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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첫순간 Jun 27. 2023

[또 다른 브라운관Ⅲ]-역도 요정 김복주

    기분에 따라 아무리 '잘' 만든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무겁고 밀도 높은 내용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을 찾게 될 때가 있다. 이 드라마는 여러 이유로 그럴 때 보기에 적합하다. 가볍다는 표현이 꼭 나쁜 의미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마음 졸이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작품도 필요하기에 각자의 역할이 있다.


    스포츠, 청춘, 사랑. 이런 단어들로 이 작품을 파악하려 한다면 유치하지 않을까 걱정할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는 유치하다고 말할 수 있으나 개인적인 감상평을 묻는다면 풋풋한 느낌에 가깝다. 체대생들의 일상을 담아내는 일에 중점을 둔 이 드라마는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일에 울고 웃는 일상을 재미있고 따뜻하게 그렸다. 이 작품의 야심은 그리 크지 않기에 깊이를 논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다만, 체육인의 일상을 다룬 일부 장면에서 현실 고증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운동선수의 일상보다 대학생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극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탓에 다소 소홀히 다룬 듯한 느낌이었다.


    체육대학에는 다양한 종목의 운동선수들이 있지만 역도 선수들이 주인공인만큼 음식 먹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복주가 체급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증량 특훈에 들어간 부분을 보고 있으면 먹방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특히 극 초반부 회식 장면에서 효율적인 회식을 위한 방법으로 생(고기)-양(념 고기)-볶(음밥)-냉(면)을 이야기하며 거하게 먹는 장면은 꽤 큰 만족감을 선사한다. 뒤에 이러한 장면이 반복되어 나와도 지루하지 않고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이주영 배우에게 가장 눈길이 갔다. 고교시절, 야간자율학습에 참여하기 싫은 마음에 운동부에 들어갔다는 걸 뒤늦게 알았을 때 극 중 인물과 배우 본인의 경험이 닮아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이전에 몰라봐서 미안한 이주영 배우는 이후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이태원 클라쓰', '브로커'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연기력과 인지도를 인정받고 계속해서 성장 중이다.


    세세한 설정까지 완벽하길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지 모르나, 가장 평면적이라고 느꼈던 건 역도부와 리듬체조부의 대립각이었다. 체조는 체중관리가 특히나 중요한 종목이기 때문에 많이 먹을 수 있는 역도 선수들이 기숙사 한쪽에서 뭘 먹고 있으면 남에게 피해를 준다고 안 좋게 생각한다. 그리고 역도 선수들은 쉬는 공간에 모여 같이 음식을 먹는 것은 잘못이 아닌데 먹고 싶은 걸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설움을 애꿎은 사람에게 푼다고 싫어한다. 작품 속 대립각은 필요하지만 이 부분 때문에 대사나 행동이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실제로는 어떤지 궁금하기도 했고, 실제로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 더 세련되고 완곡하게 표현했다면 작은 부분까지 많이 신경 쓴 것에 대해 더 좋은 평가를 할 수 있었을 것 같아 아쉽다.


    다소 아쉬운 점이 곳곳에 있지만 젊은 시절의 패기와 에너지를 잘 표현한 스포츠 청춘 드라마의 전형 같은 작품으로, 기분이 안 좋거나 일이 풀리지 않을 때 한 번 보라고 추천해 주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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