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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작나무 May 21. 2019

마음이 추울 땐 위로의 이불을 덮어줄게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질퍽거리는 마음이 보송보송해진 게 언제 적인지. 마음 관리가 되지 않아 타자기를 두드린다. 타닥타닥 타자기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문장이 새겨진다. 글을 쓰면 마음이 편해지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책상에 눌러앉아 보아도 기분이 복잡해지기만 한다.

내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본다. 어떤 생각이 내 감정을 혼돈 속으로 몰아넣는지. 실타래의 끝을 찾아 마음속을 휘이휘이 뒤적여본다.

이럴 때는 내가 돌이 채 안된 아기 엄마라는 사실이 참 다행이다. 한 생명을 키우고 있다는 것만으로 내가 글을 쓰는 게 대단하게 비칠 수 있으니 말이다.

시간관리는 하려면 할 수 있지만 마음관리는 하려고 해도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의지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외로움을 쓰다 듬는다. 책상에서 일어나 침대로 돌아오면 쌔근쌔근 자고 있는 아기와 그 옆에 아기를 재우다 함께 잠든 남편이 누워있다.

축 늘어진 남편의 몸에 시선이 머문다. 몸이 힘들어지면 마음도 힘들어진다. 아기를 돌보느라 남편도 나도 서로의 지친 마음을 돌아보지 못했다. 그저 우리는 가끔 넥플릭스를 보며 노곤했던 하루를 위로받는다. 부부는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고 하는 게 이런 의미였을까.


새벽 네 시. 공기가 제법 차다. 이불을 차 버린 아기와 남편, 아빠와 딸 아니랄까 봐 똑같은 포즈로 자고 있다. 두 부녀 위로 얇은 인견 이불을 덮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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