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후 수일째, 몸은 떠나왔지만, 마음은 아직 그곳에 있다.
남편은 여행사진을 정리한다. 아내는 에피소드를 글로 엮어낸다. 수천장의 사진 속에 그림 같은 작품, 이야기까지 곁들이면 맛있는 안주가 된다.
사진과 이야기 속에는 함께 웃고 떠들고 장난치던 우리가 살고 있다. 네이버 웨일을 켜니, 배경 화면에 우리 부부의 모습처럼 사진을 찍어주는 남자와 밝은 미소 짓는 여자가 나타난다.
인생은 의미있는 과제와 배움의 연속이다. 코로나가 불쑥 찾아왔지만 여행하는 둥지는 쉼표 속에 느낌표를 발견했다. 그리고 다시 여정을 이어간다. 코로나 팬데믹 속 우리는 해외에서 국내로 방향을 돌렸고, 그간 몰랐었던 국내 여행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낯설음에 대한 갈증이 타올랐을 때, 우리는 해외 여행을 준비했다. 함께 낯선 곳을 탐험하면서 그 속에서 유일하게 익숙한 우리 가족끼리 살을 부대끼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여행의 시작은 여행을 준비하며 설레일 때라고 누군가가 말했다. 그런 연장선에서 생각해보면 여행의 끝은 아마 없을지도 모른다. 여행지에서 담아온 수만장의 사진에 우리의 추억이 살아 숨쉬고 있다. 그 사진을 바라볼 때마다 추억은 입체가 되어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다준다. 그래서 사진과 기억이 있는 한, 여행은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고 있기에 과거의 여행은 지나가버린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여행이 된다.
남편은 여행을 갈 때마다 사진을 찍고, 일일이 편집해서 구글 드라이브에 담는다. 구글 드라이브에만 잠겨있기에 너무도 아까운 사진들이 많아 이제는 그 묻혀있던 사진을 세상에 공개하고 싶다.
우리 눈 속에 들어있던 풍경들이 다른 이들의 눈동자 속에서 살아움직이면 하나의 기억과 시각은 수백만개의 시선 속에서 다시 되살아나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의 얼굴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만나는 사람과 자기 스스로는 나이듦을 잘 포착할 수 없다. 여행 사진의 매력이란 그런 것이다. 특별한 곳에서 미소 짓고 있는 얼굴 속에 지나간 세월의 흔적이 들어있다.
3년 전 몰디브 여행 사진을 들여다보다, 며칠 전 콜로라도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들여다보니 남편도 나도 피부가 많이 얇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지난 사진을 보다보니, 자기도 최근 몇년간 많이 나이든 것 같다고 했다. 나는 살만 조금 쪘을 뿐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 남편도 나에게 예전 그대로 예쁘다고 했다.
사실 답은 정해져있다. 여전히 예쁘고 멋지다고 상대방이 말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젊은 그 사진 속에는 시간의 차이만큼의 추억이 없다. 새로 생겨난 둘째도 없다. 돌아갈 수도 없겠지만, 누군가 시계를 되돌려준다고 해도 우리는 바로 오늘의 나, 너, 우리를 사랑하니까 현재의 지금을 기꺼이 선택하겠다.
그러고보면 나이듦은 슬픔이라기보다 설렘이요. 기쁨에 더 가깝다. 할 수 없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아진다. 여행으로 인해 우리는 서로를 더 사랑하고,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쌓아온 시간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물들어간다.
여행, 시작은 있어도 끝은 없다.
Photo by 햇님부셔
Written by 찰라의기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