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첫순간 Jul 04. 2023

[또 다른 브라운관Ⅳ]-간 떨어지는 동거

"생각해 봐, 이리가 양을 사랑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어? 그 애를 원하면 원할수록 더 강렬하게 사로잡힐걸. 네가 아무리 천 년 가까이 도를 갈고닦았다고 하더라도 그걸 어떻게 할 순 없어, 너는 본디 정기에 굶주려 있으니까. 그쪽이 구미호고 그 애는 인간인 이상 그 애를 완전무결하게 사랑할 순 없어. 계속 줄타기를 하겠지, 애정과 허기 사이에서."


    이 대사가 포함된 장면에서 입맞춤하는 모습을 보면 예쁘다거나 사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섬뜩한 느낌이 든다. 보고 싶었던 와중에 나타난 연인에 대한 반가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지만 우여는 정기에 이끌려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다가온다. 이 바람에 담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우여의 몸을 밀쳐낸다. 대사에서 한 번, 그리고 입을 맞추는 모습에서 한 번 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떠올렸다. 청소년기에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본 작품이기에 바로 생각난 걸 수도 있지만 공통점이 많다. 인간이 아닌 존재이면서 처음에 자신의 본능에 의해 여성에게 끌림을 느끼거나 접근한다. 여자주인공은 처음에 왜 자신에게 접근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지게 되고, 연인으로 발전한 이후 그 이유를 알게 되었을 때 둘은 어려움에 처한다.


    개인적으로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지금은 아이돌 (출신)이 연기하는 것이 굉장히 흔하지만 그럼에도 선입견이 남아있어 연기 경력과 상관없이 작품 초반부터 좋게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쉬운 장면이 없지 않았지만 배우 이혜리 본인의 성격과 극 중 역할인 담의 성격이 많이 닮아서 무난한 느낌이었고 보면서 불편하지 않았다. 장기용 배우는 전에 다뤘던 '이리와 안아줘'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역할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건 배우 본인이 인물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설정한 말투이다. 다정하고 차분한 느낌을 충분히 전달했지만 동시에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왔다.


    강한나, 김도완 배우는 '스타트업' 이후 다시 합을 맞췄다. '스타트업'에서 접점이 많지 않았지만 또 한 번 같은 작품에서 연기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김도완 배우의 경우, 분명 익숙한 얼굴임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대한 구체적인 기억이 없었는데 이 작품에서 순수하고 다정한 매력을 가진 인물을 연기하며 확실히 각인되었다. 강한나 배우는 여러 사극과 현대극을 통해 봐 왔지만 주로 차가운 인물을 연기했었는데 이 작품에서는 솔직하고 귀여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물 설정에서 백치미가 중요한 부분이다. 상식이 부족해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고 한편으로는 귀엽다.


    정리하자면 금지된 사랑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영리하게 변주했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변신을 통해 색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전글 [또 다른 브라운관Ⅲ]-역도 요정 김복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