하나?

봉사활동도 돈에 의해서 그 가치의 경중이 결정이 되고, 그 활동이 학생부에 고스란히 적시되어 혜택이 주어지는 현실에서 과연 ‘개천에서 용 난다’ 말이 가능할까?


대한민국에서 모두에게 공정한 대학 입시는 언제쯤 가능한 걸까? 가능하기나 한 걸까?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Tip 수험생 아이를 둔 부모님들에게:


아이들은 지나친 부모의 관심에 부담을 느낍니다. 물론 무관심은 독이 되고요. 학원 끝나고 늦게 귀가하는 아이에게 고생했다며 토닥여 주는 정도의 관심이면 충분합니다.

keyword
이전 07화#17. 학원을 다니는 이유-어느 고등학생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