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권위의 이그조틱 폴댄스 대회인 '이그조틱 제너레이션(Exotic Generation)'의 아시아권 대회 '이그조틱 제너레이션 아시아'가 서울에서 열렸다. 내년 아마추어로서 출전해 볼까 하는 그 대회다.
이 대회에서 올해 1등을 거머쥔 이를, 필자는 최근 만났다.
그녀를 만난 곳은 학원.
지금 다니고 있는 폴댄스 학원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대회 출전 노하우가 가득한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곳 원장님은 이그조틱 폴댄서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분이다. 국내 학원 수업도 열심히 하시지만, 해외 초청 강연, 공연 등의 일정도 많아 매우 바쁜 분이다.
이곳에선 전문가반, 대회 준비반 수강생들의 졸업 공연, 리허설을 보는 일이 잦다.
어느 토요일 연습을 하러 갔는데, 학원 내 최상위 레벨인 1급 전문가반 수강자들의 졸업 공연이 있다고 해서 연습 대신 그 공연을 봤다.
다양한 콘셉트가 있었다. 좀비 인형, 어우동, 캣우먼 등. 이날 필자가 눈물까지 흘리게한 무대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조로를 콘셉트로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칼잡이, 롤로노아 조로.
애니메이션 속 조로의 특징은 머리카락 색이 초록색이라는 점, 세 개의 칼을 휘두른다는 점이다. 조로를 콘셉트로 졸업공연을 선보인 그녀는 본인의 탈색 머리를 연두색 헤어스프레이로 뒤덮었다. 그리고 조로처럼 세 개의 칼을 들고 등장했다. 공연 앞부분에서 그녀는 한쪽 팔이 없는 것처럼 옷에 가린 채 안무했다. 음악이 바뀌며 이어진 안무에서 화려한 기술, 모든 팔과 입으로 세 개의 검을 휘두르는 장면을 담았다. 시련을 극복하고 더 강해진 한 인물을 그리고 있었다. 연기가 좋아서, 순간적으로 확 몰입이 됐고 눈물까지 핑 돌았다.
대개 이그조틱 폴댄스가 섹시하고 열정적인 동작들을 선보이는 가운데, 조로라는 남성 캐릭터는 흔한 이그조틱 폴댄스 콘셉트는 아니다. 그런데 이 콘셉트의 공연이 올해 대회 1위를 한 것. (칼이라는 소재는 종종 등장한다. 아찔함의 도구로서)
이그조틱 폴댄스 대회에 출전해 좋은 결과를 얻고자 한다면 콘셉트도 아주 중요하다. 콘셉트가 잘 살아도 무대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감동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꼭 무언가를 닮아야 하는 것이 아니다. 댄서의 기술과 안무, 그리고 곡과 꼭 맞는 일관된 콘셉트를 유지해 1~3분의 무대를 통해 한 편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