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결국 승자는?

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기

by always봄

2000년대 초반은 지금처럼 핸드폰이 보편화되지 않았지만, 남자아이들은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게임에 빠져있었다. 단지 그 도구가 핸드폰이 아닌 컴퓨터로 바뀌었을 뿐.


중2 재영이도 밤낮없이 컴퓨터 게임에 빠져있었다.

시험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하는 재영이를 보고 참다못한 어머니는 재영이 방에 있던 컴퓨터를 거실로 옮겨 재영이가 게임을 하지 못하도록 원천 차단시켰다.

그날 이후 어머니는 편히 수면을 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며칠 후 새벽,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이 깬 어머니는 안방 문을 열고 나서다가 너무 놀라 소리까지 지르셨다. 불 꺼진 거실에 희미하게 보이는 누군가의 그림자. 바로 재영이였다. 모두가 잠든 새벽에 도둑고양이처럼 웅크린 자세로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비싼 컴퓨터를 버릴 수는 없고, 기영이가 새벽에 거실에서 몰래 게임을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그때 재영이 누나가 신박한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바로 ‘컴퓨터 키보드’ 숨기기.

어머니는 키보드를 안방에 숨기고 다시 편히 잠을 잘 수 있었다.


며칠 후 새벽, 물을 마시러 거실로 나온 어머니는 다시 한번 컴퓨터를 하는 재영이를 발견했다. 엄마가 나온 것도 모르고 컴퓨터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던 재영이는 뭔가 서늘한 그림자가 모니터에 비친 것을 보고 놀라, 그제야 뒤돌아보고 어머니의 존재를 알아차렸다고 한다.


과연 그렇다면 재영이는 어떻게 컴퓨터 게임을 할 수 있었을까?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재영이는 친구한테 키보드를 빌려왔던 것이다.

어머니는 물러설 수 없었다. 이제 남은 방법은 컴퓨터를 거실에서 치우는 일.

그렇게 컴퓨터는 창고 신세를 지게 되었다.


하지만 재영이가 게임을 포기했을까? 그에게는 PC방이 있었다.


그날 이후 재영이는 학교 수업이 끝나면 PC방으로 직행했고, 심지어 학원 수업을 빠지기까지 했다.

가족회의가 다시 소집되었고, 격론 끝에 도달한 결론은 PC방을 가지 못하게 돈줄을 끊기, 바로 ‘용돈 대거 삭감’ 카드였다.


과연 재영이 가족은 평화를 찾을 수 있었을까?


돈줄을 끊은 다음날 해가 지고 저녁 시간이 지나도 재영이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밤 10시가 지나도 재영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어머니는 초조해졌고, 재영이가 갈만한 곳으로 전화를 돌렸지만 누구에게서도 재영이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 시간 재영이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재영이는 집 근처 찜질방으로 ‘가출’을 감행했던 것이다. 가족의 통제를 벗어나 한가로이 찜질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고 있던 철없는 막내아들의 모습이었다.


그날 저녁 재영이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 학원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그중 한 명에게서 재영이가 찜질방에서 잔다는 얘기를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재영이 어머니에게 전하면서 그냥 며칠 지켜보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전달했다.


어머니는 그날 재영이가 머물던 찜질방에 몰래 가셔서 재영이가 안전하게 있는지 확인하고 오셨다고 한다. 그리고 이틀 후, 용돈이 다 떨어진 재영이는 집으로 안전하게 돌아왔다.


며칠 후, 학원에 나온 재영이에게 왜 가출에서 돌아왔냐고 물었다.


‘처음에는 좋았어요. 잔소리하는 사람도 없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화가 나더라고요. 왜 날 안 찾지? 내가 궁금하지 않나? 배는 고픈데 돈은 떨어지고.’


그럼 이 싸움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재영이가 가출에서 돌아온 날, 게임에 대한 협상을 벌였다고 한다.


‘주중을 제외한 주말에만 게임하기’


학원에서 부모님과 상담하다 보면 가장 흔한 아이와의 갈등은 바로 ‘핸드폰 중독’이다.

특히 방학 때면 밤낮없이 핸드폰을 하다 아침에서야 잠을 자는 아이들이 흔하다. 그때 내리는 조언은 아이와의 협상이다. 아이 스스로 핸드폰 사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부모가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와 협상을 해야 한다. 우선은 아이가 핸드폰 사용 요일과 시간을 정하게 하고, 그다음에 부모님의 장기인 일명 ‘시간 후려치기’를 통해서 아이가 제시한 시간을 더욱 줄이는 것. 그러면 적절한 수준의 협상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Tip 밤낮없이 핸드폰을 끼고 사는 아이 다루는 법:


핸드폰 사용시간을 아이 스스로 정하게 하세요. 그리고 협상을 통해서 그 시간을 깎으세요.

아이 자신도 핸드폰 사용에 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 협상을 순수히 받아들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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