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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a 윤집궐중 Oct 09. 2021

3. 가운데 마음이 돌돌돌

동몽교실1_국어 수업 후기_ 충고

2014. 10. 1. (수)

** 초등학교 2학년 3반

국어 시간     



교사: 지난 시간에는 ‘칭찬하기’를 배웠어요. 오늘은,

학생들: ‘충고하기’를 배울 차례예요.

교사: (아이들이 말하는 동안 칠판에 ‘忠告’라고 적는다.)

교사: 그래요, 이번 시간에는 충고는 ‘언제, 어떻게 하는 것인지’를 배우고 다음 두 시간 동안에는 ‘충고하는 연습’을 해 볼 거예요.   




하는 것은 좋아도 받는 것은 싫어요


교사: 여러분, 충고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학생: 무엇을 잘하라고 하거나,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에요.

교사: 그렇지요. 잘 알고 있네요. 그럼 충고는 좋은 것인가요, 아니면...

학생들: 좋은 거예요. 잘되라고 하는 말이니까요.

교사: 아, 그렇군요. 충고는 잘되라고 해 주는 말이니까 좋은 거군요.      

교사: 여러분은 충고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학생들: 네, 아주 많아요.

교사: 아... 그래요? 그럼 누가 충고받았던 경험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

학생들: (몇몇 아이가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기는 하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교사: 음... 그럼 다른 사람에게 충고했던 경험을 이야기해 볼까요? 충고를 하거나 받은 경험, 어느 것이든 좋아요.

학생: 동생에게 꼬집지 말라고 충고한 적이 있어요.

학생: 복도에서 뛰는 1학년 동생에게 뛰지 말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학생: 형에게 게임 그만하는 게 좋겠다고 충고한 적이 있어요.

학생들: (여기저기서 손을 들고 비슷한 이야기들을 계속 발표한다.)

교사: 그렇군요. 여러분은 동생에게, 형에게, 친구들에게 충고한 적이 있군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충고한 경험은 이렇게 열심히 발표하는데 충고받았던 경험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네요?

학생들: (서로 마주 보며 웃는다.)

학생: 그건요, 좀 창피하니까요.

교사: 아..., 창피하다.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

학생: 충고를 했던 것은 좀 자랑스럽기도 하고 그런 느낌인데요, 충고를 받았던 것은 내가 잘못한 일을 이야기하는 거니까 부끄러워요.

교사: 아하! 그렇네요. 충고받았던 걸 이야기하면 내가 감추고 싶은 이야기가 따라 나오게 되네요. 그러니까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음, 생각해보니 선생님도 그래요. 그런데 충고했던 것은 자랑스러워요?

학생: 동생이 모르고 있는 것을 알려주는 거고, 내가 동생을 잘되게 해 주는 거니까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느낌이 들어요.

교사: (순간, ‘이 이야기로 시작할까’ 망설이다 방향을 바꾼다.)     

교사: 여러분, 그럼 충고받았던 것은 별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건 말하지 않기로 하고, 충고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는지 말해 봅시다.

학생들: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대답들만 이어진다.)

교사: 참 이상하죠? 아까 우리는 충고는 좋은 일이라고 했고, 충고할 때 자랑스럽고 뿌듯하다고 했는데 왜 충고를 듣는 일은 우리에게 좋은 일로 느껴지지 않을까요? 듣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말인데 듣는 사람은 기분이 안 좋다고 해요. 그럼 우리는 이 충고라는 걸 해야 하나요, 말아야 하나요?

교사: 아니, 혹시, 기분 좋은 충고를 들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나요? 한번 잘 생각해봅시다.

학생들: 선생님, 아무리 생각해도 충고를 듣고 기분 좋았던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화가 나거나 슬퍼져요.

교사: 그래요. 그렇다면, 충고는 상대방을 화나게 하고 슬퍼지게 하는 거니까 서로 안 하는 게 좋겠어요.

학생: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충고는 사람을 좋아지게 만들어 주는 거니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교사: 그렇지만 우리는 충고하는 것은 좋아도 받는 것은 싫어해요. 다른 사람이 나에게 해서 싫은 일은 나도 다른 사람에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가운데 마음이 하는 말


학생들: 그런데요, 선생님, 딱 들을 때는, 일단은! 기분 나빴지만 좀 있다 생각해보면 이단은!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교사: 아, 그래요? 일단과 이단! 멋진 말이네요.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 줄래요?

학생: 네, 선생님, 그럴 때 있어요. 들을 때는 기분 나쁘고 속상했지만 자꾸 생각하다 보면 ‘내가 고쳐야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더 잘하게 되는 때도 있어요. 아닌 때가 더 많지만요.

