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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트앤노이 Aug 18. 2019

일요일 저녁은 늘 우울해

오후 6시만 되면 속이 상하다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삶이 꽤 괜찮은 것 같은 순간이 있다. 하늘과 구름도 더 예뻐 보이고, 지나가는 어린아이들의 웃음도 너무 사랑스럽고, 저녁 7시쯤에 느껴지는 상쾌한 바람과 특유의 공기의 냄새가 마음을 설레게까지 만들어준다. 토요일은 그렇게 삶을 근사하게 보이게 하고, 소소한 풍경도 특별하게 다가오게 만들며 그래도 내 삶이 괜찮구나 안도하게 해 준다. 내일 회사에 가지 않기 때문에 우러나오는 그 “여유”가 주는 힘은 놀랍다. 마치 마법의 묘약이라도 먹은 것처럼, 마법 소설에서 주인공이 사랑의 묘약을 먹고 그렇게 싫어하던 누군가에 포옥 빠진 것처럼. 그렇게 생각하면 토요일의 내 모습이 제 3자의 전지적, 개인적, 객관점 시점으로 볼 때 참 우스꽝스럽겠다 싶다.


여행 중 만난 오스트리아의 예쁜 하늘, 여행자가 되면 일요일 저녁이 우울하지 않을까?


일요일 저녁은 늘 우울해


마법의 묘약은 일요일 저녁 6시를 기점으로 효과가 사라진다. 6시가 되면 세상은 더 이상 아름답지가 않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뭐가 저렇게 신났지?’ 비꼬아 듣게도 되고, 아까 전까지 맑고 예뻤던 하늘과 구름은 어딘가 회색으로 바뀌는 것 같다. 나는 이제 몇 시간 이후면(사실 내일 아침 출근시간까지 12시간도 넘게 남았지만 12시간은 우울한 나에겐 순삭일 것이다) 다시 내 진짜 삶으로 돌아가야 한다. 일을 해야 하는 삶,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도 참아야만 하는 삶, 세상엔 볼 것도 해볼 것도 많은데 그걸 하지 못하고 일을 해야 하는 삶이 나를 기다린다. 월요일이 연차이거나, 공휴일일 때를 제외하고, 일요일 저녁이 우울하지 않았던 순간은 … 없었다.


일요일 저녁이 우울한 이유 : 어느 순간 일이 즐겁지 않아 졌기 때문일까?


아! 일요일 저녁이 우울하지 않았던 순간이 있긴 있었다. 약 6년 전 처음 회사라는 곳에 입사했을 때! 그때는 오히려 주말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빨리 월요일이 되어서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길 바랬다. 지금 생각하면 순수하거나 바보처럼 느껴지는 게, 심지어 그 시절엔 야근도 너무너무 해보고 싶었다. 회사가 주는 또 다른 소속감이, 대학생이 아닌 전문성을 갖춘 직장인의 모습이, 내 삶을 꽤 괜찮고 근사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1년, 2년, 3년.. 그 근사한 이면에 대해 알게 되면서부터 어느 순간 일이 즐겁지 않아 졌고, 일요일 저녁이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삶이 즐겁다 VS 하고 싶은 일도 일이 되면 즐겁지 않다


10년 뒤, 20년 뒤의 내가 지금의 나를 회상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 아니 도대체 즐겁지 않은 일을 왜 붙들고 있으며, 그 일을 하면서 일주일에 1.5일만 행복하다면 대체 왜 그 일을 계속하느냐고 말이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과 이러한 생각들에 대해 이야길 나누면, 대체로 이런 결론이 난다.


1)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삶이 즐거울 것 같긴 한데,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았다.

2) 그런데 하고 싶은 일도 일이 되면 즐겁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되니 일은 그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치부하는 것이 나의 정신건강에 이로운 것일지, 아니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새로이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어쨌든 지금의 일도 하고 싶은 일로 열정을 가지고 시작하였고, 재밌었으나 일요일 저녁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하고 싶은 일도 일이 되면 즐겁지 않아 졌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그러면 지금의 일은 사실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었을까? 그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은 어떻게 찾아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심각하게 고민한 것은, 삶에 대한 나의 태도가 달라졌나 의심이 되는 것이었다. 너무 쉽게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아닌지, 즐거움을 찾기 위해 애를 써보지 않는 것은 아닌지.. )


일요일 저녁이 즐거운 사람도 있을까?


진짜, 레알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삶이 즐겁다는데 내가 지-이-인-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매 순간이 힘들고 우울한 건 아니지만, 근본적으로 행복감 위에 튼튼하게 다져진 삶은 또 어떠한 느낌일지 궁금하다. 일요일 저녁이 더 이상 우울하지 않은 삶의 모습은 어떤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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