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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치우 Nov 08. 2022

생각의 방식과 번호 매기기의 관계에 대하여

위에서 아래로(설명하기), 아래에서 위로(생각하기)


1. 일반적으로 글은 분할하는 방식으로 서술된다.


1.1. 개미는 머리, 가슴, 배로 구분된다.


1.1.1. 위와 같은 내용은 다음과 같은 목차로 서술된다: “1. 개미에 대하여 1.1. 개미의 머리에 대하여 1.2. 개미의 가슴에 대하여 1.3. 개미의 배에 대하여”


1.2. 분할하는 방식으로 서술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타자에게 설명할 때’ 적합한 방식이다.


1.2.1. “오늘부터 x 업무를 담당하시게 될 것입니다. x 업무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하시면 됩니다. 우선 x(1)에서 시작하셔서 ... x(n)까지 진행하시면 됩니다”


1.2.2. 분할하는 방식으로 서술할 때, 서술자는 이미 관련 내용의 체계를 상당한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다. 1.2.1.의 예시에서 서술자는 x라는 업무 전체를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1.3. 분할하는 방식으로 서술하는 것은 유연성이 떨어진다.


1.3.1. 분할하는 방식으로 서술할 때 하위 항목은 논리 필연적으로 2개 이상이어야 한다.


1.3.1.1. “개미는 머리로 구분된다”라는 문장은 말이 되지 않는다.


1.3.1.2. “1. 개미에 대하여 가. 개미의 머리에 대하여.  끝.”이라는 목차는 말이 되지 않는다(그러나 그 어색함과는 별개로 발견되지 아니하는 것은 아니다).


2. 생각은 분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2.1. 생각은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것으로 분할하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것을 추상적인 것으로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2.1.1. 생각은 구체적인 것을 추상적인 것의 교집합으로 ‘재서술’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2.1.2.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저 사람은 친절한 사람이다, 저 사람은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이다, 저 사람은 이타적인 사람이다, 저 사람은 도덕적인 사람이다”


2.1.3. “친절한 사람은 저 사람이다, 타인을 배려하는 사람은 저 사람이다 ...”라는 문장은 대단히 어색하다. 그와 같은 문장은 친절함이란 무엇인가? 타인을 배려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주는 과정일 수는 있으나,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정립하는 과정은 아니다.


2.2. 글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서술하면 생각이 자유롭지 못하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하위 범주에서 상위 범주로 올라가는 방식으로 글이 서술되어야 한다.


2.2.1. 보다 정확하게는 어떤 범주에 대한 관련 범주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글이 서술되어야 한다.


2.2.2. 그러므로 번호 매기기의 방식은 다음과 같이 달라질 수 있다: “1. 이것은 무엇인가? 1.1. 이것은 어떤 곤충의 배이다. 1.1.1. 일반적으로 어떤 곤충의 배는 어떤 곤충의 머리 및 가슴과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별된다. 1.2. 이것은 개미의 특정 신체 부위이다“


3. 이상의 내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3.1. 일반적으로 글을 서술할 때 사용되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1.]을 서술한다, [1.]의 분할로서의 [1.1.] ... [1.n.]을 서술한다.


3.2. 보다 자유롭게 글을 서술할 때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은 다음과 같다: 최초의 인지(생각) [1.]을 서술한다, [1.]과 관련된 내용인 [1.1.] ... [1.n.]을 서술한다.


3.3. 위의 내용은 2개의 계층으로 단순화되어 서술되었으나, m개의 계층으로 일반화될 수 있다.


4. 이 글은 3.1.의 방식보다는 3.2.의 방식으로 서술되었다.


4.1. 그러나 3.1.의 방식과 3.2.의 방식을 날카롭고 엄밀하게 구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글을 서술하는 과정에서 적절히 혼용될 수 있다.


4.1.1. 본질적인 것은 자유로운 생각 그 자체이지, 자유로운 생각이란 무엇인지에 대하여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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