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코로나를 피해 무사히 출산하라

by 러닝뽀유

산후조리원이 천국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첫째가 있는 나에게 산후조리원은 첫째를 만날 수 없는 외딴 섬 같은 곳이다. 아기 낳을 때는 친정 옆에 있는 것이 마음의 안정이 될 것 같아 서울에서 친정을 찾아 대구까지 왔다. 그동안 진료를 봐주시던 친절하신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구에도 큰 산부인과가 있나요?"

막달까지 모든 검사와 진료를 받은 병원을 뒤로하고 친정 근처에 있는 산부인과에서 가까스로 출산 전 마지막 진료를 받았다. 1월이 출산 예정일이라 제발 12월에 나오지 말고 1월까지 기다려달라고 뱃속 아가에게 매일 기도했다. 1월 1일이 지나자 우리 부부는 아이가 1년을 꽉 채운 인생을 살 수 있겠다며 감사해했다.

첫째는 대학병원에서 낳았기에, 둘째는 기필코 환자 중심의 서비스가 있는 병원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가족분만실에서 건강한 남자 아이를 품에 안았다. 내 배 위에 따뜻한 아기가 안긴 그 순간, 그리고 아빠가 손가락과 발가락 갯수를 확인하고 탯줄을 자르던 그 순간, 목욕을 시켜주며 노래를 불러주던 그 순간을 어찌 잊을 수가 있을까?

훗날 2020년하면 길이길이 떠오를 그 이름, 코로나! 출산을 앞두고 결국 나는 수도권에 연일 발생하는 코로나 확진자로 인해 친정으로 올 수 밖에 없었다. 유도분만이나 제왕절개 환자는 코로나 검사를 미리 받아야 했기에 난생 처음 코로나 검사까지 마쳤다. 병원에서도 남편 외에는 출입을 할 수 없었다. 출산할 때 마스크를 끼고 출산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었다. 아기를 목욕시켜주고 노래를 불러주던 순간에도 손소독을 하느라 노래의 절반은 그냥 놓쳤다.

엄마들의 천국이라 불리우는 산후조리원도 코로나에서 비껴갈 수 없는 존재였다. 서울의 한 산후조리원에서는 코로나에 집단 감염되는 일이 생겨났고, 이에 산후조리원의 방역 수칙도 한단계 높아졌다. 다행히도 내가 머문 산후조리원에는 지역 내 감염 환자가 거의 없어 프로그램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으나, 식사 시간에 일체 말을 할 수 없었기에 '조동'(조리원 동기)에 대한 기대 조차 할 수 없었다. 아침이 되면 방역 주의 사항에 대한 안내 방송을 들으면서 기상을 한다. 또 습관처럼 체온과 혈압을 측정해 대장에 기록한다. 첫째 아이 몸조리 때를 돌이켜보면 수유 타임이 수다 타임이었으나, 이번에는 수유 시간이 말그대로 밀크 타임이었는데 수유실에 흐르던 적막을 깬 것은 잔잔한 라디오 소리였다. 덕분에 나는 아이의 숨소리, 코고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오후에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나즈막한 라디오 노랫 소리를 듣고 아기에게 젖을 물리던 순간은 평화로움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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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자마자 엄마 아빠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풍경을 아기는 바라보았다. 마스크 사이로 엄마의 얼굴이 얼마나 궁금할까. 왜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인지 얼마나 궁금할까. 이 말을 이해할 시간이 찾아오면 우리는 마스크를 벗게 될까.

"특명! 코로나를 피해 출산하라"는 이미 달성한 미션이다. 이제는 "코로나를 피해 건강히 키워라"는 두번째 특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Screenshot 2022-10-30 at 18.17.08.JPG 어느덧 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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