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아동학대에 대한 오해와 편견

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 일기

by always봄

그 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다. 북극 한파가 한반도에 머물며 시베리아로 만들던 그 해, 겨울을 가장 싫어하는 나는 손에 장갑을 끼고 양말 2켤레를 껴 신고 귀마개를 하고 옷장에서 옷이란 옷은 죄다 꺼내 입고 출근하곤 했다.

수업 시간이 다가오자 자리는 하나 둘 채워지고, 아이들의 체온으로 교실의 온도로 조금씩 훈훈해지고 있었다. 그때였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현호의 파격적인 복장에 교실의 모든 아이들의 표정이 순간 북극 빙하처럼 변했다.

짧은 스포츠머리에, 하얀색 헐렁한 반팔 티셔츠, 베이지색 반바지, 게다가 양말도 신지 않은 슬리퍼 차림의 현호는 그에게 쏟아지는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건넨 후 자리에 앉았다. 현호 혼자 여름이었다.


‘현호야, 안 추워?’


‘안 추워요.’


시선을 맞추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을 했다. 현호는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중3 남학생이었다. 감정이 들어가지 않은 약간 어눌한 말투에 시선을 제대로 맞추지 않는 하지만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는 조금은 특별한 아이였다.


‘따뜻하게 입고 다녀야지.’


‘안 추워요.’


이틀이 지나고 다시 현호네 반 수업이었다. 그날은 눈발도 날렸다. 하지만 현호는 전 수업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옷을 입고 학원에 나타났다. 아이들은 ‘극기 훈련하냐?’ ‘멋진데.’라고 놀렸다. 하지만 현호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현호야 너 정말 안 추워?’


‘안 추워요.’


현호 손을 만져봤다.


‘손이 이렇게 찬데.’


‘안 추워요.’


‘그러다 동상 걸리면 큰일 나.’


현호는 ‘안 추워요’란 말만 반복했다.

교무실에서 현호의 복장에 대해 선생님들끼리 논쟁이 벌어졌다


‘그렇게 입고 어떻게 안 춥지?’


‘어려서 한약을 많이 먹었나?’


‘겨울옷이 없는 건 아닐까요?’


‘설마. 학원도 보내는데 겨울옷 살 돈이 없겠어?’


‘그러면 혼내려고 일부러 여름옷을 입힌 건 아닐까요?’


‘혹시 현호 엄마 계모 아냐?’


‘계모네..... 안 그럼 자기 아들한테 어떻게 저래.’


그렇게 의혹만 쌓여가고 있었다.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요새 현호가 반바지에 슬리퍼를 신고 와서 걱정이 돼서 전화드렸어요.’


‘아이가 제가 옷을 아무리 챙겨줘도 벗어 놓고 그렇게 입고 가요. 저도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어요. 다른 건 말을 잘 듣는데, 옷에 대해선 그렇게 고집을 부려요. 선생님이 현호 좀 설득해 주세요.’


선생님들이 얘기한 계모의 학대가 아니었다. 어머니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현호는 자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우리의 시각으로는 이해 불가능한 자신만의 복장을 선택했던 것이다.

현호를 불러 어머님의 걱정을 전달하였고, 따뜻하게 옷을 입어야 하는 이유도 설명해 주었다.


다음 주가 되어서 현호가 수업시간에 나타났다. 아이들의 환호가 터졌다. 반팔 티셔츠가 아닌 패딩 차림으로 하지만 반바지와 슬리퍼는 그대로였다.


‘현호야, 발은 안 시려?’


‘안 시려요.’


국어사전에서 ‘아동학대’에 대한 정의는 보호자 또는 성인이 아동에게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을 가하거나 아동을 돌보지 않고 유기ㆍ방임하는 일.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현호 어머니는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을 것이고 현호는 어머니와 분리되었을 것이다. ‘아동학대’라는 용어도 생소했던 그 시절, 현호 어머니는 아들을 아동학대한 것일까? 현호 어머니와 통화하기 전까지도 나 또한 다른 선생님들처럼 그 어머니를 악의적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자식을 한 겨울에 반바지와 슬리퍼를 신겨 밖으로 내보낸 모질고 가혹한 어머니라고. 하지만 일반 아이들과는 조금 특별한 현호를 혼자서도 일반학교와 학원에 다닐 정도로 독립심 강하게 키운 현호 어머니는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을 견뎌내셨을까? 그런 그녀에게 칭찬과 존경은 커녕 나를 포함한 우리들은 남의 이야기에 너무 경솔하게 판단하고 쉽사리 말하지 않았던가. 우리와 조금 다른 아이들과 그들을 헌신적으로 키워내는 가족들에게 따뜻한 포용과 존경의 시선을 줄 때다.


현호의 취미는 자전거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지금 37세가 되었을 그가 뜨거운 태양아래 베이지색 반바지와 흰 티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세상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Tip 지금 이 순간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언어로 끊임없이 정서적 학대를 가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육체적 학대의 상처는 곧 아물어 사라지지만, 정서적 상처는 평생 남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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