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작나무 Mar 05. 2021

누구나 월 천을 버는 시대, 나 빼고

월 천이 옆집 개 이름처럼 쉽고 흔해졌다

한동안 이것 때문에 돈에 강박적으로 달렸다. 유튜브를 틀면 월 천을 버는 사람이 수두룩하니까. 단군이래 가장 돈 벌기 쉬운 시대라는데  나에게는 이리도 어려운 것인지.


부동산, 주식, 재테크, 자기 계발 책, 유튜브 영상, 클래스 101 등 내 인생에 접목하면 뭔가 달라질까 싶은 것은 모두 해봤지만 발장구를 칠수록 나는 부와 더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아마 그때부터였을까

내 마음이 더 가난해진 것이.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이 더 잘 보이기 시작했다. 부동산을 매각해 몇 억을 벌었다는 사람, 사업의 자동화로 경제적 자유를 얻었다는 사람을 볼 때마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보다 박탈감을 느낄 때가 더 많았다.


월 천이 갖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돈 걱정 없이 돈에 쫓기지 않는 삶, 집주인에게 쫓겨나지 않는 삶, 은퇴 걱정 없이 현재의 일을 즐길 수 있는 삶, 그러기 위해 스스로 굴러가는 황금알 시스템이 필요했던 것인데.


조급함이 생기면서 가치와 의미는 사라지고 돈만 좇는 내가 남았다. 보통의 삶은 부단히 노력해도 얻을 수 없을 것만 같아 보인다.


집주인에게 갑자기 전셋집을 빼 달라는 통보를 받고 집을 구하려는데 불과 2년 전보다 2억이 올라있다. 전세대란이었어서 구할 집도 없지만 2억이면 10년을 꼬박 모아야 생기는 돈인데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구했다.


돈에 대한 감각을 익히지만 주도권을 뺏기지 않고 내 페이스로 가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쉽지 않지만 돈으로 할 수 없는 것들마저 잃지 않기 위해.


건강, 감사, 도전, 성실함.

매거진의 이전글 바탕화면의 휴지통처럼 비울 수 있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