교사: 와아, 우리가 드디어 찾아냈네요. 좋은 충고! 우리가 서로 주고받아야 하는 충고 말이에요.     

교사: 그런데 선생님은 또 궁금한 게 생겼어요. 그냥 기분 나쁘기만 한 충고와 고마운 것으로 바뀌는 충고는 무엇이 다른 걸까요?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 거죠?

학생: 화내면서 하는 충고는 고마운 충고로 바뀌지 않아요.

학생: 놀리는 마음으로 한 충고는 계속 기분이 나빠요.

학생: 잘되길 바라는 마음 없이 잘못한 것을 콕 집어 내는 충고도 싫어요.

교사: 맞아요, 그런 충고들은 좋은 충고가 아니에요. 그냥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만들 뿐이죠. 그런데요, 이런 충고들은 ‘나쁜 충고’라기보다는 충고가 아닌 거예요. 왜냐하면 ‘충고’라는 말은 ‘충성스러운 마음으로 알리는’ 거니까요. 이 ‘충’ 자를 한번 볼까요?

학생들: 가운데 중! 마음 심! 가운데 마음? 마음 가운데?

교사: 맞아요, 맞아. 충은 ‘가운데 마음’이에요. ‘좋았다 나빴다’하는, ‘이럴까 저럴까’ 계속 변하는 ‘바깥 마음’이 아니라 그 속에 들어 있는 한결같은 마음, 바로 그거예요. 스스로에게도 보였다 안 보였다, 잡혔다 놓쳤다 하지만 우리 모두에게 있는 마음이지요. 그 마음으로 충고하면 상대방은 그걸 ‘충고’로 받아들이게 될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는...

학생들: 충고를 할 때는 아무렇게나 막 하면 안 돼요.

교사: 그렇지요. 충고할 때는 내 마음이 놀리거나 흉보는 마음이 아닌지, 지금 내가 화내고 있는 건 아닌지 잘 살펴야 해요. 그래서 ‘가운데 마음’이 말하게 해야 해요. 진심으로 하는, 사랑이 담긴 충고라야 ‘충고’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학생들: (표정이 사뭇 진지해진다.)     




인정하는 용기


교사: 그럼 이제, 아까 이야기하던 데로 다시 돌아가 볼게요. 들을 때는 기분 나빴는데 바뀌는 이야기, 기억하나요?

학생들: 네!

교사: 그럴 때 마음이 어떻게 바뀌는지 누가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해 줄 수 있나요?

학생: 처음에 딱 들으면 기분 나빠요. 그러다가 자꾸 생각이 나서 곰곰이 생각해봐요. 그러다가 ‘아! 고쳐야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교사: 그런 일이 일어났던, ‘충고받았던’ 경험을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

학생: (생각해내려 하나 얼른 생각이 나지 않는 듯하다.)

교사: 잘 생각나지 않나 보군요. 선생님이 힌트를 하나 줄게요. 여러분에게 충고를 가장 많이 하는 사람이 누구죠? 여러분 잘되라고, 진심으로, 사랑을 담아서 충고하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학생들: (이내 부모님과 선생님을 떠올리고 충고받았던 경험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교사: 그래요. 부모님은 정말 사랑의 마음으로 우리에게 충고를 하셔요. 결코 놀리거나 흉보는 마음으로 말씀하시는 게 아니에요.

학생들: 하지만 화는 내세요. 큭큭큭

교사: 하하하, 그렇지요.

교사: ‘하지만’ 그 마음은 분명 여러분 잘 되라고, 진심으로 하시는 게 분명해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 충고를 들을 때도 일단은 기분이 안 좋은 경우가 많아요. 왜 그럴까요?

학생들: 어쨌든 지금 내가 잘못하고 있거나 부족하다는 거니까요.

학생: 더 열심히 하라는 거니까 귀찮아서요.

교사: 그럼 어떻게 하면 기분이 나쁘지 않을 수 있을까요?

학생들: 잘못을 인정하는 마음? 반성하는 마음?

(아이들이 즉각적으로 이 대답을 하는 것은 학기 초부터 교사가 강조해 온 ‘잘못 인정의 미덕’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 : 맞아요. 선생님이 늘 말했듯이, 사람은 누구나 부족함이 있고 잘못을 하고 살아요. 그런데 자신의 부족함과 잘못을 인정하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어요. 인정하는 사람은 점점 훌륭한 사람이 되고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점점 반대의 길로 가게 되지요. 우리, 그런 경험 많이 했지요?

학생들: 잘못을 숨기려고 하면 그걸 숨기느라 또 다른 잘못을 자꾸 하게 돼요.

