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티첼리와 카라바조
자주 듣는 오디오 클립, 오늘은 아직 가보지 못한 루브르 박물관으로 안내한다.
르네상스의 시작과 바로크의 시작을 알리는 두 가지 그림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두 작품 모두 루브르 박물관의 드농관에 있으며, 한 작품은 인간의 모습과 그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던 르네상스의 시작을 열어주고 있고, 또 한 작품은 외향적이고 격동적인 바로크의 시작을 열어준다.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 作
이 작품의 발견이 매우 흥미롭다. 예전 프랑스인들은 은퇴를 하면 이탈리아에 정착하여 살았다고 한다. (마치 우리 시대 사람들이 은퇴 후 제주도에 가서 사는 것처럼) 이 그림은 이탈리아에 정착하여 살고 싶은 프랑스인에게 집을 소개해주었던 프랑스 부동산 업자가 발견한 것이라고. 부동산 업자 역시 소개해 준 집에 이러한 그림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했는데, 마침 보티첼리에 대한 지식이 있던 부동산 업자는 단번에 이 그림이 보티첼리의 그림인걸 알아보았다고 한다. 그래서 프레스코화 인 이 그림을 떼어서 프랑스로 가져가기에 이르렀는데, 작업을 하던 중 하나는 완전히 부서져 버렸고, 지금 루브르에 있는 것도 일부는 부서졌지만 어쨌든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보았던 비너스의 탄생, 봄에 등장하는 여신과 비슷한 모습의 여신들이다. 보티첼리 사후에 발견된 작품이기 때문에, 보이는 그대로를 제목으로 가져온 것이라고. 아주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는 이 그림은 르네상스의 시작을 알린다.
카라바조(1573~1610) 作
빛의 명암이 매우 두드러져 마치 무대 위에서 조명을 한 인물에게 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그림은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의 작품이다. 빛의 명암이 극적인 느낌을 주고 개인적으로는 황홀하다는 느낌도 받는데, 연극무대를 보는 듯한 생각이 든다.
이 그림이 나올 당시, 소수의 예술가를 제외하고는 도무지 이 그림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한다. 예수님의 어머니인 성모가 너무나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고 있고, 성인의 등장에 꼭 빠지지 않는 후광이 어느 누구의 머리 위에도 없다. 성모 마리아는 승천하였는데, 인간으로서의 예수의 어머니의 죽음을 그린 이 작품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 같다. (당시 사람들이라면)
후대에 와 거장으로 평가받는 그의 그림은 이후 루벤스나 렘브란트 같은 화가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루벤스의 그림(십자가에서 내리심)을 보고 영원히 잠들었던 파트라슈의 “네로”가 생각난다) 빛과 그림자의 선명한 대비는 매우 신비롭다. 기존의 전통에 반하는, 다른 무언가를 꺼내놓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선입견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든다. A만 보이던 세상에서 B를 보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바로크를 열었던 카라바조는 자신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애석하게 느껴졌을지도.