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 일기

by always봄

수지는 입가에 옅은 미소가 문신처럼 새겨 있는 아이다. 고요하고 잔잔하게 흐르지만 모든 물줄기를 다 포용하는 어머니 강처럼 심성 굳고 따뜻한 그 아이에게 남친이 생기자 그녀의 미소는 더욱 커졌고 환하게 빛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특유의 그 환한 미소는 사라져 갔고, 초점 잃은 눈빛에선 절망감이 보이기 시작했다.


‘남친이랑 싸웠어?’


‘아니요.’


‘그럼 표정이 왜 그래?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아무 일도 아니에요.’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나날이 잿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더 이상 방치할 순 없었다. 상담실로 수지를 불렀다.


‘수업 시간에 딴생각만 하고.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얘기를 해야 도와주지.’


그녀는 고개를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더니 상상조차 할 수도 없었던 그 한 마디를 꺼냈다.


‘저 임신한 거 같아요.’


너무 충격적이어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어쩌다 그랬어?’


수지는 교제하기 전부터 학교에서 같은 반이었던 남친을 짝사랑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남친의 사귀자는 말에 교제가 시작되었고, 스킨십도 점점 수위가 올라갔다고 한다. 급기야 관계를 거부하는 수지에게 남친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느냐며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 하면서 관계를 요구했고, 헤어짐이 두려운 수지는 결국 거부할 수 없었다고 했다.


‘남친은 이 사실을 알아?’


‘아니요.’


‘그럼 일단 어머니한테 먼저 말씀드리자.’


‘안 돼요. 어떻게 엄마한테.’


시간이 급했다. 해결을 해야 했다. 생각을 정리하고 수지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처음에 어머니는 충격을 받으셨지만 딸아이의 아픔에 공감하시고는 수지와 차분하게 얘기해 해결하겠다고 하셨다.


그후 수지는 1주일간 학원에 나오지 않았다. 초조한 시간이 흘러갔고 2주 뒤, 그 아이는 잿빛이 사라진 얼굴로 나타났다. 한동안 문신 같던 그녀의 환한 미소를 볼 수는 없었지만, 서서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3개월 정도 지나자 친구들의 농담에도 웃고, 떠드는 꽃 같은 18세의 소녀로 다시 돌아왔다.


‘사랑’에서 가장 이상적인 관계는 동일하게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사랑에서는 기울어진 시소처럼 반드시 강자와 약자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 약자의 간절한 마음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얻으려고 하는 모든 강자의 행위는 ‘폭력’이다.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말하고 싶다. 내가 원치 않은 것을 요구하는 남자의 행위는 절대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저지르는 끔찍한 ‘폭력’이라는 것을. 그 ‘폭력’에 결연히 맞서기를. 그대들은 충분히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빛나는 존재이기에.



Tip 사랑한다면서 당신이 원하지 않은 행동을 요구하는 남자는 결코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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