학생: 맞아, 그래서 1단계만 올라가면 될걸 3단계 올라간 적도 있지. 큭큭

(학급 상벌 계단을 말하고 있다.)

교사: 하하,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잘못은 인정하면 사라지지만 숨기려고 하면 눈덩이처럼 자꾸 커져요. 그래서 딱 여기! 앗, 내가 잘못했구나, 알게 되었을 때 그때가 매우 중요해요. 어느 길로 갈지 정해야 하니까. 그런데 대부분 그때 우리 마음은 우리를 유혹해요. 아니라고 해, 아니라고 해.... 하고 말이죠. 그때 우리는 ‘기분 나쁘거나 슬프거나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거예요.

교사: 바로 이때!

교사: 용기 있는 사람은!

교사: (두 팔로 힘겹게 떼는 시늉을 하며) ‘나’와 ‘나의 잘못’을 쫘악 떼내는 사람인 거죠. 물론 힘들어요. 용기도 많이 필요하고, 힘도 많이 필요해요. 잘 안 떨어지려고 하거든요. (몸짓과 함께) 끈적~끈적~ 쫘악- 쫘악-

학생들: (교사의 몸짓과 말을 따라 하며 웃는다. 진지함과 명랑함이 공존한다.)

학생: 그런데요, 선생님, 그건 참 어려운 일 같아요. 그 잘못도 어쨌든 내 것이었으니까요. 그게 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기는 정말 어려워요.

교사: (예수가 베드로에게 ‘사탄아 물러가라’고 한 이야기를 들려줄까 망설인다.)

학생: 그래서...

학생: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듣자마자 딱 떼어놓기는 정말 어렵고요, 그래서 일단! 기분 나쁘고 천천히 이단! 떼어놓게 되는 것 같아요.

교사: (벅차오르며 눈물이 스미는 걸 느낀다.)




마음이 돌돌돌


교사: 선생님도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아요. 선생님도 그 일이 참 어렵거든요. 시간, 그래요. 시간이 필요해요. 혼자 조용히 되뇌는 시간이.  시냇물이 돌돌돌 굴러가며 다시 스스로 깨끗해지는 것처럼 화나고 슬프고 아픈 말들을 ‘충고’로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지요.

학생: (희미하게 그러나 방긋 웃는다.)

학생들: (돌돌돌, 이라고 따라 하며 생글생글 웃는다.)

교사: 그러니까

교사: 혼자 돌돌돌 할 수 있도록 충고는 딱 한 번만! 진심을 담아 딱 한 번만! 뒤를 따라다니며 자꾸 말하면 그건 잔소리!

교사: (그래, 잔소리는 충고 방해꾼이지, 혼자 침을 꿀꺽 삼킨다.)

학생들: (그건 잔소리!라는 말에 통쾌하게 웃는다.)     

교사: 그럼 이제 정리해 볼게요. 충고를 할 때는,

학생들: 진심으로 해야 해요.

교사: 충고를 받았을 때는,

학생들: 돌돌돌, 하면 돼요.

교사: 맞아요, 맞아. 돌돌돌!

교사: ‘돌돌돌’을 잘하면 나에게 충고를 해 준 사람에게 무척 고마울 거예요. 그렇겠지요?

학생들: 네!

교사: 그런데 말이죠, 이 ‘돌돌돌’을 더 잘하게 되면 상대방이 ‘놀리거나 흉보는 말을 화내면서’ 해도 ‘충고’로 받을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래서 ‘범사에 감사할 수’ 있게 되는 거겠지요, 라는 말은 아껴 둔다.)

학생들: 우와, 진짜요?

교사: 네, 아마 그럴 거예요. 선생님도 아직 그렇게까진 ‘돌돌돌’을 잘하지 못해서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요. 그러니 우리 함께, 열심히 ‘돌돌돌’ 해 봅시다.

학생들: 네, 좋아요!

교사: 그런 의미에서...

교사: 용기 있는 한 사람을 모셔볼게요.

학생들: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교사: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 반 친구들에게 ‘공개 충고’를 받을 친구 있나요?     

(이 수업을 준비하면서 교사는 이 대목이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했다. 한 명도 없진 않겠지만 머뭇거릴 거라고 짐작했었다.)     

학생들: 저요! 저요! 저요!

학생들: 저... 요... 저요... 저요...     

(교사의 예상을 깨고 거의 대부분의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차례대로 나와 제법 그럴듯하게 ‘충고’를 주고받는다.)     


이 한 시간으로 우리 교실에서 ‘지적’과 ‘토라짐’이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이 시간이 그대로 사라지고 마는 것 또한 아닐 것이다.           




          

2014. 10. 1. 수업

2014. 10. 9. 작성

2021. 10. 9.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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