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내일)도 무사히!"
대화를 마무리하며 상대를 격려하는 의미로 자주 건네는 표현이다. 대개 '파이팅'을 쓰지만 올바르지 않은 표현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싶어서다. 그렇다고 힘내라는 말을 하면 어감이 너무 달라진다. 그래서 결국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이 표현을 애용하고 있다.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매번 말하지만 무사하지 않을 때도 많았다. 그럼에도 하루, 또 하루가 지나가 어느새 정말 연말이 다가왔다. 크고 작은 일들로 많이 울고 웃었던 해였다. 한 해의 끝에서 지나치게 감성적인 기분에 취해 쓴 글을 나중에 보고 스스로 후회하더라도 이런 글 한 편 남겨두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영화, 드라마, 책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생각을 표현하는 건 괜찮지만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운 글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두세 편만 써도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지는 않을까, 부족한 솜씨가 적나라하게 드러날까 염려스러웠다. 그래서 불가피하게 브런치스토리에 발행하는 글은 평소 제일 많이 쓰는 일상적인 글에 비해 많이 정제된 문체로 쓰였다. 대신 일상에서 자연스러운 영감이 떠오를 때면 그 영감의 핵심을 문장으로 정리해서 조각모음 했다. 글을 쓸 만한 내용이 생각나더라도 그 글의 일부가 될 문장(들)만 적어두고 월 말에 한꺼번에 모아서 발행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설령 작가답지 못한 문체이더라도 용기 내어 본인의 이야기를 써 보려 한다. 미숙하더라도 그저 계속하다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두 번째 직장을 그만두기 직전에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했다. 습작을 쓰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공유하기 시작한 지는 10년 정도 되었지만 인터넷에 올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검색했을 때 본인의 글이 나온다고 생각하면 기쁨이나 설렘보다는 불편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이 더 컸다. 하지만 비장한 마음으로 일을 그만두기로 결정했을 때 그런 것을 따지기보다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그때가 기회이지 않을까 싶었다. 일단 예전에 써둔 글 중에 그나마 완성도가 높아 보이는 몇 편을 골라 발행했고 그다음부터는 새로운 글을 써서 발행했다. 조회수와 좋아요를 신경 쓰지 않으려 했지만 신경 쓰일 때도 있었고 의외로 반응이 좋아서 놀라기도 했다. 전에는 개요를 꼼꼼히 완성하지 않으면 글을 쓰지 못했는데 신기하게도 브런치스토리를 시작한 뒤로는 글을 쓰는 방식이 변했다. 소재로 다루고 싶은 내용이 정해지면 틈날 때마다 그 글에 대해 계속 생각했고 충분히 고민한 뒤에 책상에 앉으면 그 자리에서 초고를 다 완성할 수 있었다. 조정래 작가님의 에세이집 '황홀한 글감옥'에서 글쓰기에 특별한 비결은 없고 그저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고 읽은 내용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최근에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장애인 정책 연구 참여자로 선정되었다. 본인에게 적합하면서도 특별하고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참여한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는데 담당 코디네이터(사회복지사)로부터 글 잘 쓴다는 칭찬까지 들었을 땐 얼떨떨했다. 여느 글과는 다르게 서류를 작성하는 일이었고 타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이 많았기 때문이다. 서류를 작성하는 것도 글쓰기의 일종이기에 그 과정에서 나름의 즐거움을 느꼈고 어떤 종류의 글이든 본인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에 감사하다.
글을 쓸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본인의 글을 나누는 행복을 알게 되었다. 처절하게 힘든 순간이 글을 쓰는 동력이 되기도 하는 걸 보면서 스스로 신기했고 아주 조금씩 자기 치유가 되는 것도 느꼈다. 여전히 다락방 작가일 뿐이지만 최근에 와서 출판에 대한 고민도 진지하게 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글을 잘 쓴다고 칭찬해 준 것 이전에 스스로를 빛나게 하는 최고이자 최적의 도구라는 생각이 진심으로 들었다. 책을 출판할 수 있을지, 출판하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솔직한 마음으로 성찰하며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리고 글쓰기가 그 과정에서 큰 조력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퇴사한 백수이지만 생활 패턴이 엉망이 되는 것이 싫어서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려 노력하고 기운 빠지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나지만 어떻게든 잘 지내보려 고군분투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한 해가 가도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겠지만 이럴 때 스스로를 칭찬해 주면 도움이 많이 되는 듯하다. "수고 많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