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학원을 다니는 이유-어느 고등학생의 고백
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 일기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저 하늘을 높이 날 수 있어요. 이 무거운 세상도 나를 묶을 순 없죠. 내 삶의 끝에서 나 웃을 그날을 함께해요.’
인순이가 불러 유명한 ‘거위의 꿈’이란 노래의 가사다.
학원은 저마다 다른 꿈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교육시설이다. 휘문고에 다니는 상훈이는 학원버스를 타고 정시에 등원한다. 늘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4시간 내내 칠판에서 눈을 떼지 않고 주 3회 학원에서 수업을 받는다. 수업 자세와 얼굴로는 전교 1등이 될 관상을 갖고 태어난 아이다. 하지만 상훈이가 속한 반은 최하위반이고 학교 성적은 반에서 아쉽게도 하나 모자란 꼴찌에서 2번째.
상훈이는 가끔 내게 전화해 학원버스만 타면 머리가 터질 듯 아프다며 집에서 쉬면 안 되겠냐며 말하지만 그 호소가 내게 통할 리 없다. 일단 등원하면 두통은 사라지고 예의 바른 자세로 수업을 경청한다. 문제는 곧은 자세로 칠판만 바라볼 뿐이지 전혀 수업에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멍 때리기 대회에 참가한다며 전국 1위는 거뜬히 차지했을 것이다.
학원차를 타면 두통이 생기고, 수업시간에 멍 때리기만 하는 상훈이는 학원에 왜 다닐까? 그 아이는 어떤 꿈을 가지고 있을까? 꿈이 있기라도 한 것일까?
‘상훈아, 너는 학원에 왜 다니니?’
‘저도 끊고 싶은데, 끊을 수가 없어요.’
‘왜?’
‘학원을 끊으면 용돈도 끊기거든요.’
그거였다. 상훈이가 1주일에 3일 4시간씩 한 달 평균 50시간에 수 십만 원의 학원비를 내며, 극기 훈련보다 더 고통스러운 학원 수업을 견뎌내는 것은 바로 ‘용돈’이었다.
‘용돈 안 받고 그냥 학원 안 다니면 되잖아.’
‘안 돼요. 그럼 마술도구를 살 수 없어요.’
‘마술? 너 마술 하니?’
예측 불가능한 이야기 전개였다. 용돈으로 마술도구를 사기 위해서 학원에 다닌다니.
‘네. 마술 배우고 있어요.’
늘 무표정이었던 상훈이 얼굴에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마술 보여드릴까요?’
가방에서 카드를 꺼내더니 현란한 손짓으로 카드마술을 내게 보여줬다.
‘상훈아, 넌 꿈이 뭐니?’
‘지금은 마술사요.’
누구에게나 꿈은 있다. 그 꿈이 한순간의 꿈으로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고 있다. 상훈이는 ‘마술사’라는 꿈을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해 학원을 다닌 것이다. 아이들에게 학원에 다니는 이유를 물어보면 십중팔구는 ‘성적 때문’이라고 답한다. 나는 그런 대답을 듣고 싶다.
‘제 꿈을 위해서 학원에 다녀요.’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상훈이는 무대 위에서 마술을 펼치고 있을까?
지금도 나는 상훈이의 꿈을 응원한다.
Tip 학원을 그만 다니고 싶다는 아이들 다루는 법:
‘용돈’을 끊겠다고 얘기하세요. 하지만 그보다 먼저 아이의 꿈을 찾게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