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힐링 여행지를 꼽는다면 늘 상위에 랭크되는 것이 제주도다. 그리고 임산부가 태교를 위해 갈만한 최고의 여행지도 바로 제주도다.
오설록
내가 제주 한달살이를 택했을 때 주된 목적은 '아무에게도 재촉받지 않는 나만의 온전한 휴식'을 위함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제주는 힐링 태교 여행에 최적화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교 여행지로 제주가 좋은 이유를 정리해보니 다음과 같은 장점이 떠올랐다.
1.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제주의 길과 길
제주에는 사색을 즐기며 천천히 걸을 수 있는 곳이 참 많다. 자연휴양림과 숲길, 그리고 오름, 올래길까지 아무리 걷고 걸어도 다음에 걷고 싶은 곳이 떠오르는 곳이 바로 제주도다. 도시에 머물며 아이를 키울 때는 하루에 5천 걸음을 걷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1년 중 미세먼지 없는 날,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춥지 않고 괜찮은 날을 따지고 보면 실제 아이와 걷기에 좋은 날은 그리 많지 않다.
송악산 둘레길
하지만 바다 한가운데 있어 중국발 미세먼지의 영향을 크게 받고 바람이 많이 불어 대기질이 연중 좋은 편인 제주에서는 먼지 걱정을 내려놓아도 좋다. 또 자연휴양림과 숲길은 계단이나 오르내림이 많지 않은 '배리어 프리' 존이 많아 임산부의 관절에도 무리가 되지 않으면서 걷기 좋은 곳이 지천에 널려 있다.
비밀의 숲
유유자적 천천히 길을 걷다보면 재잘되는 새소리와 살랑이는 바람에 휘날리는 풀과 나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또 청아한 공기와 피톤치드가 몸을 감싸면 그간 지쳤던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2. 요리에 대한 부담을 날려주는 미식가들의 천국
제주는 그야말로 미식가의 천국이다. 한달살이라면 장을 충분히 봐서 집에서 요리를 해야 할 것 같지만, 은근히 저렴하고 맛이 좋은 음식을 하는 식당들이 널려있다. 바닷가 근처일수록 유명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 많기에 물가는 비싸지는 편이다. 하지만 동네로 들어가면 지역 주민들이 즐기는 골목 식당이 가득하다. 임산부는 몸에 건강하면서도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데, 골목 식당의 백반들은 만원이 안되는 가격에 밥, 생선, 나물, 국, 고기들이 푸짐하게 제공되어 늘 만족을 안겨주는 편이다.
한껏 기분을 내고 싶을 때면 소담스러운 제주의 매력이 느껴지는 레스토랑에 간다. 아담한 돌담에 제주 전통 가옥에서 맛보는 음식들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배경 자체가 그림인 제주에서는 사진을 잘 못찍는 사람도 엄청난 작가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한가득 저장된 만삭 사진은 자연의 스튜디오 제주가 주는 선물이다.
3. 생각에 잠길 수 있게 하는 푸른 바다
제주의 바다가 이토록 아름다웠던가. 마치 동남아나 몰디브에서만 볼 수 있을 듯한 잔잔하고 맑은 바다는 못다한 해외 여행에 대한 아쉬움을 잊어도 좋다고 말을 걸어온다. 해외 태교 여행지로 유명한 미국의 괌, 일본의 오키나와, 태국의 푸켓이나 코사무이 등도 물론 좋지만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는 안전한 여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 여행을 하게 되면 현지와 국내에서 자가격리는 물론이고, 여행 중 전염병에 걸리게 되면 면역력이 약한 산모와 태아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녕해수욕장
해변마다 지형적 특색이 달라 제주의 해변을 모두 돌아보면 한 나라이지만 마치 여러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바다는 파도가 호수처럼 잔잔하고, 어떤 바다는 휘몰아치는 파도가 세차다. 또 옥빛에서 짙은 남색까지 천연빛 바다 빛깔도 아주 다양하다. 이런 다이나믹한 바다를 이곳 저곳 둘러보고 해변을 거닐다보면 생각에 잠기면서 바다에 맘 속 깊이 숨어있었던 고민들도 던져버릴 수 있을 듯하다.
4.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전시와 체험의 보고
제주에는 미술관과 도서관, 박물관이 참 많다. 민간, 공공이 만든 전시 체험 장소가 너무나도 다양하다보니, 하루에 한 군데를 방문하더라도 모두 가기가 어려워 특별히 가고 싶은 곳을 계획하고 엄선해서 가야 할 정도다.
왈종미술관
제주에서만 열리는 기획 전시와 체험들도 풍부하며, 제주의 지형적 환경적 특색과 조화로운 미술관은 그 자체로서 훌륭한 건축물이다. 여행자가 많이 방문하는 제주인지라 도서관은 특히나 타지에 비해 개방적인 편이다. 제주공공도서관은 회원 가입이 쉽다. 육지에서 만들어간 도서관 카드도 호환이 가능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신분증, 본인 명의의 휴대폰만 있으면 간단히 회원 가입을 하고 즉석에서 카드를 발급해준다. 이리 저리 다니는 여행자로서 책을 읽기가 사실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제주에서는 공공도서관이 타관 반납이 가능해 읽은 책을 주변 도서관에서 반납할 수 있다. 또 군데군데 스마트 도서관이 설치되고 있는 추세여서 기계에서 대출한 책을 자유롭게 읽고 반납할 수 있는 이점도 누릴 수 있다.
5. 멋진 뷰를 감상하며 머무를 수 있는 카페
제주의 카페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인스타그램이나 SNS에서 리뷰가 가득한 곳은 물론 사람이 북적거리지만, 방문객들이 많은 주말만 피한다면 여유롭게 자리를 잡고 차를 마실 수 있다.
카페 탠저린
한달살기의 장점은 왁자지껄 여행지가 아닌 소소한 나만의 장소를 찾는 재미를 누릴 수 있다는 것! 지나가다가 휴식이 필요하거나 달달한 케이크에 쌉싸름한 커피가 당길 때면 근처에 보이는 카페에 머물렀다가 가는 여유를 누려보자.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즐기는 환상적인 뷰와 풍미 넘치는 차와 커피는 우연이 주는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