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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어파파 Jun 17. 2023

나홀로 다녀온 도매시장 재료 구입기

아내 없이 처음으로 도전! 



늘 둘이서 함께했다. 도매시장을 갈때면 난 늘상 아내와 함께 했다. 든든했다.





그런데 오늘은 부득이하게 혼자서 다녀올 수 밖에 없었다. 보통 매장이 쉬는 날 같이 도매시장을 돌며 새로운 상품기획은 어떻게 할지 다음시즌은 어떻게 준비할지를 실제로 보면서 정하고 계획을 수립하는데 이번 주말 진행되는 콜라보레이션이 있어서 오늘 아내가 매장 문을 여는 동안 내가 도매시장을 다녀온 것이다.


'혼자서는 처음이었다'


사실 뭐 두려울 것은 없었다. 오늘 가고자 했던 곳들은 원래 방문하는 거래처들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가지...


            그 도매처가 어디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기억이 안나는 곳들이 있다는 점이다.          


도매시장을 가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한번 대충 가서는 어지간해서는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소위 말해 이것또한 뇌의 신경가소성에 따라 가는길을 계속 뇌에 입력하며 신경을 자극해야 어디가 어딘지 한방에 뽝! 찾을 수 있지만 그것이 충분히 여러번 학습되지 않았을 땐 길을 해매는 것이다.


일단 처음에 한 곳을 찾기 위해 아내에게 다시 물어서 상가이름을 듣고 외웠다. 그런데 OO상가인데.. OO상가에서 아동복을 취급하는 곳도 있고 OO상가에서 침구를 취급하는 곳도 있고 상가 이름은 같은데 건물이 아예 다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일전에 같이 왔던 모든 오감을 살린다. 그리고 몸이 움직이는대로 간다. 내가 몸인지, 몸이 나인지 둘다 나인지 모르겠지만 모든 감각이 이끄는 대로 발걸음도 따라간다. 마치 연어가 바다를 돌아다니다 산란기가 되면 자기가 태어난 곳을 기가막히게 찾듯이, 펭귄이 자신의 아기 펭귄이 있는 남극으로 다시 돌아오는 여정을 기가막히게 기억하고 다시 되돌아 오는 것처럼 말이다.


 에스컬레이터를 올라가자 몇 달전 봤던 매장과 그 사장님을 이정표 삼아 다시 집중한다. 결국 크게 한바퀴 돌아 내가 가고자 하는 그 집에 도착했다.




이것저것 사고나니 손에 묵직한 아령느낌의 물건이 내손에 쥐어졌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왔는데 이제 살짝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래, 뭐 이정도쯤이야.'하며 다음 행선지로 몸을 이동했다. 그러면서 아내에게 전화를 한다. 각 거래처를 갈때마다 끝나고 나면 아내에게 전화하느라 바쁘다. "요곤 요랬고~ 저건 저랬고~"재잘재잘 말이다.


다음 행선지에서도 그리고 그 다음 행선지에서도 내가 메모해온 대로 필요한 상품들을 모두 구해했다. 그렇게 돌아다니기를 두시간 반 정도?


어느덧 양손 가득, 어깨에 들쳐맨 가방에도 물건이 가득했다.


사실 생각했던 일들을 모두 마치면 카페에 가서 책도 좀 읽고 생각도 하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낼 참이었다. 그런데 양손에 물건이 계속 들려서 쥐어질수록 점점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분명 둘이 왔을때도 물건을 많이 사서 들고다닌 적도 많았는데 심적으로 혼자서 해야한다고 하는 것은 결국 모든 신경과 에너지가 둘이 있을때와는 천지차이 임을 여실히 나타내주는 것이다.




지지난주 아내 혼자 도매시장을 하루 종일 돌고 집에와서 아이들 챙기며 목에 담이 왔었고 많이 고생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담이 심하게 와서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했을 정도이니 말 다한 것이다.


음.. 사람은 자기가 직접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사실.. 좀 쉽게 말하는 경향성을 띤다. 바로 '유창성'효과 때문에 축구 국가대표가 문전 앞에서 골을 못넣으면 욕을 욕을 하며 "야~ 내가 차도 저것보단 잘 차겠다"라고 말하는 것이라 보면 된다. 그런데, 직접 해보면 아... 그럴수 밖에 없겠구나 라는걸 여실히 알게 된다. 그래서 무엇이든 직접 스스로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혼자 도매시장을 다니며 2주전 아내가 담에 걸릴만 했겠구나... 얼마나 힘들었겠나... 라는 생각이 사실 절로 들었다.


그리고 문득 작년 6월 매장을 처음 오픈하던 시기가 많이 생각이 났다. 나야 평일엔 직장나가서 본업을 한다며 신경쓰지 못하며 '말'만 할 때 그녀는 계속 실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더운 날에도 뭐가 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 걸음씩 해왔던 것이다. 그 공로를 잊으면 안된다. 사람은 항상 초심을 잃는다고 하는데 뭘 각인을 하든 계속 생각이 나도록 해서라도 그 마음을 잊지 않도록 해야겠다.


왜냐하면, 그것이 사랑 없이는 할 수가 없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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