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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치우 Nov 09. 2022

합의는 결단(힘)에 의존한다

합의는 합의로 만든다, 라는 문장은 순환하여 모순이다


1.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아니된다“,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말들. 그러한 말들은 너무나도 자명하게 들린다, 자명하게 들리는 그러한 말들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는 것 자체가 부도덕한 것처럼 느껴진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아니된다, 너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하는 곳에서 멈춘다“라는 말에 대해서 ”왜요?“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바보처럼 보인다.


1.1. 그러나 왜 그것을 해야 하는가? 왜 그러한 규칙을 준수해야 하는가? 그러한 규칙은 왜 정당화되는가?


1.1.1. 그것은 우리가 그것을 하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에, 그러한 규칙을 준수하기로 합의하였기 때문이다. 규칙과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무는 합의에 의해서 정당화된다, 라는 것은 2022년 지금에 와서는 역시 자명한 것으로 들린다.


1.2.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아니된다”, “권리는 보장되어야 한다” ... 와 같은 규칙들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규칙을 만드는 절차로서 “규칙은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정당화되는 규칙은 준수되어야 한다”라는 메타-규칙 역시 자명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1.2.1. “규칙은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 준수되어야 한다”라는 말은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정당화되었는가? 규칙 -> 규칙은 합의로 만든다는 규칙 -> ‘규칙은 합의로 만든다는 규칙’은 합의로 만든다는 규칙 -> ...


1.2.1.1. 위와 같은 연쇄는 무한히 반복된다. 그것은 “규칙은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정당화된다”라는 규칙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문제이다.


2. 무한히 반복되어야 하는 정당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정당화이다.


2.1. x(0)은 x(1) 때문이다, x(1)은 x(2) 때문이다, ... x(n) 때문이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x(n)은 무엇 때문입니까?”


2.2. 무한히 반복되어야 하는 정당화, 라는 말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그와 같은 연쇄가 무한히 반복된다는 것은 그와 같은 연쇄가 실재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2.2.1. 그와 같은 연쇄가 실재하지 못한다면 합의에 대한 합의의 연쇄는 어느 순간 단절되었어야만 한다(그것이 순환 논증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2.3. 합의의 연쇄가 단절되어야 한다면 그 단절 지점에서는(그 극한 지점에서는) 어떤 권위가 존재하는가? 그것은 합의가 부여한 권위는 아니다. 그러므로 권위(정당화)의 본질은 합의가 아니다.​


3.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하여 다수결로 합의합니다] 라는 절차가 존재한다.


3.1.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하여 다수결로 합의합니다] 라는 절차의 개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우리는 이 사안에 대하여 다수결로 합의합니다]라는 절차는 2/3 이상의 찬성으로 개정합니다] 라는 합의에 대한 합의, [절차의 개정 절차에 대한 개정은 만장일치로 한다] 라는 합의에 대한 합의에 대한 합의 ...


3.1.1. 결국 제정권력이라는 개념이 대두된다. "그것은 주권자들이 가지는 제정권력에 의해 정당화된다".


3.1.2. 그러나 제정권력은 관념된 것이지 실재하는 것이 아니다, 제정권력은 실재하는 것이 아니고 실재하는 것은 자신의 이름으로 제정권력의 뜻을 논하는 자이다.


3.1.2.1. 자신의 이름으로 제정권력의 뜻을 논하는 자가 결단자이다, 그 결단자의 결단 권능은 어떻게 정당화되는가? 그것은 힘으로 정당화된다.


3.2. 그러므로 이 논의는 힘으로 귀결된다.


​4. 힘의 근원은 무엇인가?


4.1. 힘의 근원은 경제의 분야에서 나오는가? 교환가치는 설득하는 힘이다, [너가 이것을 해주면 대가로 이만큼의 교환가치를 지불하겠다]. 그러나 설득하는 힘은 강제하는 힘에 의존한다. "계약은 지켜져야 한다". 계약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강제하는 힘에 의하여 계약을 지키도록 강제된다.


4.1.1. 그러므로 힘의 근원은 경제의 분야에 있지 아니하다


4.2. 경제는 정치에 의존한다, 교환가치는 권력에 의존한다. 그렇다면 힘의 근원은 정치의 분야에서 나오는가? 권력은 강제하는 힘이다. “너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것을 해야 한다”


4.2.1. 그와 같은 강제하는 힘은 어디로부터 나오는가? 어떤 신념으로부터


4.3. 우리는 주권이 국민 일반에 있다고 본다, 우리는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한 경계 안에서 모두가 자유를 누린다고 본다 ... 그러므로 권력은 신념에 의존한다, 신념은 증명되지 아니하는 어떤 문장이다, 증명될 수 없는 어떤 명제이다. 그러므로 어떤 발화된 문장이 모든 것의 시작이다, 어떤 개념, 어떤 범주, 어떤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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