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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순간 May 29. 2024

[또 다른 브라운관Ⅶ]-선재 업고 튀어

    처음 티저 영상을 보았을 때부터 풋풋하고 설레는 청춘 이야기를 통해 '그 시절 감성'을 표현하는 작품 콘셉트에 눈이 갔다. 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았던 배우들이 잘 어울릴 듯한 역할을 맡은 것도 한몫했다. 기대가 되는 동시에 주연 배우들의 전작이 떠올랐다. 얼핏 생각하기로는 김혜윤 배우의 '어쩌다 발견한 하루', 변우석 배우의 '20세기 소녀'를 섞은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여전히 궁금했다. 설령 비슷한 느낌과 설정이 있더라도 적절히 잘 변형하면 충분히 재미있을 거라고 여기었다.


    초반에는 유치함과 풋풋함이 섞인 감성에 이따금씩 다소 민망한 기분으로 시청하며 앞으로 어떻게 되려나 싶은 마음이었다. 그러다 4회부터 8회까지는 빠른 속도로 전개되면서 내용에 빠져들었지만 이후로는 지치는 느낌이 들어 몰입도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 아쉽다.

    타임슬립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충분히 변주를 하지 못한 탓에 개인적으로는 피로감을 느껴 흥미가 떨어졌다. 그리고 여러 번의 타임슬립을 통해 발생한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을 암시했으나 이후 회차에서 녹여내지 못한 부분도 아쉽다. 밴드 '이클립스'가 3인조로 데뷔한 뉴스 화면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영수의 범죄 동기가 무엇이며 왜 솔이를 표적으로 삼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뛰어난 작품도 마지막 회차에서 한꺼번에 수습하며 허겁지겁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하는 식으로 끝내는 것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기에 마지막 회를 알차게 구성하여 이야기를 잘 매듭짓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타임슬립의 가장 근본적인 동력이기 때문에 늦게나마 조금이라도 설명해 주길 기대했지만 영수는 죽음으로 극 중에서 퇴장하고 문제가 일단락된다.


    "왜 울지, 나 안 울렸는데."

"그러니까 머리로는 널 잊어도 내 심장은 널 기억하고 있던 거지."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특정 행동이나 대사에 지나치게 방점이 찍혀있다. 위에서 언급한 대사를 포함해 매 회 눈물을 흘리는 솔이와 그에 반응하는 선재의 모습, 서로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러하다.

"그놈이 이렇게 죽어서 살 운명으로 바뀐 사람도 있을 거다."

위와 같이 의도를 드러내며 귀에 못 박는 듯한 대사도 비슷한 맥락으로 다가왔다. 특정 장면을 시청자가 이해하거나 느끼도록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노골적으로 표현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 작품의 특징 중 가잠 주목할 만한 점은 시청률보다 훨씬 뜨거운 열성적인 시청자들의 지지이다. 시청률이 높은 것에 비해 화제성이 떨어지는 주말 드라마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면 매우 대조적이다. 젊은 세대의 열렬한 반응에 힘입어 열린 드라마 관련 굿즈를 파는 대형 백화점에서의 팝업스토어 행사가 지지와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 작품은 두 주연배우 모두에게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해 주었다. 김혜윤 배우나 변우석 배우의 팬이라면 필견인 작품으로 남을 듯싶다. 뿐만 아니라 뒤늦게 이 작품을 보게 될 시청자 중 상당수는 주연 배우의 팬이 될 수 있을 만한 작품이다.

    이 글에서는 주연배우의 연기나 인물 설정에 대해 더 이야기하기보다 서브 남주 태성에 대해 덧붙이려 한다. 주인공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시청자들은 대개 남자 혹은 여자 주인공인 인물에 조금 더 쉽게 감정 이입하고 응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번에는 선재와 솔이를 응원하는 동시에 태성이라는 인물도 볼수록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철없는 불량 청소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두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을 하는 듯한 느낌이 멋있었다. 특히나 아버지의 영향으로 경찰이 된 가장 마지막 2023년의 태성은 든든한 친구이자 어른으로 성장해 있었다. 이 작품으로 인상 깊게 남은 덕분에 이후 다른 작품에서 송건희 배우를 또 보게 된다면 배우가 맡은 역할에 정이 갈 것 같다.


     아쉬움이 많은 작품에 대해 쓰는 것은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작품에 대한 애정이 어느 정도 생겼지만 글 소재로 활용하는 것을 망설였다. 그렇지만 어떤 드라마를 첫회부터 챙겨보는 것은 본인에게 매우 드문 일이며 전부 본방사수를 하진 않았지만 결국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끝까지 다 보았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이유로 개인적인 아쉬움이 크지만 글로 남길 의미는 이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스스로 느끼기에도 부족한 글이지만 이 글을 다 완성하고 나면 모든 아쉬움을 뒤로하고 후련하게 본인의 추억상자에 보관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러다 이 작품만의 감성이 그리울 때 반복 감상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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